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에서 만난건 잘생긴 도련님?

2020 겨울호
작성자
오비
작성일
2021-01-16 22:34
조회
37




황가에 내려지는 전설이 하나 있다. 나라 안이 평화롭고 백성들이 먹고살기 좋게 통치하는 어진 황제에게 태양의 신이 나타나 그의 자식에게 엄청난 힘을 준다고 한다. 신이니 능력이니 나같이 먹고살기 힘든 좀도둑에겐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마마님 방금 황후와 황자의 방이 분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 드디어 계획대로 황후의 아이를 없앨 수 있겠구나. 어서 사람을 불러오거라.”

 

늦은 밤 한 여자가 얼굴과 몸을 망토로 가린 채 주위를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자고 있는 보모와 아이가 존재하였다. 커튼을 활짝 열어 놔서 그런지 달빛이 아이를 비추고 있었다. 

여자는 아이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다가가 손에 들고 있던 단도로 아이의 가슴을 찌르려 하였지만 처음 사람을 죽여보기에 손이 떨렸던 그녀는 실수로 가슴이 아닌 아이의 볼을 스쳐버렸다. 다행히 아이는 깨지 않았지만 여자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단도에 베어 난 상처가 아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자는 재빨리 방에서 나와 후궁의 방으로 들어갔다.

 

“마.. 마마님!”

“시끄럽다. 목소리를 낮추거라, 헐레벌떡 뛰어오는 꼴을 보아하니 문제가 생겼나 보지? ”

“그.. 그것이 황자님께선.. 치유술을 가지신 것 같습니다. 그것도 아주 강력한..”

“너의 눈을 보아하니 거짓은 아닌 것 같구나.”

 

후궁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태양의 신 이야기가 사실이었다니. 그럼 태양의 신이 저 아이를 보호하겠고 또한 저 아이도 치유술을 받았으니 살해는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좋을까 생각하던 중, 성 밖에서 우연히 본 아무도 없는 높은 탑이 생각이 났다.

 

“너는 내 명령에 실패하고 돌아왔으니 목숨 부지는 어려울 것이다. 네가 살고자 한다면 황자를 데리고 마을 밖의 숲속 외진 곳에 존재하는 고층의 탑으로 가서 죽은 듯이 살아라. 너는 한 달에 한 번씩은 나에게 와서 보고를 하도록.”

 

후궁의 시종은 잠든 황자를 데리고 후궁이 말한 고층의 탑으로 들어갔고 다음날 황자가 없어졌다는 것을 안 황가는 황자를 잃은 슬픔에 빠졌다.

 

 

“제리!!”

“무슨 일이 있어도 저 주머니를 제리에게서 가져와!”

 

궁의 헌병들에게 쫓기던 남자는 운 좋게 그들을 따돌리고 근처에 있는 탑을 발견하였다. 입구가 보이지 않아 당황하며 벽을 만지자 이상하게 깊숙이 들어가는 돌이 있어 그 주위의 돌을 치우자 비밀 통로가 나왔다. 통로를 통해 올라가자 탑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내부를 둘러보니 몇 분전까지 사람이 산 흔적들이 보였다. 한 발자국 움직이려는 순간 머리 위에서 프라이팬이 날라왔다.  

 

눈을 뜬 순간 보이는 건 꽤나 잘생긴 남자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손을 움직이려 하였으나 손이나 몸이 기둥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 일단 좋게 말로 풀어 보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 굉장히 잘생긴 도련님 저는 수상한 사람이 아니랍니다. 그냥 지나가다 잠시 쉴 곳이 필요해 들어왔을 뿐이랍니다?”

 

앞에 있는 남자는 얼굴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가방을 들어 올렸다. 그제서야 제 몸에 가방이 없다는 것을 눈치챘다. 

 

“가방, 소중해 보이던데 다시 돌려줄게.”

“정말? 감사합니..”

“내일 저녁이면 등들이 하늘을 가득 채울 거야 당신은 내가 등들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나를 다시 이 탑에 데려다주면 그때 돌려줄게.”

