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시켜줘

2020 봄호
2020 봄호
작가
양갱
주제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시켜줘 (슬기로운 의사생활)




초등학교 들어 오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진 은우와 문빈. 어릴 때였지만 뭔가 서로에게 이유 모르게 끌려서 둘끼리만 놀고 다른 친구들과는 충족이 되지 않았다.

그 이유인지 중학교 입학하면서도 서로만 바라보는, 없으면 안될, 옆에 있어야 하는 같은 수식어가 붙는 친구가 되었다. 시험기간에는 같이 공부도 하고 심심하면 빈이가 은우네 집에 놀러갔었고, 빈이가 여자친구에게 차였을 때 놀이터에서 울고 있었으면 달래러 나갔었다.

추위를 많이 타는 은우는 항상 빈이의 담요를 덮고 있으면 빈이는 은우의 가디건을 항상 입고 있었다. 아침에 등교할 때 은우가 빈이네 집 앞에서 기다릴 때면 빈이의 놓고 온 명찰이나 넥타이를 늘 챙겨 줬었다.


그만큼 의지하고 정말 매일 붙어있었다. 은우가 빈이를 배려해주는 덕분에 사이가 멀어지는 일은 없었다. 빈이는 은우가 자기를 엄청을 넘어 항상 배려해주는 걸 알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계속 틱틱대고 만다. 은우덕에 빈이는 고등학교 2학년까지 고등학교 생활을 잘 챙기고 있었는데 일은 2학년 중반에 터지게 된다.

빈이네 집에 가고 있었던 은우는 문 앞에서 7년동안 만난 빈이를 떠나 보내야 한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사실 빈이네 집 안에서는 갑작스럽게 유학을 가야한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듣고 싸우는 중이였다. 그걸 은우가 들어버린거고.

하지만 집도 잡아놓고 비행기 티켓도 다 잡아놨는데 안간다고 버틸 순 없으니 억지로 떠밀려 가게 된다. 은우의 첫 이별이였다. 은우는 하루종일 붙어있어도 질리지 않는 사람을 처음 만나보고 그런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도 처음이었다. 모든게 처음이었는데. 은우는 너무 버거웠다 이 이별도, 만남도, 이렇게 큰 버거움도.


이 모든게 처음이라. 그렇게 그 날밤, 은우가 잤던 모든 잠들을 다 꺼내 자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마음 속에 회색 빛 뭉게구름이 낀듯 답답하고 아팠다. 빈의 억지로 공항에 나가는 날, 빈이와 은우는 마지막이였으면 하는 인사를 나눈다. 맨날맨날 손 편지 쓸테니 꼭 읽고 답장 보내달라고.

빈은 귀찮은 성격을 뒤로하고 은우와 연락하기 위해 유일한 소통망인 편지를 쓰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그렇게 허무하게 7년 우정을 떠나보내고 은우는 빈의 편지만 기다렸다. 학교 끝나면 집으로 달려가 우편함부터 확인했다. 혹시라도 없으면 집에 무슨 우편 오지않았냐고 묻는게 일상이 되었다. 매일 지치지도 않는지 집에 나갔다 들어올 일 있으면 꼬박꼬박 확인했다. 분명 보낸다고 했는데. 빈이가 이런 약속을 안지킬리가 없었다. 하지만 연락도 안되고 빈이가 가끔 올리는 인스타는 발길이 끊긴지 오래였다.

그렇게 한달을 우편함에 매달며 살던 중 오늘도 확인하던 우편함에 하얀 편지 봉투가 있다. 설마 설마하며 드니 미국 우표가 붙어있었다. 빈이다. 그토록 보고싶어했던 문빈.


*


From. Moon bin
안녕 은우야ㅎㅎ 유학 오고 한달간 시차적응에 이사랑 이곳 저곳 좀 돌아다니느라 정말 바빴어ㅠㅠ 그래서 편지를 못 보냈던 거야 이해해줘.. 나두 미안해ㅜ.ㅜ 또 차은우 나 무슨 일 생겼을까봐 엄청 걱정 했겠네ㅋㅋ 바보 차은우~ 이럴거면 편지 쓴다고 하지말걸 깜짝으로 보내게. 억지로 온거긴 한데 여기도 나름 좋아. 처음으로 독립해서 무섭기도 한데 일단 자유가 있잖아! 맞다, 나 그리고 좀 영어 잘하는듯ㅋㅋㅋ 모의고사때 아무리 잘봐도 입이 안떨어졌는데 이제는 완전 유창해. 아 차은우랑 놀고 싶다~ 여기 사람들도 다 잘생기긴 했는데.. 그래도 너가 옆에 없어서 엄청 허전한거 있지? 너도 옆에서 맨날 장난치고 조잘조잘 말하는 애 없어서 허전하겠다. 차은우 나 빼고 친구 없는거 아냐~? ㅋㅋㅋ 야 나 없다고 혼자 다니지 말고 너도 친구 좀 사겨. 그러다 영영 혼자 살려고? 시비는 아냐!! 배고프다 지금 오후 11시인데 한국은 몇시이려나. 차은우 너 나 돌아오기 전에 놀 곳 찾아봐라. 아주 혼쭐내줄거야. 노래방도 가고, 피시방도 가고 다가자. 차은우 얼굴도 보고. 아무튼 나만 너무 기다리지 마라~ 나 인기 많아서 피곤해 ㅋㅋ 이 정도 써줬으면 일주일은 버틸 수 있지? 너도 답장 보내라ㅡㅡ 안보내면 우씨, 죽을 줄 알어.
To. 차은우

