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빈

2020 봄호
2020 봄호
작가
로미
주제
파라다이스 (꽃보다 남자)



태어나서 처음 목격한 천장마저 삐까뻔쩍 광이나던 천장이었으며, 그곳 한국 아닌 아메리카였다. 신생아실도 우리 빈이는 1인실 썼어요. 이름도 사대천왕스럽게 문빈, 대한민국 최대 기업인 오성그룹, 우리가 먹는 거 입는 거 살아가며 쓰는 가구 전자제품 등등등 눈에 보이는 대부분 오성그룹 제품이었고 문빈은 그 기업 외동 아들로 태어나 자라며 늘 항상 극진히 모셔졌다. 우리 빈이 군면제 해주시려 태어나 줄곧 미국에서 살다가, (하지만 영어 드럽게 못했다.) 14살때 한국와서 명문 중학교 입학했고, 빈이 중학교 1학년 때 벌써부터 대입 걱정하시던 회장님 결국 고등학교 하나 설립하셨다. 베리스페셜로얄판타스틱어메이징 상위 1프로만 다닐 수 있는 오성 하이스쿨은 문빈 위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는 학교로 돈 썩어나는 집안 자식들 다니기에 굉장히 적절하였다. 저소득층 서민 절대 입학금지, 는 아니지만 돈 많아야만 입학 가능. 아무튼 좋은시설 좋은 교육환경 좋은교복 등등등을 이유로 누가봐도 고소득층 자녀들만 입학 가능한 학교 설립하자 일반 시민들에게 욕 개먹었고 불매운동 벌어지자 회장님께서 급하게 전국 각지에서 학업성적 좋은 애들 딱 다섯씩 뽑아 장학금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해주셨다. 


그 덕에 오성 명문 하이스쿨 목표로 공부 코피터져라 하는 학생 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초등학생 때부터 더 나아가 유치원생 때부터 오성을 목표로 공부시키는 부모들이 굉장히 많아졌지만, 차은우는 그것과 굉장히 거리가 멀었다. 옆에 친구들 오성 고등학교 목표로 공부 할때 차은우는 그냥 그 고등학교 굳이 갈 필요가 있나 생각하며 자기 공부할거 했고, 그랬더니 어쩌다 중학교 3년 내내 성적우수자 였으며, 선생님들 당연히 은우에게 오성 고등학교 지원 권유하셨고, 나쁠 거 없으니 은우 또한 그 학교 지원했다. 그리고 덜컥 그 지역에서 지 혼자 오성 고등학교 붙어버린 거다.


은우 오성고 합격 소식에도 가족들 침착함 유지하며 칭찬 몇 마디와 동시에 그래도 잘난 채는 하지마라, 하고 은우 콧대 잘 눌러주셨다. 암튼 굉장히 대단한 일이지만, 마치 별로 대단한 일 아닌듯 입학한 차은우의 목표는, <조용히 학교 다니다가 좋은 대학 가기> 였다. 하지만 장학생 다섯명은 전교생에게 관심을 받는다. 거기다 차은우 얼굴 차은우다. 또 차은우 장학생 다섯명 중 1등이었다. 심지어 1등은 장학생 대표로 입학식날 선서한다. 좋은 대학은 갈 수 있어도 조용히 학교 다니기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됐다. 


차은우 입학 첫 날 은우네 반 앞에 은우보러 온 애들 바글바글했고 교실 거의 터져갔다. 수업 땡땡이 친 애들 몇이 수업 중인 은우네 반 교실 창문 두드리고 가는 짓도 했다. 거기다 은우가 뭐 물건이라도 꺼내면 이거 뭐야? 너네는 이런거 쓰는구나... 하고 외계물건 보듯 하는데 굉장히 성가시고 귀찮았으며 공부에 방해까지 되기도 했다. 심지어 차은우가 화장실이나 급식실이라도 가려 복도를 고개 푹 숙이고 걸어도 비싼 향수냄새 코 아프게 나는 돈 많은 집 애들이 졸졸 따라다니며 말 걸어댔다. 대충 웃어주며 대답하려는데 갑자기 웬 여자애 하나가 하이톤 목소리로 “어 빈이다!!!!” 외치더니 그 목소리가 신호탄이라도 되는 듯 은우 주변에 있던 애들이 우르르르 그 빈이라는 남자애 쪽으로 향했다. 



“문빈 님, 오성그룹 외동 아들. 저 분 때문에 이 학교가 만들어진 거지. 평소 말이 없고 과묵한 성격이지만 사실은 마음이 따뜻하고 체육과 맛있는 음식과 동물을 사랑하시지...”


그냥 공부안하고 운동 좋아하고 잘먹는다는 거지? 아직 차은우 옆에 남아있던 안경 쓴 남자애가 안경 추켜올리며 친절히 문빈 설명해준 뒤, 그럼 안녕. 너도 빈 님이랑 친해지는 게 좋을 걸? 하며 후다닥 문빈에게로 뛰어갔다. 순간적으로 지랄하네... 라는 생각 들었지만 아무튼 문빈 덕에 자유를 찾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나 말고 쟤만 쫓아다니기를. 그런 생각하며 문빈 쳐다보고 있다가, 갑작스레 눈이 마주쳤다. 차은우 습관적으로 활짝 웃었다가 괜히 엮일까봐 얼른 등 돌려 자리 피했다. 쟤랑 엮이면 진짜 몇 배로 피곤해지겠다는 생각하며 빠른 걸음으로 도망치려 하는데, 


“잠깐!!!!!!”