“하, 유감스럽게도 그 왕국에서 나를 반기지 않아서 좀 힘들겠네요. 저한테 제 물건을 돌려주시고 혼자 가시는게?”

“그게 쉬웠음 이러고 있지 않겠지. 나는 이 탑을 나가 본 적이 없어서 혼자는 못 나가.”

“하.. 세상 물정 모르는 도련님은 안전하게 탑 안에 계세요. 바깥은 언제 목이 따일지 모르는 아주 위험한 세상이랍니다. 그러니 제 물건 돌려주시고 이만 저랑 빠이빠이 하죠.”

 

남자는 자신에게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나를 더욱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남자는 가방을 내려놓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어때 이제 포기할 생각이 드셨나요 도련님?이라고 떠드는 나를 향해서 다시 한번 프라이팬을 들고 머리를 과격하였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눈에 들어온 남자는 아까와는 다르게 손에 프라이팬만 들고 서 있었다. 

 

“가방은 내 가방은 어디 있어요. 우리 쉽게 쉽게 합시다. 나는 가방을 가지고 이 탑을 떠나고 도련님은 안전하게 탑에 계시고 얼마나 좋아?”

“.. 한 대 더 맞을래?”

 

한 대 더 맞을 것이냐는 물음에 입을 다물었다. 3번씩이나 프라이팬을 맞고 기절하고 싶지는 않았다. 

남자는 자신을 한번 쓱 보더니 한숨을 쉬더니 입을 열었다.

 

“그래 네 말대로 쉽게 쉽게 하자. 너는 가방을 돌려받고 나는 등을 보고 쉽잖아?”

“..”

“딱 48시간만 48시간 동안만 나랑 등을 보러 가”

“..”

“싫으면 여기 계속 묶여 있던가 시끄러울 때마다 한 대씩 때릴 거야.”

 

의지를 꺾지 않겠다는 남자의 완고한 표정에 먼저 포기하기로 하였다. 

 

“하.. 그래요, 딱 48시간입니다.”

 

대답이 예상 밖의 말이었는지 남자의 안 그래도 큰 눈이 커졌다가 금세 제자리로 돌아왔다. 남자는 내게 다가와 줄을 풀어주면서 내가 만약 도망가면 내 가방 속 물건을 부숴버리겠다는 살벌한 말을 하였다. 황자님처럼 청순하고 곱게 생겨서는 어떻게 부숴버리겠다는 건ㅈ.. 생각을 이어서 하려는 순간 본 그의 팔뚝은 생각보다 많이 아니 어쩌면 나보다 더 두꺼워 보였다. 순간 정말로 부숴버릴 것 같아서 생각을 그만하기로 하였다.

 

줄을 풀어준 남자를 데리고 아까 올라왔던 통로 쪽으로 향하였다. 남자의 반응을 보아하니 처음 본 눈치였다. 탑 밖으로 나가려는데 나가지 못하고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안 나갈 거예요?”

“.. 나갈 거야.”

“..”

“..”

“손, 내 손 잡아요.”

 

도련님은 천천히 손을 뻗어 손을 잡았다. 내 손을 잡는 순간 팔을 잡아당겨 밖으로 나오게 하였다. 

 

“어때요, 하나도 안 무섭죠?”

“어, 응”

 

잔디를 밟자 좀 전까지의 차가운 표정은 없어지고 굉장히 예쁘게 웃었다. 

 

마을을 가기 위해서 도련님을 데리고 걸어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탑에서 멀리 떨어지자 보이는 나무와 표지판 여기저기에 붙어있는 현상수배 전단지를 보고는 도련님이 뜯어서 내 얼굴에 가져다 대었다.

 

“너 지명수배자야?”

 

예쁜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네, 뭐 실물이 더 낫죠?”

“..”

“아무리 봐도 이건 너무 못 그렸어. 어떻게 내가 이렇게 생겼냐고”

 

도련님의 손에 있던 지명수배 종이를 낚아채곤 볼 옆에 종이를 붙이고 도련님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러자 종이를 가리키며 종이가 훨씬 낫다고 하였다. 

