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

2020 가을호
작성자
슈가빈
작성일
2020-10-24 23:04
조회
27

 

 

 

 

차은우는 꼬박 일주일을 내리 잠들어 있었다.

 

 

몸을 뒤척이거나 잠꼬대를 하지도 않는다. 그저 배꼽 위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아름다운 시체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괜스레 마음이 불안해져, 그의 가슴 위에 한쪽 뺨을 가져다 대어 그의 작은 숨을 확인해보고는 한다. 

 

상실에 젖은 내 모습을 보던 민혁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형, 가이드는 어쩔 수 없어요.

 

 

 

어쩔 수 없어요. 센티넬과 가이드는 원래 그런 거니까.

 

 

 

 

 

 

 

 

 

불나방

written by. 슈가빈

 

 

 

 

 

 

 

 

 

센티넬로 처음 발현한 것은 고등학생 무렵이었다. 덕분에 또래 애들이 수능이다 내신이다 여기저기 정신없이 뛰어다닐 때 나는 훈련소에 틀어박혀 살았다. 발현이 늦은 편이었고, 힘 조절이 미숙한 관계로 외부와의 접촉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센터 내에 상성이 맞는 가이드가 없었다. 물론 상성이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진정효과까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 효과가 미미할지언정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다만, 큰 임무에 투입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으니 내가 그다지 쓸모 있는 인력이 아니었을 뿐이다. 나는 그 사실에 항상 조급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얼추 자신의 힘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을 때는 갈 수 있는 임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튀어나갔다. 어떻게든 나의 필요성을 증명하기 위해 필사적이었고, 전투 과정에서 입은 부상들은 말끔히 치유되지 못한 채 여기저기에 흉터로 남았다. 센터의 가이드들은 임무를 마치고 귀환한 나의 부상을 보면 아연실색했다. 센티넬의 치유 후에 본인들에게 돌아올 부작용과 피로감을 예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스물다섯이 되었을 때, 차은우를 만났다.

 

 

 

 

당시 센터에서는 내게 임무를 맡기는 것을 주저하는 티가 역력했다. 센티넬 만큼이나 귀한 인력인 가이드들의 불만과 더불어, 몇 년 째 맞는 가이드를 만나지 못해 쌓여가는 나의 피로감과 불면이 그 원인이었다. 때문에 나는 거의 석 달을 세금만 축내며 틀어박혀 있었다. 육체의 편안함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더 나를 좀먹었다. 괴로운 나날이었다. 

 

 

 

그러던 와중, 센터의 인력부족 문제로 나의 비상투입이 결정되었다. 유독 이곳저곳에서 사고가 많은 날이었다. 내게 주어진 임무는 건물 하나를 통째로 삼켜버릴 듯한 화마(火魔)에서의 인명구조였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불길이 잡힐 기세가 보이지 않는 화재였다. 

 

센티넬의 짓일 거라는 정부의 판단 하에 진화작업 및 인명구조를 위해 센터에 잔류하고 있던 인력들이 투입되었고, 나는 그 중 하나였다. 센터의 배려가 무색하게 너덜너덜한 몸을 이끌고 화재 발생지로 향했다. 내부에 발이 묶여있는 이들 몇을 구출해내고, 가이드와 접촉할 틈도 없이 다시 불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센티넬이 일으킨 불씨였기 때문에, 일반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미 몸 곳곳에 데인 자국이 남았다. 온몸이 찢기는 고통에도 꾸역꾸역 몸을 움직였다. 비록 가이드들에게는 환영받지 못하겠지만, 실적을 쌓는다면 센터에서 나를 내쫓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서였다. 

 

 

 

 

 

8층에 생명체가 확인된다는 통신이 들어왔다. 지체 없이 몸을 움직여 계단을 올랐다. 복도에 한 남자가 쓰러져있었다. 희미하게 꿈틀대는 것을 보면 아직 정신을 잃은 것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차마 움직일 힘까지는 남아있지 않았는지, 젖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에게 달려가는 와중에, 복도 끝에 누군가가 서있는 것이 함께 눈에 들어왔다. 8층은 아직 피해가 덜했으나 점점 더 거세게 불길이 치솟는 중이었고, 그것이 복도 끝에 선 남자의 짓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일반인이 이 상황에 몸을 꼿꼿하게 세우고 있는 게 가능할 리 없었으며, 그 남자를 감싸듯 푸른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선으로 긴급지원을 요청하고는 생존자를 향해 달렸다. 그러나 복도 끝에 선 방화범이 더 빨랐다.

