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 랑

2020 봄호
2020 봄호
작가
풍선
주제
첫사랑 (어쩌다 발견한 하루)

 

  

 

첫 사 랑

풍 선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없는 사회라는 설정입니당*

 

  

  

 

 

 

 

“야, 그거 들었냐?”

“뭐, 이동민 파혼한 거?”

“솔직히 좀 통쾌하지 않냐? 그 새끼 학교 다닐 때도 존나 싸가지 없었잖아.”

“뭐 어디 그룹 손녀라던데. 왜 파혼한 거지? 그래도 이동민 정도면 능력 좋잖아.”

“몰라, 그게 무슨 상관이야. 이동민이 무려 파혼을 당했다는데.”

 

  

  

빈 뒷자리에서 들리는 그의 이름에 어깨를 움찔했다. 대학교 동기들 사이에선 동민의 파혼 소식으로 시끌벅적해 있었다. 안 그래도 시끄럽던 곳이 그의 이름으로 더 떠들썩해지는 것이 빈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아서 더 오기 싫었는데, 동창회. 앞에 있는 맥주잔에 담긴 사이다만 홀짝거리던 빈은 재킷과 지갑을 대충 챙겨 들고서 일어났다. 사실 오늘 새벽, 술에 잔뜩 취한 동민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나 파혼했어. 너 때문이야, 알아?

 

 

전화기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한없이 다정했지만, 내용은 그렇지 못했다. 아마 그는 그에게 딱 맞는 슈트를 입고서 빈의 집 골목길에 쭈그려 앉아 조금은 쌀쌀한 새벽 봄바람을 맞으면서 빈에게 전화했을 것이다. 까끌까끌한 시멘트벽을 등지고 엉엉 울고 있었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마음이 미어졌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또 하지 못했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희미한 만족감이 피어올랐다. 이동민이 빈을 아직 사랑해서 우는 것인지, 아니면 빈 때문에 파투 난 결혼이 억울해서 우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자기 자신 때문에 울고 있는 이 남자의 목소리를, 먼 곳에서 바라본 떨리는 등을 바라보고 있자니 모순되고 상반되는 감정 둘이 뒤따라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동창회 모임이 다 끝나갈 때쯤에 들릴 심산인 것 같았다. 빈은 그걸 알아서 얼른 그곳을 빠져나왔다. 어차피 나 하나 빠져도 쟤들은 모르겠지. 술집을 빠져나온 시간은 밤 9시 반. 3시간 버틴 거면 오래도 버틴 거야. 선술집 옆엔 어울리지도 않는 새하얀 목련 꽃 나무가 만개하게 피어 있었다. 그 옆에 서서 담뱃불을 붙였다. 진짜 마음에 안 든다, 목련 꽃 나무. 목련을 보면 필연적으로 빈은 그와의 처음 만났던 그때가 생각이 났다.

 

목련꽃 나무에 잎이 하나, 둘 떨어지던 때. 이제 겨우 갓 스무 살. 아무것도 모를 나이에 동민을 만났다.

 

개강 첫날부터 1교시가 간당간당한 날이었다. 정신없이 예대로 뛰어가던 빈은, 화구 통을 내리막길에서 떨어트린 적이 있었다. 데굴데굴 끝도 모르고 굴러가는 화구 통을 따라 뛰어 내려가는 빈의 이마엔 땀이 송골 맺혔다. 화구통 안에 들어있는 붓이 행여나 상할까 싶어서 헐레벌떡 뛰어 내려가는 중에 그를 마주쳤다. 까만 컨버스 척 테일러를 신은 발밑엔 하얀 목련꽃 잎이 자리 잡고 있었고, 운동화 코끝에 닿은 화구 통을 들어 올려 주인에게 들려주던 손은 하얗고 커다랬다. 강의실이 있었던 건물에서 반쯤이나 굴러 내려가던 것을 겨우 그가 잡아주어서 불행 중 다행으로 여겼었지. 고맙습니다, 연신 꾸벅대는 빈의 어깨를 꾹 내려 잡으며 허리 그만 숙이라고 했었던 이동민. A대 유명 인사였다. 예대생도 알고 있는 경영대 얼굴값. 잘생긴 것이 얼굴값 한다며 붙여진 별명이었다. 빈은 동민을 처음 보고 소문과는 너무 달라서 새삼 놀랐다. 웃지도 않는다는 사람이 빈의 앞에선 활짝 웃고 있었다. 그게 얼마나 눈이 부시던지, 빈은 동민과 첫 만남에서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봄의 따가운 햇빛 때문이라고 지금까지도 그렇게 우겼다.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강의 시간 때문에 내려왔던 길을 다시 뛰어서 올라갔다. 제법 더운 4월 중순이었다. 그 후로 빈은 의도적으로 그 길을 지나가곤 했었다. 다시 그를 볼 수 있을까 싶어서, 괜히 어깨에 걸친 화구통 끈만 만지작대며.