 

“허, 어이가 없네”

“그나저나 너 현상수배자면 들키면 우리 쫓겨 다녀야 하는 거야?”

“.. 아니라고는 말 못 하겠네”

 

말이 끝나길 무섭게 뒤에서 병사가 나오더니 큰소리로 찾았습니다하고 외쳤다. 여기 가만히 있다간 잡히겠다 싶어서 도련님의 손을 잡고 미친 듯이 뛰었다. 걸어오면서 계속 말의 소리가 안 들린 것으로 보아 말은 없는 것 같다. 뛰다가 근처에서.. 생각을 하면서 뛰고 있다가 정신 차리고 앞을 보니 어느 순간부터 자신보다 앞에서 뛰면서 자신을 이끌고 있는 도련님이 보였다. 내가 도둑이고 저쪽은 탑에만 살던 예쁜 도련님인데 자신보다 잘 뛰고 있다는 것에 잠시 놀라면서 기분이 나빴다.

뒤를 돌아보니 생각보다 많은 병사들이 뛰어오고 있었고 다행히 생각대로 말은 없었다. 뒤를 돌아보며 뛰다 보니 나무뿌리에 발이 걸렸다. 도련님과 손을 잡고 있어서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발이 삔 것 같다. 

길고 길었던 숲에서 빠져나오자 반기는 건 공사중인 절벽이었다. 여기서 잡히는 건가 싶었는데 주위를 돌아보던 도련님이 길을 찾은 듯 이끌려 하였지만 발목의 통증 때문에 더 이상 뛰기에는 무리였다. 도련님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나는 더 이상 못 뛰어요. 저 다리를 건너서 동쪽으로 쭉 향하면 마을이 나와요.”

 

일단 저 사람 먼저 보내놓고 다시 숲에 숨던지 아니면 공사장 근처이니 숨을 곳이 많을 것이다. 빨리 찾지 않으면..  이리저리 생각하고 있는데 손이 잡아 당겨졌다.

 

“너 내손 두 번은 놓지 마.”

 

화난 얼굴처럼 보였다. 말을 마치곤 자신을 들어 안았다. 갑자기 들어 올려지는 것에 놀라서 손을 그대로 도련님 목에 둘렀다. 다리를 향해 뛰었고 다리를 건넌 후 나를 잠시 조심스럽게 내려놓더니 내 허리에 두르고 있는 작은 단도를 꺼내들곤 자리의 줄을 끊었다.

 

 

 

마마께 황자에 대하여 보고를 올리러 가는 날 마지막까지 황자에게 탑을 내려와선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하고 나왔지만 뭔가 좋지 않은 기분이 궁에 도착하기 전까지 떠나질 않았던 여자는 궁으로 들어가지 않고 탑으로 방향을 꺾었다. 탑으로 향하면 향할수록 알 수 없는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도착하여 숨겨진 출입구 쪽으로 찾아가니 돌들의 모습이 마치 누군가 드나든 것 같았다.

미친 듯이 계단에 올라가 황자의 이름을 불러 보았지만 황자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침대 밑에서 반짝이는 무언가에 침대 밑을 뒤져보니 가방이 있었다. 가방을 열어보니 황자의 왕관이 들어있었다. 너무 놀라서 가방을 떨어뜨렸다.

지나가다 몇 번씩 들려던 소문과 전단지가 생각이 난 여자는 가방을 챙기고 곧바로 탑에서 나왔다.   

 

 

   

“괜찮아요, 나 뛸 수 있어요.”

 

도련님은 한숨을 쉬더니 다시 나를 안아 들고는 숲으로 뛰었다. 한참을 숲 안으로 들어가서야 나를 바위에 앉혀주었다. 그리고 맞은편에 한쪽 다리를 꿇고 앉더니 내 발목을 잡아 올렸다.

 

“너무 놀라거나 무서워하지 마.”

 

도련님이 부어오른 발목 위에 손을 올려놓자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손을 떼자 아까까지만 해도 찌릿찌릿했던 통증이 없어졌다.