드럽게 넓고 삐까뻔쩍한 복도에 문빈으로 추정되는 목소리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여기서 도망치면 어떻게 되지. 아니면 나를 부른게 아니라면?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거기 너 장학생 선서한 애 이름 차은우!!!”


이번엔 다른 목소리가 정확히 차은우 지목하여 불렀다. 아마 여기서 무시하고 그냥 간다면... 별로 상상하고 싶지도 않으니 그냥 웃는 얼굴로 뒤돌았다. 주머니에 손 찔러넣고 뭔가 심통난 듯한 얼굴로 서있는 문빈 앞에 느릿느릿 걸어가 섰다. 걷는 내내 빈이 주위에 있던 애들이 차은우 뚫어져라 쳐다보며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졌다. 


빈이 앞에 서니 눈높이가 딱 맞았다. 왜 불렀어? 하고 묻는 은우 물음에도 문빈이 아무 대답 없이 은우 얼굴만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꾹 다문 입을 열었다. 

“니가 차은우야?”

그때 말투가 초딩같길래 귀여워서 좀 웃으며 대답했다. 응, 왜? 사이사이 웃음 섞으며 그렇게 대답하자 빈이가 또 표정을 심각하게 굳힌다. 그러더니 은우 어깨 위에 제 투박한 손을 턱 올리더니 눈썹 잔뜩 찌푸린 채 말했다. 


“... 너 내꺼해라.”


...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말에 분위기 개 싸해지며 그 어느 누구도 뭐라 말을 꺼내지 못했다. 어깨 잡힌 차은우 웃지도 울지도 뭐라 설명 불가한 표정으로 어... 어? 하고 되물었고 지 혼자 아무렇지도 않은 문빈 당황한 차은우 양 어깨잡고 반복되고 강조되는 목소리로 차은우를 놀라게 했다. 


“너, 이제부터 혼자다녀.”

“어...?”

“너, 이제부터 혼자다니라고.”


나 방금 입학했는데 왜, 왜요. 개당황한 차은우 전혀 신경쓰지않고 은우를 끌어당겨 어깨동무 하더니 주머니에 손 찔러넣고 개넓은 복도에다 대고 쩌렁쩌렁 울리게 말했다. 


“이제부터 누구든지 차은우랑 말하면 죽는다, 얘는 앞으로 나랑만 말하고, 나랑만 다닌다. 알겠냐.”


문빈 말에 거기 복도에 있는 애들 반사적으로 네!!!! 대답하고 멍청한 표정으로 차은우와 문빈 번갈아 쳐다봤다. 아까 차은우한테 문빈 설명해준 남자애 요상한 소리와 함께 눈물 닦으며 돌아섰다. 문빈 단단한 팔근육에 얼떨결에 감싸진 차은우 고개 돌려 빈이 얼굴 쳐다보자 문빈도 따라 은우와 눈 맞췄다. 그러자 문빈 급하게 고개 휙 돌리더니 팔도 얼른 치운다. 그 행동에 차은우 문빈 캐릭터 파악 대충 되어 한숨 작게 쉬었다. 다루기 쉽겠구나, 그리고 나 조용히 학교다니기가 어떤 면으로는 가능해졌지만 어떤 면으로는 완전히 개 망했구나. 






문빈은 쓸데없이 긴, 차은우 인생에 문빈 아니었으면 죽어도 탈 일 없을 개 비싼 리무진 차를 타고 매일 아침 차은우 데리러왔다. 이러다 말 줄 알아 그냥 지맘대로 하게 뒀더니 입학한지 세 달이 지나도록 매일 꾸준히 이러길래, “빈아... 가족들이 자꾸 나 너한테 뭐 사체썼냐고 여쭤보셔. 그니까 그만 와줄래?” 라고 말했다. 근데 돌아오는 답은 “사체가 뭐야?” 혹은 “싫어.” 라는 말 뿐이라 그냥 포기했다. 

문빈과 차 안에서 어색하게 몇 마디 주고 받고 같이 학교에 도착해 쓸데없는 관심 받으며 학교 건물로 향한다. 심지어 문빈이 자기랑 같은 반으로 지맘대로 차은우 반 바꿔놓는 바람에 교실도 함께 들어간다. 그 길 내내 아이돌 출근길 마냥 사람 미어터지고 과한 관심 받는다. 이렇게 살면 피곤하겠다 싶어 불쌍하기도 하여 어깨 감싸서 사람들한테 밀리지 않게 감쌌더니 문빈 귀 시뻘개졌었다. 그렇게 가다보면 문빈 이름 외치는 애들 그 옆에 따닥따닥 붙어서 걷다가 자기도 모르게 은ㅇ, 라고 차은우 이름 부르려다가 얼른 입 틀어막는 애들도 종종 있었다. 


