Smile baby

2019 여름호
작성자
소빈
작성일
2020-11-11 11:20
조회
4


“오늘 이 상을 받게 해 준 ‘니가 웃잖아’ 감독님, 스태프들, 같이 고생한 배우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희 매니저형, 사장님, 회사 분들 감사인사를 드리고 제 오랜 친구이자 조연출인 문빈에게 사랑하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화면 너머로 수상소감을 발표하고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이 낳은 얼굴 천재, 요새 최고의 주가를 달리며 드라마, 영화 가리지 않고 섭외 1순위인 차은우이다. 본명은 이동민, 문빈과는 꼬꼬마 시절부터 알아온 불알친구(?) 사이이자, 지금은 사귄 지 몇 개월 안 된 남자친구다.

“아니, 쟤는 부끄럽게 왜 내 이름을 저기서 말하냐.”

문빈은 빨갛게 달아오를 볼을 손으로 문질렀다. 곧 있으면 연말 시상식을 마친 은우가 자신의 집으로 찾아올 것이다. 친구로서가 아닌 연인으로서 맞는 새해는 어떨까 기대하면 문빈은 은우와 자신이 사귀게 된 올해 여름을 떠올렸다.


문빈은 사실 아역 배우출신으로 대형기획사 연습생으로 있었고 오히려 은우는 잘생긴 외모로 길거리 캐스팅을 당하긴 하지만 연예계와는 관련 없는 모범생이었다. 둘은 부모님이 친구 사이고 집도 근처에 살아서 기억나는 시절부터 같이 다닌 친구였다. 매일 아침 은우는 꾸벅꾸벅 신호등에서 조는 빈이를 데리고 등하교 했다. 고1 여름 문빈은 오랜만에 아역으로 드라마에 출연했고 드라마 끝난 후 본인은 이제 배우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자신이 좋아하던 드라마를 배우로서가 아니라 제작자로서 완성되는 그 과정에 참여하고 싶다고 가족들에게 말했고 그렇게 아역배우 문빈은 은퇴를 했다. 그런 빈이가 종종 사진을 찍을 때나 영상을 찍을 때 모델로 삼던 게 은우였고 그것이 은우가 배우가 되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걸 문빈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올해 봄 방송사에서는 본인들의 방송사에 차은우를 캐스팅하기 위해서 열을 올리며 드라마 대본을 보내고 있었다. 문빈이 다니는 방송사에도 차은우를 캐스팅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솔직히 문빈이 조연출로 참여하게 되는 ‘니가 웃잖아’는 드라마 작가의 첫 데뷔작으로 차은우에게 시나리오조차 보내지 않고 제작비조차 타 드라마에 비해 적은 기대치가 낮은 드라마였다. 하긴 누가 기대 하겠는가 신인 작가와 신인 감독의 첫 드라마. 이 아무에게도 관심 받지 않던 드라마는 이후 방송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그해 말 연출상, 각본상, 대상 등등 각종 상을 휩쓸게 된다. 이 모든게 차은우가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이루어 진 일이다.

차은우와 문빈이 드물게 휴일이 겹친 날 은우는 오랜만에 이웃집인 문빈의 집으로 놀러갔다. 그때 문빈은 드라마 캐스팅에 대해서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신인 작가와 신인 감독의 드라마. 그것도 장편. 제작비도 많은 편이 아니라서 욕심대로 캐스팅을 진행하면 제작비 감당이 안되고 그렇다고 신인을 쓰기엔 시간대도 괜찮고 시나리오도 연기력을 요해서 ‘니가 웃잖아’ 드라마 팀은 모두가.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심지어 쉬는 날 까지도. 그런 문빈은 은우가 놀러왔지만 은우를 신경 쓸 수 가 없는 상황이었다.

“빈아, 무슨 일이야. 오늘 따라 얼굴이 어둡네. 무슨 일 있어??”

“아, 왔어? 아니…드라마 캐스팅 때문에….아악!!”

“드라마? 드라마 찍어 이번에?”

“어…존경하는 선배가 이번에 드라마 감독 데뷔하는데 나를 조연출로 데려가거든…근데 캐스팅이 문제라서…온 스태프가 비상이야.”