 

그를 다시 만났던 곳은 의외의 곳이었다. 동양화 전공이었던 빈이, 전공 수업의 실기 과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들었던 사진 동아리에서였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동아리 방에 들어갔는데, 벽 한편에 걸린 사진들을 구경하며 서성대던 동민을 발견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동민도 그를 바라보았고 그제야 그때 마주하지 못했던 그의 눈을 보았다.

 

 

 

 

“어? 그때 그 화구통. 맞죠?”

“아…….”

“여기 동아리예요?”

“네, 그렇긴 한데…… 여기 입부하시려고요?”

“네, 근데 아무도 없네요.”

“아, 잠시만요.”

 

  

 

빈은 휴대전화를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며 구석에 있는 책상 서랍장 안에 있던 입부 신청서를 꺼내 동민에게 건넸다. ‘일단 이거 작성해주세요.’ 손에 들린 전화기 때문인지, 소리는 내지 않고 입 모양으로만 그렇게 전하며 눈짓하는 빈의 행동을 고스란히 보고 있던 동민의 입가엔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빈은 여전히 통화에 집중 중이었고,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 하는 빈의 목소리가 들리자 동민은 빈에게 머물고 있던 고개를 소파에 두었던 가방으로 돌렸다. 보고 있던 걸 들킬 것 같아 괜히 마음이 이상했다.

  

 

  

“다 적었어요?” 

“아뇨, 아직.”

 

 

  

동민은 신청서가 살짝 구겨지는 것을 느꼈다.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서였다. 원래 안 그런 사람인데,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처음부터 화구 통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지, 또 뛰어가던 뒷모습을 보며 조그만 정수리 가르마가 귀엽다고도 생각했고…… 귓 끝이 홧홧했다. 가방에서 까만색 모나미 볼펜을 꺼낸 동민은 소파에 앉아 전공 책을 책받침 삼아 입부 신청서에 신상정보를 꾹꾹 눌러 담았다. 둘밖에 없는 좁은 동아리 방 안에서는 달칵달칵 볼펜이 종이에 닿아 나는 소리만이 들렸고, 어색한 분위기 때문인지 빈은 창밖의 떨어지는 목련 나무만 쳐다보았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동아리 회장 선배가 동방에 도착했고 침묵은 깨어졌다. 동민은 늘 빈에게 그 순간을 첫사랑이라고 했다. 선선한 바람이 창밖에서 불어오고, 바닥에 발끝을 딱딱 부딪치며 목련을 보던 문빈, 신청서를 작성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빈에게로 갈 수밖에 없던 그 시선까지 전부 다, 첫사랑이라고.

 

  

오랜만은 빈은 동아리 회장이었던 민우를 만났다. 잘 지냈냐? 물어오는 목소리가 언제나 한결 같다. 몇 년 만에 보는 사이였지만 바로 어제 만난 것처럼 여상스럽다. 민우의 회사 근처 고깃집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정한 둘은, 만나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담배를 꺼내 들었다. 빈과 민우의 만남 루틴이었다. 입에 담배를 끼워 문 민우는 우물거리며 운을 띄었다.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나 사람들의 말소리가 빈의 귓가를 찔러 댔지만, 민우의 입에서 ‘이동민’이라는 세 글자가 나오자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게 됐다. 무슨 경우야, 이건 또. 빈은 그런 자신이 너무 우스워졌다.