 

“이제 괜찮을 거야, 한번 걸어봐”

 

걸어보니 진짜 나았다. 너무 놀라서 눈이 커지고 입이 벌어지면서 소리를 지를 것 같자 도련님은 놀라지 말라며 진정하라고 하였다. 벌어졌던 입을 다물고 크게 숨을 쉬면서 진정을 하였다.

 

“혹시.. 나한테 새로운 능력이 생긴 건?”

 

말없이 좌우로 고개를 돌렸다.

 

“아니면 나한테 엄청난 회복 능력이..”

 

이번에도 말없이 좌우로 고개만 돌렸다.

 

“와.. 도련님은 엄청난 능력을 가지셨네요. 부러워요.”

“글쎄, 어머니께선 이런 능력은 보호하고 지켜야한대, 그래서 절대로 그 탑을.. ”

 

도련님은 잠시 망설이더니 머리를 쓸어넘기며 한숨을 크게 쉬더니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분명 웃고 있었지만 너무 슬퍼 보였다.

 

“근데, 제리라고 했지?” 

“아, 제리는 제리이긴하죠. 근데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네요. 가난한 고아의 이야기는 딱히 재미가 없죠.”

“..”

“음.. 대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줄게요. 나는 이름이 2개에요. 제리는 고아원에서 받은 이름이고요. 제 진짜 이름은 문빈이에요.”

“문빈?”

“네, 이거 아무나 안 알려주는데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고 다리도 치료해 주셨으니 특별히 알려 드리는 거예요.”

“나는 은우야, 차은우.”

 

아까보다 훨씬 괜찮아진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은은한 미소를 띠며 웃었다. 사람 하나 홀릴 것 같은 미소였다. 

 

“저, 저는 장작 좀 더 가져올게요.”

“저기”

 

바위에서 일어나 장작을 가지러 가려는데 뒤에서 불러 뒤를 돌아보았다.

 

“제리보다 문빈이 더 예뻐.”

“..!”

 

눈을 예쁘게 접으며 미소를 지었다. 

처음으로 누군가가 문빈이란 이름이 예쁘다고 해주었다. 신기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안녕, 아가야”

“..! 어, 어머니? 절 어떻게 찾으신 거예요?”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자 그를 반기는 건 그의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그의 뒤로 가서 은우를 안았다.

 

“그거야 간단하지 그냥, 발칙한 소리를 들으면서 따라왔더니 여기더라?, 당장 가자” 

“어머니.. 잠시만요. 전 괜찮아요. 이렇게 잘 다녔고 좋은 사람도 만났어요.”

“그래 현상수배범 아주, 자랑스럽구나 어서 따라와.”

 

그녀는 은우의 팔 목을 잡아당겼다. 은우는 그녀를 따라가더니 뒤에서 들려오는 빈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 싫어요. 그는 좋은 사람이에요.”

“이래서 널 탑 밖으로 못 나가게 한 거야. 넌 지금 속고 있는 거야. 그럼 이걸 줘봐 이걸 받고도 그가 너한테서 안 떠날까?”

“이건..”

 

은우가 받은 건 빈에게서 가져온 가방이었다. 

 

“그를 믿는다면 이 가방을 줘봐.”

 

가방에서 어머니에게 시선을 돌렸을 땐 이미 그녀는 사라지고 없었다.

 

 

아침이 밝았고 다시 마을로 향해 걸었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장작을 가지고 돌아왔을 때 그의 표정을 좋지 않아 보였다. 마을로 걸어가는 지금도 조금 심각한 표정을 짓고는 아무 말 없이 걸었다. 

멍하니 걸어가는 그의 앞으로 걸어가 그의 얼굴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놀랬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요. 괜찮은 거 맞아요? 내가 몇 번이나 부른 거 알고 있어요?”

“아.. 미안.”

“.. 이제 다 왔다고요. 마을에.”

“마을..”

 

마을이라는 말에도 생각에 잠겨 멍한 도련님의 팔을 잡고 마을 입구로 달렸다.  

