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우리는

2019 여름호
작성자
은죽빈살
작성일
2020-11-11 11:46
조회
3

더러운 방법으로 성공 안 해.

 

그렇게 다짐했던 몇 년 전의 자신을 떠올리며 빈은 비릿하게 웃음을 흘렸다. 암담한 미래도 모른 채 열정에만 부풀어있었던 그때의 빈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이렇게 돈에 굴복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회사를 나섰다. 두 번의 앨범이 망하고 공백기에 접어든지 어느덧 반년이 넘었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야 하는데 성공의 보장이 없는 마당에 무작정 새 앨범을 낸다는 것은 여간 불안한 일이 아니었다. 결국 몇 년간 꾸준히 들어온 스폰 제의를 받아들였다. 신념에 어긋나는 일을 한다는 것이 마음에 불편했다. 이 기회에 제대로 뜯어내 보자는 합리화를 하며 애써 자신을 위로했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다리의 떨림이 더욱 초조해졌다.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연락을 해왔던 사람이라고 했다. 나이가 스무 살은 더 많은 배불뚝이 아저씨가 나오면 어떡하지. 스폰을 받기 시작하면 싫어도 억지로 자야 하는 건가. 이런 걱정을 하며 애꿎은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오래 기다리셨죠.”

 

막막함에 한숨을 내쉬자마자 맞은편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깔끔한 정장차림의 남자는 안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빈에게 건넸다. 반듯한 남자의 모습을 쏙 빼닮은 명함이었다. 차은우라고 해요. 나이 많은 아저씨가 아니라는 안도감과 더불어 기대보다 훨씬 괜찮은 외모와 목소리에 어느 정도 긴장이 풀렸다.

 

“저녁은 드셨어요?”

“아니요, 아직.”

 

빈의 대답을 듣고는 곧바로 웨이터를 불러 능숙하게 주문을 하는 모습에 이미 주도권이 넘어간 듯했다. 겉옷을 벗으며 어떻게 생각이 바뀌게 되었는지를 묻는 은우에 빈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빈 씨 데뷔했을 때부터 보고 싶었거든요.”

“아...”

“몇 년 동안 포기 안 한 보람이 있네요.”

 

궁금해요, 이유가. 빈의 두 눈을 마주하며 은우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확신에 가득한 눈빛이었다. 왠지 모를 믿음이 갔다. 테이블 위로 올려진 손에 괜히 힘이 들어갔다.

 

“도와주세요. 저 대표님이 필요해요.”

“솔직하네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표님의 돈이랑 힘이 필요해요.”

 

잠깐의 침묵이 찾아왔다.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던 은우가 곧 여유를 되찾았다. 솔직하니까 더 좋네요. 빈의 손을 마주 잡으며 말했다. 목소리에서 확신이 느껴졌다.

 

 

“걱정 마요. 성공하게 만들어줄게요.”

 

 

 

-

 

 

 

그날의 만남 이후로 빈은 꽤나 바빠졌다. 성공하게 만들어준다는 그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는 것은 바쁜 일상으로 뼈저리게 느꼈다. 바로 새 앨범 준비에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선공개 곡으로 냈던 노래가 대박을 쳤다. 피쳐링 해준 가수의 인지도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차은우의 여파인지. 빈은 잠깐 고민에 빠졌다가 이내 열심히만 해달라는 은우의 말이 떠올라 고개를 가로저으며 잡생각을 떨쳐냈다.

 

시작이 좋았던 탓인지 빈의 앞으로 규모가 큰 잡지사의 인터뷰가 잡혔다. 밤새 이리저리 포즈를 연습한 덕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오전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쉬는 시간을 틈타 잠시 눈을 붙이려 대기실로 들어가 기다란 소파에 몸을 기대자마자 문이 열렸다.

 

“쉬는 거 제가 방해했어요?”

“아니에요. 들어오세요.”

 

빈이 몸을 일으켜 소파의 오른편에 자리했다. 대기실을 쭉 둘러보던 은우가 그 옆에 앉았다. 촬영하는 거 보고 싶어서 왔어요. 오후에는 일이 있어서. 그러면서 빈을 빤히 바라봤다. 시선에 부담이 느껴질 즈음 은우가 입을 열었다.

 

“이런 모습은 또 멋있네요. 처음 만난 날이랑 다르게 .”

“아, 그때는...”

“근데 저는 그런 빈 씨가 더 좋아요. 안경에 후드티 같은 거요.”