 

 

 

“너……?”

 

 

 

부지불식간에 눈앞에 다가온 것은, 아주 익숙한 얼굴이었다. 반년 전까지만 해도 센터에 소속되어 있던 이였다.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마주치면 눈인사 정도는 하는 관계였다. 

 

 

은퇴 사유는, 가이드의 사망.

 

 

 

 

 

 

센티넬에 의한 범죄는, 대부분 자신의 가이드를 잃은 자들에 의한 것이다. 교육과정에서 질리도록 들어왔고, 실제 사례도 입소 이래 몇 건이나 있었으나 눈앞에서 목도한 것은 그것이 처음이었다. 한 번 짝이 된 운명 공동체를 잃는다는 것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나 주의가 요구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임무 중 센티넬의 부주의 등으로 가이드가 사망하는 경우. 또 다른 하나는 가이드가 스스로 제 목숨을 끊는 경우였다. 눈앞의 남자가 가이드를 잃은 것은 그중 두 번째 이유였다.

 

 

 

 

 

얼핏 보기에는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이지만, 인간을 초월한 능력을 가진 센티넬이 제 몸을 부수지 않고 힘을 온전히 발휘하기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바로 가이드이다. 센티넬이 제 능력에 대한 통제권을 잃고 자기 자신과 주변을 파괴하기 시작할 때에 그를 저지할 수 있는 것도, 센티넬이 임무수행 중 입은 상처를 말끔히 치유할 수 있는 것도, 센티넬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려주는 것도 가이드의 힘이었다. 일반인은 가이드와 접촉해도 아무런 효과가 없으나, 센티넬은 달랐다. 요약하자면, 센티넬의 생명줄을 틀어잡고 있는 것이 바로 가이드인 셈이었다. 때문에 가이드, 특히 상성이 맞는 가이드에 대한 센티넬의 의존도는 엄청난 것이었다. 센티넬과 가이드가 페어를 이룬다는 것은, 거의 평생의 짝을 맞는 것과 진배없는 일이다. 

 

 

 

가이드의 능력에 아무런 대가가 없다면 좋으련만, 가이드에게도 능력에 따른 패널티가 있었다. 센티넬과의 접촉, 특히나 상처의 치유를 목적으로 한 접촉일 경우. 센티넬의 상해 정도에 따라 가이드는 제 삶을 빼앗겼다. 방전된 배터리처럼, 죽은 듯이 잠들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센티넬이 투입되는 임무는 대부분 위험도가 상당한 것이기 때문에 가이드는 당연하게도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하기가 힘들었다. 가이드가 된다는 것은 누군가의 생명을 책임지는 것과 다름 없었고, 동시에 자신의 삶의 일부를 내어주어야만 하는 것이었다. 가이드 발현시 정부 지침에 의해 강제적으로 센터에 귀속되기 때문인 탓도 있지만, 몇 분, 몇 시간, 혹은 며칠을 잠들어 있을 수 알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직업을 가지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다. 세워둔 계획은 틀어지기 일쑤고, 센티넬 외의 타인과 인간관계를 지속하는 것도 어려웠다. 센티넬의 치유 후에 며칠이고 잠들어버리는 탓에 부모의 임종마저 지켜보지 못하는 일도 더러 있었다. 센티넬과의 상성이 잘 맞지 않는 경우에는 상처치유 효과 역시 낮기 때문에 잠들어 있는 시간도 짧았다. 하지만 상성이 맞는, ‘짝’일 경우에는 그 효과가 큰 만큼 가이드가 잠드는 시간이 더욱 길어졌다. 

 

 

 