 

“내가 마을 구경시켜줄게요. 축제라서 장이 많이 열려 재미있을 거예요!”

 

도련님을 데리고 마을 안으로 들어가자 마을은 축제를 위해여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마을을 구경하다 식당에 들어가 밥도 먹고 옷도 고르고 디저트도 먹었다. 한 손에 아직 다 먹지 못한 디저트를 들고 여기저기 구경하다 황제와 황후, 황자가 그려져 있는 벽화 앞에서 도련님이 멈췄다.

 

“이건 어딘가에 계실 황자님에게 드리는 꽃이에요.”

 

한 아이와 엄마가 벽화 앞에 꽃을 두고 떠났다. 

도련님은 황후가 들고 있는 아기 황자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몇 분을 쳐다보더니 머리가 아픈지 머리를 짚고 살짝 휘청거렸다. 그런 그의 모습에 놀라 그를 부축하고 근처 의자에 앉았다.

 

“괜찮아요?”

“어, 이젠 괜찮아.”

“잠깐 어지러웠었나 봐.”

“깜짝 놀랐어요. 여기서 쉬고 있어요.” 

 

태양 마크가 그려진 손수건을 팔길래 도련님에게 잠시 여기서 기다리라고 말하고 손수건을 사러 갔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지. 

손수건을 사려고 기다리는데 저 앞에 서 있는 경비병을 보고 조심스럽게 줄에서 나와 골목길로 들어갔다. 들키진 않은 것 같은데 도련님에게 신경을 쓰느라 자신이 지금 무슨 처지였는지 잊고 있었다. 도련님한테 피해가 가면 안되는.. 아! 도련님! 도련님을 두고 온 것이 생각이 나서 급하게 분수대로 뛰어갔다. 도련님은 보이지 않고 사람들이 모여 시끄러운 곳이 있었다. 설마 싶어서 인파를 뚫고 들어가니 가운데에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어쩔 줄 모르는 도련님 보였다. 처음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보는 거겠지. 당황한 모습이 귀여웠다. 구경하는게 조금 재미있길래 조금 더 지켜보려는데 아무한테나 예쁘게 웃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왠진 모르겠지만 더 보고 있으면 왠지 화가 날 것 같아서 가서 팔을 잡고 끌고 나왔다. 지금 자신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

“.. 문빈?”

“아.. 그, 그게 그 그러니..”

“쉿”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쇠가 부딪히는 소리들에 긴가민가 했지만 곧이어 들리는 제리를 보았냐는 소리에 확신을 가졌다. 그들은 나를 잡으러 온 병사들이었다. 아까 못 본 줄 알았는데 봤구나 숨을 곳이 없었다. 골목이라서 더 이상 들어갈 곳이 없었다. 제발 조용히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거기 누구냐?”

 

제길 여기서 어떻게 도망가지? 내가 지금 도망가면 도련님만큼은 괜찮으려나 생각에 잠겨있는 내 손목을 잡은 도련님은 벽으로 밀더니 볼을 잡아 들어 올려 입을 맞추었다. 너무 놀라 두 눈을 질끈 감고 두 주먹을 꼭 쥐었다. 조금씩 손을 움직여 목에 팔을 둘렀다. 손을 두르자 더 깊게 짙게 입을 맞추었다. 

오랫동안 붙어있던 입술이 촉 소리와 함께 떨어졌다. 참았던 숨을 한 번에 몰아쉬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는게 느껴졌다. 지금 내 심장소리만 들리는 것 같았다. 여러 번 키스를 해봤지만 처음으로 떨어지는게 아쉽다고 생각이 들었다.

 

 

 

후궁은 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는 지하로 걸어갔다. 지하 감옥 그 깊숙한 곳에 도착한 황후는 한 감옥 앞에서 멈췄다. 그 안에는 늙은 여자 한 명이 있었다. 그녀는 후궁을 보자마자 무릎 꿇으며 살려달라고 빌었다. 

 

“분명 내가 황자가 눈에 띄지 않게 탑 안에서만 생활하도록 시킨 것 같은데. 내 말이 그렇게 어려웠어?”