 

  

 

 

“너 이동민은 보지도 않고 그냥 나갔다며?” 

“어디서 들었어요?” 

“어디서 듣긴, 동아리 동창회 갔다가 들었지. 너 그렇다고 나도 안 보고 그냥 가냐? 정 없는 새끼.”  

“미안해요, 선배.” 

“오늘 술은 니가 쏴라~”

 

 

  

 

누가 누구더러 아직 못 잊었다고 비웃었는지 모를 일이다. 민우는 이미 테이블에 쓰러져 있었고, 빈은 두세 개로 보이는 소주병 입구를 딱밤 때리듯 검지로 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엔 난감한 듯 서 있는 이동민까지. 이 무슨 완벽한 조화인지 모르겠다고 동민은 생각했다. 동민은 민우의 재킷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지문 인식으로 잠금장치를 푼 후 [와이프] 에 전화를 걸었다.

 

   

 

“예, 선배 회사 근처인 것 같아요. 그냥 길거리 포장마차입니다. 네, 죄송합니다.”

  

  

 

테이블 밑에 있는 플라스틱 의자를 꺼내어 앉은 동민은 자신은 보지도 않고 없는 소주를 잔에 붓는 빈을, 턱을 괴며 바라보았다. 귀엽네, 아직. 서른이나 먹어 놓고.

 

 

  

“빈아, 소주 없는데.”

“뭔 상관이야.”

“그만 가자고. 선배 네 와이프 오실 거래. 너 괜히 욕먹어.”

“시끄러워, 조용히 해. 너 가.”

 

  

 

지가 불러 놓고 또 가래. 그때 내가 전화했을 땐 무시하기만 했으면서. 이내 테이블에 볼을 박아버리는 빈을 보고 동민은 웃을 수밖에 없었더랬다. 처음, 빈과 술을 마시던 때가 생각이 났다. 아마 동아리 회식이었던 것 같은데. 2차는 슬그머니 둘 다 빠져선 함께 했던 자취방 근처 편의점.

 

 

 동민이 너는 2차 갈 거지? 묻는 선배의 목소리에 동민은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해요, 오늘 할머니 집에 오셨는데, 회식이라고 밥만 먹고 들어간다고 말씀드렸거든요. 그렇게 말하는 동민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착하고 예의 바르다. 그걸 보던 빈은 속으로 킥킥대며 웃었다. 이미 빈은 2차 못 간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였고, 자기는 어떻게 하느냐며 징징거리던 아까와는 달리 너무 완벽하게 착한 후배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다.

 

매미가 힘차게 울고 있던 여름이었다. 공모전에서 ‘영예의 대상’ 타이틀을 거머쥔 사진 동아리 회장 민우는 쓰레기 같은 주량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좋다는 이유로 소주 두 잔에도 만취하는 사람이 소주 두 병으로 개 만취가 된 상태였다. 동민과 빈은 다행이다 생각했다. 저 형 아마 안 취했으면 우리 빼박 2차 각이었는데. 어찌어찌 둘 다 무리에서 빠져나왔고, 함께 걸어가는 여름의 밤 캠퍼스 길은 덥고 습했다. ‘벚꽃길 유명하다던데, 그쪽으로 걸어갈래?’ 물어오는 동민의 두 볼은 더워서인지 뭔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대답 대신 입술을 꾹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웃음이 하릴없이 터져 나왔다.

 

걸을 때마다 스치는 손등, 점점 적어지는 말수. 그렇다고 해서 싫지도 않았던 침묵. 적당히 취한 여름밤. 너무 좋았다고, 후회는 없다고. 동민은 서른의 빈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다시 너랑 좋아하고 싶다, 사랑하고 싶다. 늦은 거 아는데, 그냥…. 그런 생각을 하던 즘에 뒤에서 자신을 치는 누군가에 의해 파드득 생각을 멈추었다.

  

 

 

“저 미친놈이 술도 못 마시는 게.”

“오셨어요?”

“어! 동민 씨 오랜만이네요?”

“네, 진짜 오랜만이에요, 형수.”

“세상에. 그럼 옆에 쓰러진 사람 혹시 빈이 씨예요?”