빈이에게
너 이러기야? 내가 얼마나 불안했는데. 밥 없으면 못 살면서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또 거기 음식은 입에 맞는지, 시차는 적응했는지. 모든게 걱정 됐단 말야. 나 걱정할거 알면서.. 너 미워. 너 말대로 나 너 말고 친구 없어. 혼자 다녀. 다 친구들이 너 옆에 붙어있던 애 어디갔냐고 묻더라. 친구들이 물을때마다 난 또 설명해줘야 했어. 너 유학 갔다고. 그거 말할때마다 얼마나 너가 보고싶었는데.. 잘 적응한 것 같아 다행이다. 누구한테 말 함부로 걸지말고, 누구 잘 믿지 말고. 또 깝치다가 싸울라. 너 장난치는 거 나밖에 못 받아줘ㅋㅋ 너 올려면 한참 멀었네. 키도 많이 커서 와. 영어도 늘었으면 이제 모의고사 100점 맞겠다. 너 가르치느라 고생 안해도 되네ㅋㅋ 장난이야. 시험기간이라고 치고 너 얼굴 보는건데 뭐. 거기서 감기같은거 걸려오지 말고. 밥 꼬박꼬박 잘 챙겨 먹고. 알겠지? 빈아 보고싶다.
바보 차은우가


*


From. Moon bin
미안하다구ㅡㅡ 나도 어쩔 수 없었어... 근데 여기 좀 무서워ㅠㅠ 어떤 날은 시비도 걸렸어 ㅜ.ㅜ 진짜 눈물 날뻔 했다니까? 너가 있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텐데, 보고싶다! 음식도 입에 잘맞아 괜히 내가 문밥이겠냐?ㅋㅋ 내가 엄청 보고싶은가보네~! 나 의외로 안깝쳐 조용히 산다구. 이 편지가 언제쯤 가려나.. 난 이 편지 보내면 한 한달은 걸리는 것 같아. 너도 이 만큼 걸리려나? 얼른 답장 왔으면 좋겠다. 맨날 챙겨주던 애가 없으니까 너무 허전해. 너 보고 싶어.. ㅜ3ㅜ~ 요즘 계절 타는건지 외롭당 외로울 때나 힘들때면 너가 옆에 있어서 전 여친 이름도 생각 안났는데.. 뭔가 우리 이러니까 커플 사이 같지 않냐?ㅋㅋㅋ 내 생각 너무 하지말구 너도 너 생활 챙겨라~ 나중에 또 편지쓸게!! 안녕
To. 차은우
*
편지에는 적응 잘 했다고 영어도 잘한다고 썼지만, 사실 영어 잘못해. 난 아직도 무서운게 많아. 영어도 못하면서 뭔 유학을 간다고.. 조금 후회 되지만 눈 앞에 닥친 생활부터 살아야지 뭐. 말도 안되는 바디랭귀지로 나름대로 주문 할것도 하긴했어. 하지만 학교에서는 소통이 안돼 혼자 다녔어. 조금 외롭긴 했지만 간간히 너한테 보내는 편지로 달래고 있었어. 너가 아니였으면 벌써 돌아갔을지도 몰라.


*


빈이에게 D-64
빈아 오늘 길고양이가 먼저 나한테 다가와서 고개를 부빈거 있지? 근데 그 모습도 뭔가 나한테 칭얼대는 너 같더라. 맞다 그리고 너 없는 사이에 우리 학교 운동회도 준비하고 있어. 운동회 준비 하는데 벌써부터 싸우고 난리도 아니야ㅋㅋ 날짜가 이렇게까지 됐네. 산하랑 민혁이가 너 오면 서프라이즈 하겠다고 계획도 짜겠대. 너 놀라는거 싫어하잖아, 그래서 놀라지 말라고 얘기해주는거야. 벌써 우리 64일밖에 안남았어. 너 얼굴도 이제 가물가물하려고 한다.ㅋㅋ 아 그리고 저번주에 산하랑 민혁이랑 같이 하교하는데 앞에 까만 비닐봉지가 있길래 산하가 차면서 노는거야. 그러다가 분명 넘어지거나 발 땅에 박거나 둘 중 하나 하겠다 싶었는데 진짜 발 박더라. 너 옆에 있었으면 내 팔 때리면서 웃었겠지? 얼른 보고싶다.
은우가
*
얼른 너가 돌아와서 내 옆에서 쫑알쫑알 떠들고 매점 가자고 졸랐으면 좋겠어. 이게 허전한건지 그냥 너가 보고싶은건지. 그냥 친한 친구가 옆에 없으니까 허전한거라고 믿고싶어. 