“.. 그. 그것이.. 살려주십시오, 사.. 살려 주신다면..”

“나는 2번은 용서 안 해.”

“..”

“당신은 이미 2번째이고.”

 

후궁은 자리에서 일어나 뒤에 있는 남자에게 알아서 조용히 처리하라고 한 뒤 지하에서 나왔다. 방에 돌아온 후궁은 어떻게 황자를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어떤 상처를 내봤자 태양신의 힘을 가지고 있는 황자를 공격하는 것은 무의미했다. 그렇다면 그 옆에 제리라는 좀 도둑을 잡아야겠다.

 

“이 마을 안에 제리라는 좀 도둑이 어디 있는지 찾아와 죽이지는 말고”

 

 

 

“여기서 보는게 등을 보기에 가장 좋은 장소일 거예요”

 

도련님을 데리고 배를 빌려 호수 한가운데로 왔다. 바로 앞에 황궁이 보이는 자리였다. 밤이라 그런지 주위가 좀 어두웠다. 등을 보기에는 좋은 장소였다. 

조금을 기다리는 황궁 쪽에서 하나의 등이 올라왔다. 황궁의 등을 시작으로 하나 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등들은 곧 하늘을 가득 채웠고 호수 주위로도 하나 둘 날아와 어두웠던 호수를 밝혔다. 

밤 하늘은 가득 채우는 등들이 너무 예뻐서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등들이 움직이는데로 눈이 움직였다. 말로만 들어보았지 실제로 보니 너무 예뻤다. 넋을 놓고 구경하다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뒤를 돌아보니 도련님이 등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고마워요. 도련님 덕분에 저도 처음으로 등을 보았어요. 생각보다 더 예쁘네요.”

“나도, 데리고 와줘서 고마워.”

 

도련님은 등 하나를 내게 건넸다. 등을 받아들고 함께 등을 하늘 위로 올렸다.

 

“그리고 줄게 하나 더 있어, 더 빨리 줬어야 했는데. 조금 겁이 났어. 근데 이제는 더 이상 겁이 나지 않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

 

도련님이 건넨 건 도련님이 가져갔던 그 가방이었다. 가방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잠시 멈춰서 도련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 순간엔 이 가방은 내게 중요한 물건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뻗은 손으로 가방을 잡고는 밑으로 내렸다. 그러자 도련님은 다정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입 맞추고 싶어.”

 

팔을 뻗어 그의 목에 두르며 살짝 웃자 그는 그 큰 손으로 내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더니 천천히 입을 맞추었다. 

 

 

중앙에서 천천히 다리 쪽으로 향하였다. 그런데 무언가 좋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은 곧 현실이 되었다. 

 

“현상수배범 제리를 잡아라.”

 

다리에는 여러 명의 병사들이 있었다. 도망갈 수도 없이 그 자리에서 잡혀 팔이 묶였다.

 

“내용물 확인했습니다.”

“끌고 가.”

 

어떻게 된 것이지 누군가 우리를 발견한 것인가. 줄을 풀기 위해 팔을 움직이다가 걸려 그대로 배를 맞고 기절했다.

 

은우와 빈이는 각각 다른 곳으로 끌려갔다. 은우는 눈이 가려진 채로 무언가에 타게 되었고 어디론가 이동하게 되었다. 안대가 풀어졌을 때 꽤 고급 진 옷을 입고 있던 여자가 앞에 보였다.

 

“당신이 후궁이지?”

“어머, 맞아.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대충 보니깐 이미 다 눈치는 챈 것 같은데.”

“확실하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당신을 보니깐 확실해졌어. 내가 이 나라의 황자는 걸.”