“네, 그렇게 됐네요…….”

 

 

  

팔짱을 낀 여자는 민우에게 가열차게 욕을 퍼부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얼른 일어난 민우가 정말 용하다 싶었다. ‘여보……?’ 세상이 무너진 표정으로 그녀를 부르던 민우는 그녀와 인사를 나누고 웃는 낯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동민을 향해 눈빛으로 욕을 쏘아붙였다. ‘개새끼야’ 어깨를 으쓱 한 동민은 일부러 민우가 보란 듯이 빈을 어깨에 들쳐 멨다. 대충 자리를 정리하고 민우와 그의 아내에게 인사를 한 동민은 빈을 열심히 차로 옮겼다. 미리 에어컨 틀어 놓길 잘했네……. 땀이 비 오듯이 흘렀다. 후드 집업을 벗어 빈의 무릎에 덮어준 동민은 천천히 차를 출발시켰다. 새벽의 도로는 조용하기 그지 없었다. 차 문에 기대어 입술을 문지르며 조수석에 앉아 곤히 자고 있는 빈을 바라본 동민의 기분은 알 수가 없어졌다. 처음엔 이 새벽에 전화 온 문빈이, 괘씸했다. 저번에 내가 했을 땐 들은 척도 안 하더니. 내가 그때 어떤 기분으로 전화했는지, 너는 알아? 그리고 차분해졌을 때는 미안해졌다. 자신이 그때 전화를 했던 것까지 포함해서 모두 다. 자신이 빈의 앞에 나타난 것까지 다. 파란불과 빨간불을 반복하는 신호등처럼, 동민의 기분 또한 그랬다.

 

빈이 눈을 뜬 것은 집 도착까지 반이나 남은 상태였다. 주변을 둘러보더니, 동민의 차인 걸 인지한 빈은 입술을 깨물며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내가 또 사고 쳤구나. 술이 웬수지.

 

  

 

“그냥 내려 줘, 택시 타고 가게.”

“지금 몇 신줄이나 알아? 그냥 가, 아무 말 안 할 테니까.”

“내가 애냐? 내려 줘, 그냥.”

“……빈아.”

“……….”

“미안한데, 그냥 같이 가주라, 응?”

 

 

  

그렇게 절절하게 쳐다보는데, 내가 어떻게 그걸 거절해.

 

그리고 고요한, 도로 위, 차 안, 둘의 사이.

 

동민은 웃기게도 눈물이 났다. 내가 미쳤나 싶기도 했다. 내가 그때 뭐라고 했더라? 몰래 만나자고 했던가? 그리고 그때 문빈은 뭐라고 했었지? 알았다고 했나, 싫다고 했나. 집 앞에 차가 서고 나서도, 문빈은 내리지 못했다. 핸들에 고개를 처박고 어깨까지 들썩이며 울고 있는 이동민 때문에.

 

  

 

“너랑 7년을 만났는데.”

“……….”

“내가 너한테 뭐라고 했는지 알아? 기억하지?”

“그만해, 끝났잖아.” 

“그 사람 몰래, 만나자고. 네가 아직 좋다고, 사랑이라고.”

“동민아.”

“생각해보면 빈아, 나는 널 위해서 성공이 하고 싶었는데.”

“그만하라고, 이제.”

“성공이 널 가렸어.”

  

 

 

코끝에 눈물이 걸려 뚝뚝 떨어진다. 회색 트레이닝복 바지 위에 조그만 원이 점점 커다랗게 번지고, 또 그 위에 쏟아지고. 그만하라고 하는 빈이었지만 동민은 그만할 줄 몰랐다. 후회를 했다, 계속해서. 듣고 있는 빈이 괴롭던지 말던지. 또 이기적이게 동민은 자신을 위해 그런 선택을 했다. 내가 하는 말에 조금이라도 흔들린다면 그냥 나 한 번만 봐주면 안 될까, 하는 심정으로. 빈은 대답이 없었다. 손가락을 움직이며, 그저 창 밖만 바라볼 뿐이었다. 7년을 만났는데 동민과 빈은 그 흔한 커플링도 한 번 맞추어 보지 못했다. 예물 반지를 고르러 갔던 동민은 가느다란 빈의 손가락이 생각났다. 빈이 손가락이 몇 호더라? 신이 나서 반지를 고르던 자신의 약혼녀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리고 그녀 몰래 빈의 반지를 샀었다. 전해주지도 못할 그 반지를. 