“시나리오 있어? 한번 읽어 봐도 돼?”

“엉, 여기. 왜 읽고 괜찮으면 너가 하게? 그러면 우리야 좋고~~근데 너 스케줄 꽉 차지 않았어?”

“일단, 읽어보고.”

“하긴 너가 하기 어렵겠지. 읽다가 괜찮은 사람 생각나면 추천 좀 해줘라.”

“그래, 일단 뭐 좀 먹을까? 나 배고픈데”

“오랜만에 김치떡닭도리탕 시킬까?”

“좋지.”

그렇게 차은우는 그 날 문빈네 집에서 놀다가 드라마 시나리오를 들고 갔고 며칠 뒤 인터넷엔 기사가 떴다.

‘배우 차은우, 차기작 FBS의 ‘니가 웃잖아’ 확정’

‘차은우, 우연히 시나리오 보고 오랜만에 하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배우 안하늘, 차은우와 같이 드라마 ‘니가 웃잖아’ 출연’

차은우가 ‘니가 웃잖아’ 드라마의 합류한 후로 캐스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방송사의 지지는 전폭적으로 늘었고 원래 하려던 시간대도 괜찮았지만 황금시간대로 드라마 방영시간도 바뀌었다. 문빈은 이 상황이 얼떨떨 했으나 바빠져 버린 일정에 차은우와 제대로 이야기조차 나눠보지 못하고 첫 촬영에 들어가게 되었다.

“문빈!! 짜아식 잘했어.”

감독이 갑자기 문빈에게 다가가 문빈의 등을 치면서 말했다. 문빈은 갑자기 난데 없이 상황에 대해 당황하면서 감독을 쳐다봤다.

“형, 뭐 잘못 먹었어요?”

“차은우한테 시나리오 준거 너라며.”

“아, 그거 읽어본다기에 그냥 아무 생각없이 준건데…”

“덕분에 차은우가 무려 차은우가 우리 드라마 주인공이다. 으하하하”

“아하하..”

“야, 너 왜 차은우랑 친구라고 말 안 했어?”

“그걸 말해야하나요.”

“아니, 뭐. 여튼 네 덕이다. 우리 드라마는 대박 날 거야.”

감독은 문빈을 퍽퍽치면서 얘기하다 다른 스태프가 불러서 갔고 문빈은 다시 가려던 중 본인을 쳐다보고 있는 차은우를 발견했다. 표정이 굳어 있던 은우는 빈이가 자신을 발견한 걸 알자마자 표정을 바꾸고 문빈에게 손을 흔들었다.

“빈아~”

“어, 은우야.”

처음으로 드라마 현장에서 배우와 스태프로 만나서 그런지 문빈은 어색하게 손을 흔들었다. 그런 둘을 보고 있던 배우와 스태프들은 ‘둘이 진짜 친하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첫 촬영 전에 한 차은우의 인터뷰에서 ‘어째서 이 드라마를 선택했냐’는 질문에 차은우는 ‘친구가 조연출인데 우연히 그 친구 집에서 친구가 준비하는 드라마 시나리오를 보았고 시나리오 내용이 좋아서 출연하고 싶었다.’ 라고 얘기했기 때문이었다.

드라마는 순조롭게 진행 되었다. 차은우와 문빈은 친구였지만 각자 자신의 분야에선 프로였기 때문에 둘의 친분은 드라마 촬영 진행에 있어서 문제될 것이 아니였다. 문제는 더위였다. 한여름에 진행된 촬영은 무리한 일정이 아니였음에도 종종 열사병으로 쓰러지는 사람이 발생했다. 감독은 최대한 배우와 스태프를 보호하기 위해 햇볕이 가장 강한 12~15시사이에는 촬영을 하지 않았다. 전국의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도 촬영은 계속 되었지만 강한 햇빛으로 인해 감독마저 힘들 상황이 되어 그 날 감독은 조기에 촬영을 접어 버렸고 모든 스태프들에게 휴식을 주었다. 차은우는 갑자기 빈 스케줄에 문빈과 같이 집으로 돌아가는 차에서 문빈에게 같이 오랜만에 술을 마시러 가자고 제안을 했다. 문빈은 시원한 맥주가 간절히 생각났지만 차은우의 가려도 드러나는 외모가 걱정되어 본인의 집에서 치킨과 맥주를 마시자고 했다. 그렇게 둘은 문빈의 집으로 가서 술을 마셨다. 술자리는 무르익었고 둘 다 알딸딸하니 기분 좋게 술기운이 올랐을 때 문빈이 물었다.