*


From. Moon bin D-40
나 오늘 고백 받았어. 결론만 궁금할테니까 말해줄게, 유학 생활이여서 곧 간다고 말하고 거절했어. 근데 뒤에서 수군대더라. 조금 기분 상했지만 뭐 어떡해. 이제 진짜 한국 갈 날도 얼마 안남았네. 맘 같아서는 짐 싸고 바로 가고싶다ㅋㅋㅋ. 아 그리고 한국 가면 너 주위에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시켜줘. 누구를 소개 받고 싶은지는 편지 보낼때마다 마지막에 써놓을게. 보나마나 차은우가 안된다고 하겠지? 그래도 받을거야 해줘.ㅡㅡ 아 그리고 프롬 파티 했는데 사진도 한장 같이 보낼게! 곧 만나자.

진심으로 나만을 사랑해줄 수 있는 성숙하고 성실한 사람이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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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차은우
*
디데이 40. 이제 차은우를 볼 날이 한달 하고 일주일 조금 넘게 남았다. 너가 뭐라고 이렇게 떨리는지. 널 곧 본다는 생각에 항상 실실 웃고다니니까 나 이상하게 보잖아.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긴 하겠다. 사실 소개 시켜달라는거 너보고 한 말이야!


*


빈이에게 D-32
어떻게 오자마자 소개 받을 생각밖에 안하냐ㅋㅋ 그래, 소개 시켜줄 사람 찾아볼게. 프롬파티는 어때? 재밌어? 나 깜빡 잊고 장 사는 것 같다?? 서운해. 나 오늘 학주한테 깨졌잖아. 학주 맨날 안 그러더니만 오늘따라 날 잡고 그런대. 너 없어서 이제 너한테 화풀이 하나보다. 하긴 너한테 그렇게 구는거 볼때부터 화났는데. 으 짜증나, 맞다 우리 운동회 1등 했어! 너가 있었음 계주하는건데. 다른 애가 대체 하긴 했지만 반 친구들도 너가 역시 짱이라고 하더라. 얼른 와, 오면 선물도 주고 너가 좋아하는 젤리도 왕창 사줄게, 넌 몸만 와.
차은우가
*
소개 시켜주라는 말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말 뜻 이해하고 모른척 했다. 널 많이 아껴주는 좋은 사람 소개 시켜줄게.
*
From. Moon bin D-24
이제 한달여채 안 남았네! 차은우 뭐가 바꼈으려나..ㅋㅋ 우리 진짜 몇주 안남았네.. 떨려ㅋㅋ 난 젤리 뭐 좋아하는지 알지? 모르면 죽어 진짜!! 이제 여기도 짐 정리 하고 친구들한테도 인사 해야돼네.. 아쉽다. 이제는 한국에서 뼈 빠지게 일할 일만 남았네. 이제 바빠서 편지 잘 못보낼거야. 넌 보내줘 알겠지? 나 다시 정리 하러 갈게, 할게 많아서!

혼자임에 지쳤던 내 모든 걸 손이 고운 사람한테 맡긴채 외로움을 잊었음 좋겠어.
To. 차은우
*
남은 24일, 빈과 은우는 서로를 생각하며 4주를 보냈다. 버텼다는게 맞는 표현같다. 날짜가 가까워지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가까워질수록 서로가 서로를 보고싶어 애타고 안달나했다. 그리고 12월 31일.

*
으누
[ 빈아 오늘 오후 9시 카페 앞에서 시간 돼? 내가 소개 시켜줄 좋은 사람 만나야지 ]
*




빈은 비행기에 타기 전 은우의 문자를 받았다. 설렘인지 떨림인지 알수 없는 감정으로 공항에 내렸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집으로 가 옷부터 갈아입고 카페 앞으로 달려갔다. 차은우다. 혹시나 하는 떨림은 얼굴을 보자마자 안도감으로 채워졌다. 하얀 입김을 내쉬면 찬 공기가 입속으로 들어와 몸에 소름을 돋게 했다. 사람들이 곳곳에 지나가는 거리에서 까맣지만 밝은 길거리 조명 아래 빨개진 코 끝으로 서로만 바라보고 있었다. 빈은 빨간 볼을 타고 내리는 눈물을 슥슥 닦고 은우 앞으로 다가갔다. 그렇게 한참을 서로만 보다 빈이가 먼저 입을 뗐다.

-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시켜주라고 했더니 진짜네?
- 좋아해, 기다렸어.
- 나도.

빈과 은우의 마지막 10대는 카페에서 파는 마카롱보다 달콤했고 서로를 애타게 기다린 시간만큼 차갑다면 차가웠던 입맞춤으로 마무리 됐다. 까만 밤 사이 밝게 빛나는 달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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