 

 

 

그 많던 경비병이 두 명으로 줄었다. 두 명이면 상대할 만하다. 기절하는 척 살짝 풀어놓은 줄을 끊으며 오른쪽 병사를 먼저 제압하였다. 왼쪽 병사가 놀라서 우물쭈물 거릴 때 배를 가볍게 때려 기절 시키곤 도망쳤다. 도련님은 어디에 계실까. 어디로 가야 할까 생각할 때 문득 처음 만났던 탑이 생각이 났다. 그리곤 탑이 있었던 쪽으로 무작정 뛰었다. 무슨 정신으로 뛰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저 뛰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운 좋게 말을 구하여 더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탑에 도착하고 처음 나왔던 입구를 찾아 들어갔다. 계단을 올라가면 올라 갈수록 무슨 소리가 들렸다. 도련님 목소리와 함께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 처음부터 눈치는 채고 있었어, 다만 확신이 없었을 뿐이야.”

“어떻게?”

 

은우는 끈을 끊어보기 위해 최대한 손목을 움직였다.

 

“태양신의 능력이 조금씩 예전 기억들을 조금씩 보여주더라고”

“그래서?”

 

조금만 더 시간을 끈다면 줄을 끈을 수 있을 듯했다. 줄만 끊는다면 후궁을 제압하고 탑에서 벗어 날 수 있다.

 

“꿈에서 나온 등을 본다면 확신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

 

조금만.. 조금만 더.

 

“그럼 그 좀도둑은?”

 

바쁘게 움직이던 은우의 손이 멈췄다. 은우는 피식 웃었다.

 

“그 좀도둑, 그저 하나의 보험 같은 거였어. 길도 알려주고, 들키면 저 좀도둑이 납치했다고 하면 될 것이고 마을에 도착하고 나선 마을 병사에게 넘겨주면 현상금도 받고 얼마나 좋은 보험이야.”

“그래? 그렇다는데 어떻게 생각해?”

 

계단이 있는 곳에선 나온 것은 배에 칼을 찔려 쓰러진 사람이었다.

문빈을 본 순간 은우의 차가웠던 놀라서 눈이 커졌다. 칼에 찔린 사람이 문빈이라는 것에 화를 참지 못하고 움직였지만 팔다리가 모두 묶어있었기에 의자만 들썩일 뿐이었다. 화를 참지 못하는 은우의 모습을 보고 후궁을 배를 부여잡고 웃었다.

 

“단지 보험이라며.”

 

흥건히 쏟아지는 빈이의 모습에 점점 화가 가라앉고 머리가 차분해졌다. 그리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빈이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내가 저 사람을 살릴 수 있게 해준다면 나를 죽이는 방법을 알려줄게.”

“..”

“당신은 모르잖아. 나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을, 당신이 나를 어떻게 찌르든 나는 치유의 힘으로 다시 치유될 수 있어.”

 

후궁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먼저 알려줘. 그리고 허튼수작 부리면 치유할 순간도 없이 죽여버릴 거야.”

“.. 그래”

 

후궁이 줄을 순순히 풀자 은우는 빈이에게 달려갔다. 

 

“약점은?”

“머리를 통째로 잘라버리면 돼”

 

은우는 조십스럽게 빈의 상처 위에 손을 올렸다. 상처가 치유되기를 기다리는 틈에 뒤에서 후궁이 누군가를 애타게 불렀지만 나오지 않았고 마음이 급해진 후궁은 직접 칼을 들고 무방비한 은우의 목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후궁과 은우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 누군가가 다가오는게 느껴졌다. 다리를 뒤로 뻗어 뒤에서 다가오던 사람을 걷어찼다. 아픔에 잠시 멈칫한 상대의 손목을 빠르게 가격하여 들고 있던 무기를 떨어뜨리게 하였다. 상대의 무방비한 상태에 주먹을 얼굴로 날리려는 순간 상대의 단도가 빠르게 볼을 스쳐 지나가 자세가 무너졌다. 무너진 자세로는 주먹이 나가질 않아 재빨리 왼손으로 배를 가격하였다. 억 소리와 함께 계단 밑으로 굴러떨어졌다. 아까 떨어뜨린 단도를 보니 느낌상 내가 찔려야 할 것 같았다. 대화상 찔려야 할 부분에 배를 찔렀다. 잘 못하면 죽을 수도 있었고 무서웠지만 은우를 믿고 찔렀다.  