“은우야, 너 진짜로 우리 드라마 시나리오 좋아서 한거야?”

“반은 맞고 반은 아니야.”

“무슨 소리야?”

“시나리오가 좋았던 건 맞아. 근데 시나리오 때문에 출연을 결정한 건 아니야.”

“야, 그럼 너 인터뷰는..”

“인터뷰에 솔직하게 좋아하는 사람 때문에 결정했다고 말할 순 없잖아.”

“아, 그렇지….뭐? 좋아하는 사람?”

“응, 좋아하는 사람.”

“누군데….말해줄 수 있어?”

“후회 안할 자신 있어?”

“그 정도야?”

“음…빈아 너가 정 궁금하면 말해줄 수 있어. 하지만 뒷감당은 네가 해야 할거야.”

“누구길래…”

“너야. 빈아. 이런 식으로 고백하고 싶진 않았는데…오래전부터 널 좋아해왔어.”

“…나???”

“어, 너, 진짜 이런 식으로 고백하고 싶진 않았어. 촬영을 모두 마친 후에 준비해서 할려고 했는데…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너를 보니까 조바심 나더라. 감독님도 그렇고 다른 스태프들이 사심없이 너 만지는 거 보니까 나는 내가 그렇게 속이 좁은 줄 몰랐는데….그냥 누가 너한테 말 걸고 만지고 너가 그 사람한테 웃는 모습 보이는게 그렇게 싫더라. 나만 보고 싶은데. 갑작스럽게 고백해서 당황할 거 아는데 너가 나 피하더라도 말하고 싶었어. 대답 재촉 하진 않을게…촬영에 지장 안 가도록 할게. 피하지는 말아줘.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응…”

문빈은 당황해서 그저 은우가 묻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차은우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아니 언제부터? 문빈은 머리 속이 하얗게 되어 은우가 하는 말을 그저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당황한 문빈을 보고 은우가 늦었다며 자리를 피해줬을 때도 멍한 정신으로 ‘잘가’ 라고 밖에 해줄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문빈은 현실감이 없었다.

다음날 촬영장에서 은우는 빈이에게 평상시와 다름 없이 대했고 그에 문빈은 어제 자신이 사실 술에 취해서 꿈을 꾼 것은 아닌가 했지만, 빈이가 다른 사람과 얘기할 때마다 찌르듯이 보고 있는 차은우와 눈을 마주치기를 몇 번 다른 누군가가 말을 하다가 스킨십을 할라치면 나타나서 말을 끊고 스킨십을 자연스레 막는 은우를 보니 고백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은우를 자각하게 된 문빈은 본인이 그러고 싶지 않아도 티나게 은우를 피하기 시작했다. 감독이 조심스레 ‘너 혹시 차은우씨랑 싸웠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주변이 다 눈치를 잴 정도였는데 은우라고 몰랐겠는가. 문빈의 은우가 사실은 웃고 있지만 화가 났음을 알 수 있었다. ‘빈아.’ 라고 은우가 말 좀 하자고 불렀을 때, 문빈은 속으로 ‘어떻게 어떻게’ 하다가 그만 도망쳐 버리고 말았다. 차마 은우 얼굴을 보면 고백 받았던 때가 떠올라서 심장을 주체할 수 가 없었다. 하지만 빈이가 도망치면 뭐하나….도망치는 빈이를 보고 ‘아, 둘이 싸웠구나’라고 확신을 하게 된 스태프들은 둘의 화해를 위해 문빈을 찾는 은우에게 열심히 문빈이 어디로 갔는지 말해준 것이다.

“찾았다.”

“헉, 은우야.”

“빈아, 우리 잠깐 말 좀 할까?”

“아니… 은우야. 내가 일부러 피하는 건 아니고…”

“내 고백 때문에 그래?”

“아니, 아니. 그냥 그날 이후로 너가 자꾸 의식이 되서…”

“내가 신경 쓰여?”