이제 오성고 애들은 차은우 이름도 부르면 안 됐다. 체육시간에 축구하다가 같은 반 찬영이가 차은우 패스!!!! 라고 외치자 골키퍼였던 문빈 갑자기 성큼성큼 걸어 찬영이 옆에 서더니 니네 앞으로 차은우 이름도 부르지마. 하고 지랄했다. 그래서 축구할때 차은우 야 볼드모트!!!! 라고 불린다. 



아무튼 같은 반에다가, 심지어 밥도 같이 먹고 하교도 같이하는데 문빈은 먼저 말을 거는 일이 잘 없었다. 차은우 수업 필기하고 있으면 그 옆에 문빈 턱 괴고서 차은우 구경이나 하고 있으며 급식 먹을 때도 식판에 코박고 먹다가도 힐끔힐끔 은우 얼굴 쳐다봤다. 쟤 대체 왜저래? 아니 사실 왜 저러는지는 대충 알기는 알겠는데 너무 답답했다. 내가 좋아서 이러는 거면 사귀자던지, 자자던지, 등등 뭐 그런걸 요구하던가. 아님 친구가 되어줬으면 좋겠다, 그런 거면... 근데 이건 말도 안 되는 게 얜 차은우 아니어도 친구 할 사람 굉장히 많았다. 그러니 이건 절대 아닌데. 아무튼 사람을 전교 왕따시키고 이름도 볼드모트 되게 해놓고서는 그냥 옆에 졸졸 따라다니며 말도 잘 안 걸고 쳐다만 보다가 가끔 비서같은 분 시켜 우리집 찾아와서 드럽게 비싼 거 주고 가는 게 다다. 특히 마지막 진짜 무지막지하게 부담스러워서 이런거 좀 주지말라고 자주 말했는데 듣지도 않는다. 결국 속 터질 거 같아 학교 옥상 데리고 가서 차근차근 부탁하듯 말했다. 



“빈아... 내가 이런거 주지말라고 했잖아. 가족들이 진짜 너한테 내가 돈을 빌린줄 아셔. 너한테 어디 저당잡힌 줄 아시고 막 걱정하셔. 이런 선물 협박장인줄 아신다는 말이야.”

“...너 나한테 저당잡힌 거 맞는데?”


그랬더니 문빈 뻔뻔하게 차은우가 자기한테 저당잡힌 게 맞다는 말 했다. 어쭈 웃기고 있네 싶은 마음 든 차은우 눈 은근히 뜨고 뚱한 표정한 문빈한테 물었다. 


“나 너한테 저당잡혔어?”


“웅”

“뭐를?”


“...그거는 몰라”


지가 먼저 말 꺼낸거면서 모른다고 고개 휙 돌리고 그런 말 안한 척 한다. 귀는 시뻘개져가지고 제 손목 위에 징그럽게 비싼 시계만 만지작댄다. 저 시계 우리 집 값보다 비쌀 수도. 저 바보는 저게 얼마나 비싼건지도 모를 거다. 이거 줘. 저거 줘. 하면 제 앞에 턱턱 놓아졌는데, 그래서 일단 늘 하던대로 땡깡 피워서 날 지 옆에다 데려다 놨는데 뭐 어떻게 할 지를 모르는 거겠지. 


“빈아, 너 왜 나 다른 애들이랑 말하지 말라고 했어?”

“너 내껀데 말 걸면 짜증나잖아”

“내가 왜 니 껀데”

“그냥 내가 음... 몰라, 그냥 그러면 안 돼?”

“이유를 알아야 내가 니꺼 하든말든 하지”

“왜...?”

“빈아 니가 평생 모를 거 같아서 말해주는 건데 너 나 좋아하는 거야”


은우 말에 문빈 눈 동그래져서 은우 쳐다보더니 얼굴 시뻘개져서 눈만 깜빡거린다. 그러더니 한숨 내뱉듯 말 내뱉었다. 


“... 나 너 좋아하냐?”

“...어 빈아 너 나 좋아해.”


차은우 대답에 문빈이 벌떡 일어나 허둥지둥 대더니 다시 차은우 옆에 털썩 앉고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돼?”

“뽀뽀해야 돼”

“어?! 이렇게 바로...? 나 아직,”

“싫으면 말구”


은우 말에 빈이가 머뭇대더니 차은우 뒷목에 어색하게 손 올린다. 눈 마주치자 동공이 막 흔들리는 게 너무 웃겨서 웃음 꾹 참고 눈 꽉 감고 다가오는 문빈 입에 입 맞췄다. 쪽 뽀뽀만 하고 떨어질라고 하길래 입 벌린 틈 타 키스했다. 좀 끈적끈적하게 떨어지자 문빈이 풀린 눈으로 야 너 뭐야? 이런 거 어디서 배웠어? 물으며 차은우 어깨 꼭 쥐고 다시 눈 감았다. 어어 그냥, 너 좋아해서 나도 모르게 그랬어. 라고 말하며 다시 입 맞췄더니 어깨 쥔 손에 힘 들어가는 게 귀여워서 실 눈 뜨고 빈이 얼굴 확인했다가 다시 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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