 

그게 더 귀여워서. 예상치 못한 끝말에 다급히 눈을 피했다. 이미 속을 다 들킨 기분에 귀까지 빨개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가야겠다며 벗어놓은 겉옷을 챙겨 입으며 은우가 몸을 일으켰다. 여직 당황을 숨기지 못하고 있는 빈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리며 말했다.

 

“촬영 잘하던데, 오후에도 그만큼만 해줘요.”

 

 

무슨 의도였을까.

더 기대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그 기대를 충족시킬 자신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었을까.

 

당돌함이 다분히 느껴질 대답을 했다.

 

 

“아직 한참 멀었어요. 저 잘하는 거 반도 못 보셨어요.”

 

 

 

-

 

 

 

성황리에 활동을 끝마쳤다. 음원이 공개되는 날에는 밤잠을 설쳤다. 맨 위에 자리한 타이틀 곡을 보자마자 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좋은 노래를 구해준 것과 여러 인터뷰 및 촬영을 잡아준 것이 자신이 힘쓴 전부라며 음원은 순전히 빈의 공이라고 했다. 그 말에 괜히 코끝이 찡해지는 것을 겨우 참았다. 첫 음악방송 1위를 한 날에도 무대를 내려오자마자 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생했어요. 그 한마디에 트로피를 받은 그 순간에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을 흘렸다.

 

“데리러 갈게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통화를 마쳤다. 한 달만의 만남이었다. 괜한 두근거림이 앞섰다.

 

 

낯선 차가 빈의 앞에 섰다. 내려진 창문으로 은우가 보였다. 대표님이 직접 운전하는 건 처음 봐요. 그런 말을 하며 차에 타 가죽 시트에 몸을 기댔다. 신호에 걸려 차가 멈추어서자 덤덤한 말과 함께 한 다발의 꽃이 빈의 품에 안겼다.

 

“1위 축하해요.”

 

꽃은 제가 주고 싶어서. 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님에도 기분이 좋았다. 뭐 이런 걸 주냐는 말과는 다르게 코를 가까이하여 향을 맡았다. 기분 좋은 향기가 느껴지면서 긴장이 풀렸다. 어느새 처음 만났던 그때의 호텔에 도착했다.

 

 

레스토랑이 위치한 층을 누르려던 은우의 손을 빈이 붙잡았다. 왜 그러냐는 듯의 눈빛에 빈이 괜히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방으로 가는 건...”

“...”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저녁 먹고 와서요.”

“너무 빠르지 않아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또 다른 층의 버튼을 누르는 은우였다.

 

 

방 안의 테이블 위에는 와인 두 병과 곡선의 잔들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자연스럽게 의자를 빼고 앉았다. 빈에게 은우는 언제나 준비된 사람이며 빈틈이 없는 사람이었다. 알코올의 힘을 빌려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 대부분 은우의 질문에 빈이 답을 하는 형식이었다. 왜 가수가 하고 싶어졌는지, 연습생 때는 힘들지 않았는지 그런 부류의 질문들이었다. 초반의 어색해하던 빈은 곧 나른해진 얼굴로 은우의 질문에 오목조목 대답했다. 흰 피부에 옅게 붉어진 볼이 뻔히 티가 났다. 그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자 빈이 잠시 눈을 흘겼다.

 

“고마워요.”

 

정적을 깨고 처음 나온 말이었다. 은우가 고개를 들어 빈의 두 눈을 마주했다. 그에 반해 눈이 마주치자 빈은 고개를 숙였다. 부끄러워하는 그 모습을 그냥 두기로 했다.

 

“대표님 없었으면 저 이렇게 잘 되지도 않았을 거고.”

“아니에요.”

“아이, 그냥 좀 듣고 있어요. 대답하지 말고.”

 

손가락을 세워 입으로 가져가며 조용히 하라는 듯한 모양을 하며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취하면 애교가 많아지는 편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은우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빈의 곁에 가까이 다가와 앉았다.

 

“솔직히 좀 놀랐어요. 데뷔 때부터 계속 저한테 연락하셨다는 거.”

 

잔에 남아있던 와인을 입에 털어 넣은 빈이 고민하듯 한참 입을 벙긋거리다 물었다.

 

“왜 저 스폰해요?”

“그야 제가 빈 씨를 좋아하니까요.”

 

망설임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표님은 꼭 그렇게 헷갈리는 말들을 해요.”