“아니…너랑 나는 친구였고 그렇게 갑자기 고백을 하면 나는…”

문빈이 당황해서 은우 앞에서 횡설수설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은우 상대역인 안하늘이 은우를 불렀다.

“은우씨, 다음씬 촬영들어간대요.”

“네, 금방 갈게요. 빈아, 촬영 끝나고 다시 얘기하자. 도망가지말고 있어.”

“어, 알겠어.”

문빈이 도망가는 동안 잊고 있었던 건 그가 이 드라마의 조연출이란 사실이고 그 말은 은우의 다음 씬 촬영에 그가 있어야한다는 사실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숨 돌렸다고 생각한 문빈의 뒤로 그를 찾는 감독의 목소리가 들렸다.

“문빈! 빨리 안와!!!”

“네! 갈게요!”

오늘 찍는 신은 이 드라마의 가장 하이라이트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한테 고백하는 장면이었다. 은우 앞에는 상대역인 안하늘이 앞에 있었고 문빈은 그런 둘을 찍고 있었다.

“ 우빈씨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왜 사사건건 내 일에 참견하는지도 왜 항상 내가 필요할 때면 늘 당연한 듯 내 옆에 나타나는지도…이러면 꼭 우빈씨가 나를….”

“좋아해요.”

그 순간 차은우가 상대역이 아닌 문빈이 찍고 있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쳐다 보았다.

“세상을 가진 게 어떤 기분인지를 모르겠지만 당신이 내 곁에 있다는 건 생에 단 한번 일지도 모르는 일생일대의 대사건 이에요. 이게 운명이 아니면 뭐라 설명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놓치고 싶지 않아요.”

문빈은 순간 숨을 삼켰다. 촬영장에 왠지 모를 긴장감이 흘렀고 감독이 컷을 외친 순간 그런 기류따윈 없었던 것처럼 촬영장을 다시 활기를 띄었다.

“은우씨. 거기서 카메라를 왜 쳐다봐요.”

“죄송합니다. 감독님.”

“방금 감정 너무 좋았거든요. 그 감정 다시 끌어올리고 이번엔 실수 없이 갑시다.”

그렇게 촬영은 마무리 되었고 문빈은 자신이 촬영을 잘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머리 속에 온통 은우가 촬영인 척 자신에게 했던 고백이 계속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의 은우를 떠올리고는 귀가 붉어져 있는 문빈에게 은우가 말을 걸어왔다.

“빈아, 촬영 끝났으니까 얘기 좀 하자.”

“어? 어. 알겠어.”

은우와 문빈은 사람들이 방해하지 않을 곳을 찾아서 자리를 옮겼다. 촬영장 근처의 강가에 도착한 둘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과 풀벌레 우는 소리만이 존재했다. 쏟아 질 듯이 빛나는 별들 사이에 있는 달을 보던 은우가 대뜸 빈이에게 말을 했다.

“달이 참 예쁘다. 그치?”

빈이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서 달을 쳐다보았다.

“일본의 작가 나츠메 소세키가 I love you를 달이 참 예쁘네요 라고 번역했대. 빈아. 나 지금 너한테 고백한 거야.”

문빈은 문득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까 촬영도 알았겠지만 너한테 고백하는 거였고. 부담주지 않겠다고 했는데….빈아, 니가 나 신경쓰인다는 말 하니까. 어쩔 수 없이 기대하게 돼. 네 생각 말해줄 수 있어.”

“솔직히 모르겠어. 난 너 친구였는데 갑자기….근데 네가 나 쳐다볼 때 마다 신경쓰이고 너가 여배우랑 웃으며 얘기할 때마다 이유없이 짜증나. 너는 소중한 내 친구였는데….지금은 친구가 아닌 거 같아. 너. 친구가 아니여서 싫어졌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야. 그냥 너 자체가 너무 신경쓰여. 솔직히 나는 지금껏 내가 여자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그것도 아닌 거 같다고.”

“빈아, 내가 고백한 순간 난 네 친구 그만뒀어. 사실 네가 경멸할까봐 너무 무섭기도 했고, 근데 네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니까 나한테도 희망이 있는 거 같다. 솔직히 나 너 놓아줄 수 없거든. 네표정 말투 하나하나에 심장이 멎을 거 같고 네가 없으면 안될 거 같은데 내가 어떻게 널 놓아줘. 빈아, 네가 너무 고민이라면 우리 키스할래?”