 

 

 

칼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후궁의 놀란 표정을 보고 피식 웃은 빈은 그대로 힘을 주어 후궁이 들고 있던 칼을 날려버렸다. 

 

“당신이 찾는 그분은 밑에 곤히 잠들어 계세요.”

“이젠 후궁께서 얌전히 잡혀 주셔야겠습니다.”

 

은우는 후궁을 줄로 묶었고 아까 다 치료하지 못한 문빈의 상처를 돌보았다.

 

“너는 상처 단 몸으로 그렇게 행동하면 어떻게 진짜 죽을라고 환장했어?”

“아, 그래도 덕분에 잡았잖아요.”

“네가 옷 잡았을 때 얼마나 놀랬는데.”

 

자신이 찌른 것이라고 말하면 은우는 더 화낼 것 같아서 그 말을 하려다가 도로 삼켰다.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선 은우는 답지 않게 긴장하여 뻣뻣한 로봇 같았다. 그늘이 진 곳에서 서 있으니 그런 모습이 더 잘 보였다. 그는 꽤나 귀엽고 웃겨 살짝 웃음이 나왔다.

문이 열리더니 황제와 황후가 들어왔다. 황후는 입을 막은 채로 천천히 걷더니 은우를 힘껏 안아서는 눈물을 흘렸다. 황제도 황후의 뒤를 이어 황후와 은우를 안았다. 세 명의 모습은 행복해 보이면서도 따뜻해 보였다. 내가 낄 자리는 아니라고 느껴 조용히 황국을 벗어나 다시 떠돌이를 하였다. 

 

 

황자를 찾았다는 행복에 온 나라가 며칠간 축제를 즐겼다. 황자의 명복을 비는 등은 황자의 행복을 비는 등으로 바뀌어 축제의 밤마다 등을 올렸다. 은우는 황궁에서 등을 올릴 때면 빈이와 함께 본 호수의 중앙을 바라보았다. 

 

 

이번 건이 좀 스케일이 커서 도망치다 여러 번 맞기도 하고 걸리기도 해서 다리 한 쪽이 부러진 상태이다. 이 상태로 어찌어찌 따돌리고 바위에 앉아서 숨을 돌렸다. 조금만 쉬었다 다시 도망가야지 생각하던 차에 인기척이 느껴져 위를 바라보니 후드를 쓰고 있는 은우가 보였다. 3년만 이었다.

은우는 퉁퉁 부어있는 다리와 나를 벌갈아 쳐다보았다.

 

“3년 전에도 여기서 치료해 줬었는데.”

“.. 맞아요.”

“그런데 어째서 떠난 거야?”

 

바로 날라오는 돌직구에 잠시 눈을 위아래로 돌리던 문빈은 한숨을 푹 내쉬며 뒷머리를 긁었다.

 

“그냥, 내가 겁쟁이라서 그래요. 도련님은 이제 황자가 될 것이고 그러면 저는 버려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버려지기 전에 도망간 거죠.”

“내가 어떻게 너를 버려.”

“.. 그건 모르는 일이죠.”

“내가 너를 그렇게 쉽게 버렸으면 3년 동안 너를 찾아다녔을까?, 3년 동안 너를 그리워했을까?”

 

은우는 빈이의 손을 잡았다.

 

“나랑 황궁으로 돌아가자.”

 

빈이는 잠시 망설이더니 천천히 은우의 손에서 자신을 손을 뺐다. 그리고 은우의 품에 안겼다. 

 

“나를 버릴 것 같다 싶으면 도망갈 거예요.”

“절대로 도망가게 놔두지 않아.”

 

 

빈이를 성으로 데려와 그의 이름을 제리에서 문빈의 이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며, 도둑질에서 손을 떼고 새 출발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몇 개월 동안 빈이가 결혼을 하자고 하자고 몇 년을 조르고 조리길래 마침내 하겠다고 했다. 

 

문빈은 은우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 쳤다. 

 

“으누.”

“알았어요.”

 

사실은 내가 졸랐다.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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