 

 

  

“너 때문에 파혼한 거 아니야.”

“……….”

“사실은 나 때문이야. 너 못 잊은 나 때문에.”

“그래서 이동민 니가 하고 싶은 말이 도대체 뭔데.”

 

  

 

어느새 울고 있는 빈을 보고 동민은 제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그래, 맞아. 니가 울면 난 그런 느낌이었지. 손을 뻗어 빈의 볼을 조심스레 감싸 쥐었다. 엄지로 살살, 더없이 다정하게 그의 눈물을 닦아주는 이동민. 빈의 눈동자엔 동민이 담겨 있었다. 동민은 그 눈동자에 비친 자신을 보는데, 이상했다. 내가 널 이렇게 바라보고 있는데, 끝내자고 했었구나. 이렇게 바라보고 있는 주제에.

 

  

 

“넌 나에게 늘, 매일 첫사랑이야.”

“……….”

“그냥 그 말이 하고 싶었어.”

“이기적인 새끼.”

 

  

 

볼을 감싸쥔 동민의 손을 내친 빈은, 별안간 동민의 뒷목을 잡아 끌어당겼다. 눈물 섞인 입맞춤이었다.

 

  

매미가 힘차게도 운다. 커다란 꽃다발을 안은 빈은 더위에 한껏 빡친 얼굴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 선배 이 새끼는 무슨 스튜디오를 이렇게 외진 데 오픈하고 지랄이야? 신경질적으로 발을 쾅쾅 구른 빈은 빵 울리는 클락션 소리에 얼굴이 환해졌다. 이동민이다! 에어컨이다!

  

 

 

“야, 나 좀 빨리 타자. 더위 죽을 것 같아.”

“오래 기다렸어?”

“어, 한 5분?”

“그럼 카페라도 들어가 있지.”

“………꽃이 이상하게 쪽팔려서.”

 

  

 

회사를 그만 둔 민우는 스튜디오를 오픈한다고 했다. 드디어 나도 나 하고 싶은 거 한다며, 너 포토그래머로 들어올 생각 없냐며 민우를 열심히 꼬신 빈이었지만 끝내 넘어가지 않은 빈은 동민과 함께 개업 첫 날 민우의 첫 사진을 개시하러 가는 중이었다. 사진관에 들어선 빈은 퉁명스럽게 꽃을 건냈다. 진짜 꽃으로 선배 머리 내려치고 싶었는데, 스튜디오 안이 시원하니까 봐줄게요. 그렇게 얘기하는 빈에 민우는 어이없다는 듯이 너털 웃음을 흘리며 동민과 눈인사를 나눴다.

 

  

 

“둘이 같이 찍게?”

 

  

 

민우가 묻기도 전에 동민과 빈은 자리에 가서 서 있었다. 웃기는 뽕짝들이네.

 

 

  

“빈아, 우리 손잡고 찍을래?”

“그럴까?”

 

  

 

지금 늬들 손잡고 있냐? 감히 이 내 신성한 스튜디오에서? 사실 너네 재결합하는 데 내가 공은 큰 거 알지? 나 많은 거 안 바래~ 데스크탑 좋은 거 하나~

 

  

 

“선배, 그만 좀 궁시렁 대고 사진 좀 찍지?”

“문빈 개새끼야. 지 남친이랑 똑같이 개새끼네, 아주.”

“저 선배 지금 뭐라는 거야.”

“그냥 웃어, 빈아.” 

  

 

 

 

 

 

 

 

결 혼 합 니 다 

 

 

 

어제의 너와 내가 오늘 우리가 되어 

 

저희 두 사람 이제 한 길을 같이 걷고자 합니다. 

 

저희 첫 디딤을 부디 오시어서 따뜻한 사랑으로 축복해 주십시오. 

 

보다 힘찬 디딤이 될 것입니다. 

 

 

 

신 랑 이 동 민 

 

신 랑 문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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