“키스?”

“어, 내가 정말 싫다면, 네가 정말 내가 친구 밖에 안된다면 키스하기 싫을 거 아니야. 내가 키스해도 괜찮다면 싫지 않다면 나 구해주는 셈치고 사귀자. 잘해줄게.”

“그…그래! 그 키스 한번 해보자.”

“고마워.”

은우가 눈을 감고 얼굴을 빈이를 향해 내렸다. 빈이는 그런 은우의 속눈썹 끝에 달린 달을 보면서 달이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은우의 입술이 빈이의 입술에 닿는 순간 빈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우주에 은우와 자신 단 둘 뿐인 것만 같았다.

“어때?”

“모르겠어.”

“싫진 않았어?”

“어”

“그럼 한 번 더 해도 돼?”

“너는 뭐 그런걸 묻냐.”

문빈은 툴툴대면서 말했고 그런 빈이를 보던 은우가 웃더니 다시 빈이에게로 고개를 내렸다. 빈이는 다가오는 입술을 보면서 눈을 감았다. 둘은 둘을 찾으러 사람이 올 때까지 오래도록 키스를 했다. 그렇게 둘은 친구 사이를 끝내고 연인 사이가 되었다.


‘띵동띵동’

초인종 소리에 문빈은 문을 열었다. 은우가 꽃과 트로피를 들고 서있었다.

“어서와, 비밀번호도 알면서 왜 초인종을 누르냐.”

“너가 반겨주는 게 좋아서…happy new year, 빈아.”

“너도 happy new year. 그리고 상  받은 거 축하해.”

“고마워.”

은우는 편안 옷으로 갈아입고 빈이의 옆에 앉았고 둘은 은우가 전부터 보고싶다고 한 일본영화를 틀었다. 둘은 영화를 보면서 이런저런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했다. 최근에 들어간 은우의 드라마 얘기라던가 빈이네 드라마 촬영 현장이라던가. 얘기를 하던중 문빈은 은우에게 궁금한 점이 생겼다.

“근데 은우야, 너 왜 배우하기로 한거야? 너 공부도 잘했고 원래는 배우가 꿈이 아니였잖아. 어렸을 때”

“음…말하기 부끄러운데….”

“뭔데?”

“너 때문에”

“어?나??”

“너가 고등학교 때 나 데리고 사진찍고 영상 찍고 그랬잖아.”

“그랬지. 나 때문에 배우가 맞다는 걸 자각한거야?”

“아니. 카메라 너머로 너가 나를 보면서 웃는게 너무 좋은거야. 니가 날 보면서 웃으니까. 내가 아예 딴 길로 가면 그걸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아프더라고 그래서 기획사 들어간거지. 생각보다 배우가 더 적성에 맞기도 했고.”

“아니. 넌 뭘 그런 걸로 네 진로를 정하냐.”

“빈아, 부끄러워.”

“아니.”

“너 귀 빨개졌는데..”

“아, 진짜. 못된 차은우, 나쁜 차은우. 좀 모른 척 해주면 안되냐.”

“빈아, 나 봐.”

문빈이 은우의 얼굴을 쳐다보려고 고개를 돌렸고 그 순간 빈이의 입술로 은우의 입술이 닿았다가 떨어졌다.

“야, 차은우!”

“빈아, 정말 좋아해. 네가 내 옆에서 평생 웃었으면 좋겠어.”

환하게 웃으면서 빈이에게 말하는 은우를 보면서 빈이는 빨개진 볼을 문질렀다. 그리고 본인이 은우에게 제대로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나도”

“뭐라고 빈아?”

“나도 좋아한다고. 너도 내 옆에서만 웃어.”

눈이 소복히 쌓이는 고요한 새벽에 은우의 웃음만이 공기를 채우고 있었고 문빈은 왠지 모를 편안함에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쭉 은우와 새해를 함께하기를 바랬다.  

*본 작품은 아스트로의 니가 웃잖아 곡을 모티브로 했으며 일부 가사를 차용 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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