 

빈의 투덜거림을 괜히 놀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 은우가 얼굴에 피려는 웃음 끼를 애써 지웠다. 혼자 고민 많았겠다. 달래는 말투에 장난기가 가득했다. 그 사실을 알 턱이 없는 빈이 말을 이었다.

 

“당연하죠. 자꾸 대표님 생각나고 신경 쓰이고 뭐하는 지 궁금하고. 그리고 또...,”

“또?”

 

금방 말을 뱉지 못했다. 마음속의 말들이 와르르 예고 없이 터져버릴까 봐 잠시 입술을 벙긋거렸다.

 

“...나만 보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서운하고.”

 

한참의 침묵 끝에 나온 말이었다. 떨리듯 문장의 끝이 맺어졌다. 졸음이 몰려오는지 턱을 괴고 있던 손이 미끄러졌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걱정할 필요 없는데. 의미심장한 은우의 말에 빈이 고개를 들었다.

 

“저도 그랬어요. 보고 싶었어요.”

“...”

“그리고 무엇보다 항상 진심이었고.”

 

반쯤 감겨 있었던 눈이 온전히 떠지며 기대감에 부풀어 반짝였다. 좋아해요. 진심으로. 덧붙여진 말은 심장을 뛰게 하기에 충분했다. 입술이 바싹 말라갔다. 어서 확인을 받고 싶었다. 침묵을 깨고 말을 이었다.

 

“진심이면...”

 

늘어지는 발음만큼이나 분위기가 진득해졌다. 순식간에 빈의 얼굴이 은우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곧 두 입술이 맞물렸다. 먼저 입을 맞춘 건 빈이었지만 벌어진 입술 사이로 혀를 밀어 넣은 것은 은우였다. 더운 숨과 옅은 와인의 향기가 그 속에서 뒤섞였다. 빈의 뒤통수를 가볍게 감싼 채 한참을 혀가 엉키는 야릇한 소리가 이어졌다. 입술을 떼고 얼굴을 마주했을 때는 감고 있던 두 눈을 나직이 뜨며 말했다.

 

 

“침대로 가서 해요.”

 

 

 

 

낯선 천장에 번뜩 눈을 떴다. 몸을 일으키려다 뻐근한 허리를 부여잡으며 다시 침대에 누웠다. 때마침 전화가 울렸다. 화면에 떠있는 대표님 세 글자에 어젯밤의 일이 떠올라 얼굴이 달아올랐다. 몇 번의 신호음이 더 가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후에야 전화를 받았다.

 

‘일어났어요?’

 

묻는 목소리는 늘 그렇듯이 한껏 다정함을 머금고 있었다.

 

‘오전에 회의가 있어서 먼저 나왔어요. 저 진짜 이런 사람 아닌데, 같이 못 있어줘서 미안해요. 쉬다가 오후에 스케줄 조심히 다녀와요.’

“네, 걱정 마세요.”

 

잠깐의 정적이 내려앉았다. 끊어야 하나 고민을 하던 빈에게 은우가 먼저 말을 이었다.

 

‘빈 씨 어제 예뻤어요. 얼굴도 몸도.’

“...”

‘그리고 목소리도.’

 

의도가 뻔히 보이는 말에 쉽사리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제지하는 것만이 이 민망한 상황을 서둘러 모면할 수 있었다.

 

“아이, 그런 말 좀 아무렇지 않게 하지 마요.”

‘저 진심이라니까요.’

“됐어요. 이제 끊을래.”

 

전화를 끊고 나서야 먼저 입을 맞추었던 것이 떠올라 머리를 쥐어뜯었다. 화장실로 들어서서 본 거울에 비친 모습은 더욱 가관이었다. 울긋불긋한 울혈들이 쇄골부터 가슴팍에 가득했다. 오후 스케줄이 라디오 녹화인 것을 알고 그랬음이 분명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해지는 기억에 귀가 빨개지는 것을 느끼며 결국 기억을 상기시키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욕실 한켠에 마련되어있는 속옷과 간편한 옷가지들을 보며 역시 센스는 있다는 생각을 했다.

 

 

 

-

 

 

 

앨범 활동은 끝났지만 몸은 더욱 바빠졌다. 몰려온 인기만큼이나 많은 촬영과 인터뷰들이 잡혔다. 데뷔 이래 이토록 바빴던 적은 전무했다. 샵과 촬영장을 전전하며 차에서는 쪽잠을 청했다. 그나마 남는 시간은 해가 뜨기 직전의 새벽이라 은우에게 연락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러다 용기를 내어 보냈던 문자 하나는 바빠서 이제 봤다며 빈 씨 여유로워지면 만나자는 답을 받았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상한 빈은 그 뒤로 일절 연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한 달간 몰아치던 스케줄이 끝이 났다. 일주일은 꼼짝없이 쉬어도 된다는 매니저의 말에 빈은 가장 먼저 은우를 떠올렸다. 먼저 전화 한 통 없는 은우가 밉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보다 당장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대표님."

'아, 빈 씨. 오랜만이에요.’

 

핸드폰을 들어 통화 버튼을 눌렀다. 금방 신호음이 끊기고 은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잘 지냈어요?"

'아니요. 잘 못 지냈어요.'

 

찰나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몇 개의 상황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이어진 은우의 말은 그 짧았던 걱정의 순간마저도 민망하게 만들었다.

 

'문빈 보고 싶어서.'

 

한 달간의 걱정이 물밀듯 쓸려 내려가는 듯했다. 말 놓기로 한 거에요? 입가에 미소가 걸리는 것을 참지 않았다. 대화 사이에 잠깐의 틈이 생겼다. 간지러운 분위기에 자꾸만 웃음이 났다.

 

"데리러 와요, 지금 당장. 나도 보고 싶으니까."

 

 

 

대표님 집으로 가요. 거절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흔쾌히 수락했다. 예상보다 더 어마어마한 집이었다. 괜히 긴장되어 침을 꿀꺽 삼켰다. 들어가요. 나란히 걸으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은우가 빈의 손을 잡아끌며 문을 지나쳐 뒤편으로 향했다. 보여주고 싶은 곳이 있어서. 눈앞에 펼쳐진 것은 꽃이 가득한 정원이었다. 저녁노을과 어우러진 그 풍경을 감상하던 빈에게 은우가 말을 꺼냈다. 저 꽃 좋아해요. 덤덤하게 뱉어진 그 말 뒤로 고백이 이어졌다.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건 더 좋아해요."

 

처음 음악 방송에서 일 위를 했을 때 은우에게 받았던 꽃을 떠올렸다. 축하의 의미와 더불어 사랑의 고백이었다. 은우는 늘 빈에게 마음을 고백하고 있었다. 바람 소리. 노을이 지는 소리. 그런 것들이 귓가에 웅웅거렸다. 그 속에서 은우의 목소리만이 선명히 들렸다.

 

“정식으로 우리 만날까요.”

 

새로운 관계가 시작될 수 있는 말이었다. 선뜻 다가온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내밀어 진 손을 붙잡았다.

 

“기다렸어요, 그 말.”

 

서로의 마음이 통하여 손을 마주 잡은 것은 처음이었다. 상상보다 훨씬 더 벅차고 따뜻했다.

 

“지금처럼 계속 곁에 있어줄 거에요?”

“빈 씨가 원한다면.”

“좋아요, 그럼.”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서로의 입술이 맞붙은 탓이었다. 손을 더듬어 깍지를 꼈다. 정신없이 입을 맞추며 더 진하게 숨을 섞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입술이 떨어지자 마주한 두 눈동자가 일렁였다. 그리고 미소 짓는 은우를 따라 빈도 환한 웃음을 지었다.

처음 관계의 시작이 옳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끝은 아니었다. 결국 사랑의 매듭은 바르게 지어졌다. 속삭이지 못한 말들이 여직 몸속에 가득했다. 앞으로 하나씩 말해주리라 다짐하며 다음으로 팔을 벌려 끌어안았다. 어깨너머로 본 하늘은 참으로 진하고 아름다웠다. 그 어떤 말로도 이 상황과 감정을 비유할 수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삶에 스며들었다.

 

 

 

 

+ )

 

 

“다 좋은데...,”

“...”

“대표님 말고 은우라고 불러주면 안 돼요?”

“은우?”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더니 부끄러운지 곧 숙여버린다. 당돌했던 물음과 상반되는 행동이었다.

 

“대표님 왜, 싫어요?”

“너무 딱딱하잖아.”

 

장난스러운 투닥임이 오고 갔다. 어서 불러줘요. 늘 져주던 평소의 은우와 다른 낯선 투덜거림이었다. 흔쾌히 그에 응해주기로 했다. 손을 뻗어 두 뺨을 붙잡아 짧게 입을 맞추었다. 미소를 머금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사랑의 고백을 속삭였다.

 

 

은우야.

늘 내 곁에 있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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