남자의 가이드도 그런 경우였다. 점점 세상과 단절되어가는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짝을 잃은 센티넬들은 심각한 우울과 죄책감에 시달려야만 했다. 대부분이 임무를 더는 수행할 수 없을 정도의 심리적 타격을 입은 채 은퇴를 하게 되고, 정부의 특별 케어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정부에서 모든 센티넬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센터의 지휘를 벗어난 센티넬들은 한 번 힘이 폭주하기 시작하면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다. 가이드는 센티넬 만큼이나 그 수가 희소한 데다, 대부분 십대초중반에 발현이 되는 센티넬과 다르게 발현시기가 제각각이고 뚜렷한 발현증상이 없어 정부의 관리 하에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 센티넬 개인이 가이드를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이드를 잃은 센티넬이 폭주할 정도의 힘을 발휘하는 것은 일종의 자살행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남자는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한 번 폭주를 시작한 이상, 끊임없이 힘을 분출할 뿐인 산송장에 가까운 상태였다.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도 없고, 그저 폭주의 목적인 파괴를 거듭할 뿐이다. 제대로 된 가이드도 없는 내가 겨룰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이대로 그 불길에 삼켜지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대부분의 센티넬은 이 경우에 퇴각을 택할 것이다. 현장에 센티넬 혼자 출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일보 후퇴한 뒤 다른 센티넬과 합류해 다시 공격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나는 제법 무모한 편에 속하는 인간이었고, 생존자 구출이 우선이었다. 폭주하는 센티넬의 옆에 쓰러져있는 남자를 구해야만 했다. 조금이라도 늦는다면 불이 아닌 연기로 질식해 죽을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지금 폭주하고 있는 센티넬의 목표물이 바닥에 쓰러진 일반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폭주로 이성을 잃은 센티넬은, 본능적으로 저와 대적할 만한 힘을 가진 이에 대한 공격성을 갖고 있다. 남자의 손끝에서 튕겨져 나온 푸른 불꽃이 몸을 덮쳤다. 나는 가뜩이나 지쳐있던 터였다. 오장육부를 관통하는 고통에 비명이 흘러나왔다. 피부가 타들어가면서 지독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럼에도 발을 움직였다. 한 걸음, 한 걸음. 남자와 가까워질 때마다 격통이 더욱 심해졌다. 사실, 생존자를 데리고 이곳을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다만, 인명구출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은 센티넬로 남고 싶지는 않았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나의 쓸모를 증명하는 데에 강박을 가지고 있었기에. 

 

 

 

 

쓰러진 남자의 곁에 도달했을 때, 나 역시 한계를 맞았다. 귓가에 아득하게, 다른 센티넬들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아, 적어도 이 남자는 살겠구나. 하지만 나의 상처는 어줍잖은 가이드들이 치유할 수 있을만한 것이 아니었다. 이곳이 나의 무덤이 되리란 것을 직감하며, 남자의 위로 몸을 포개고 쓰러졌다.

 

 

 

 

 

 

 

 

 

 

 

 

 

예상과 다르게, 나는 그날 죽지 않았다. 온몸을 뒤덮었어야 할 화상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오래 전에 생긴 상처들은 시기를 놓쳐 아직도 몸 곳곳에 남아있었으나, 그날의 대형화재에서 입은 상처들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자취를 감추었다. 내가 마지막까지 구출하고자 했던 남자 덕이었다. 차은우. 법조인을 꿈꾸던 전도유망한 대학생이자, 정부에 등록되지 않은 가이드였다. 

 

 

 

그와의 상성은 거의 87%에 육박했다. 센터 건립 이래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높은 수치였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는 남끼리 상성 수치가 80%를 넘는 일은 아주 희소하다고 했다. 바로 이전까지, 그 어떤 가이드와도 상성이 20% 이상이었던 적이 없으니 나 개인으로만 봐도 기록적인 수치였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나를 삶으로 끌어올린 그는 그 대가로 본인의 삶에서 한 달이라는 시간을 잃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폭주하는 센티넬이 표적으로 삼아 일점사 한 것이 나였기 때문에 그가 불길에 의한 피해는 거의 입지 않았다는 것 정도였다. 연기 흡입으로 인한 내상 역시, 이에 특화된 센티넬이 바로 가까이에 있었기 때문에 즉시 조치를 취해 건강에는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순식간에 가진 것을 모두 빼앗겼다. 자신의 시간과 꿈. 그것은 삶을 송두리째 강탈당했다는 뜻이었다. 오로지 단 하나, 나의 목숨을 책임지기 위해서. 그것이 벌써 2년 전의 일이다.

 

 

 

 

 

 

 

 

가이드와의 조우 이후, 많은 것들이 변했다. 센터에서는 보다 좋은 거주공간을 마련해주었고, 홀로 적막하던 집에는 생활감이 돌았다. 보다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같은 숙소를 쓰도록 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나의 가이드가 되었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인 그는 제법 적응이 빠른 편이었다. 보다 효율적인 가이딩을 위한 교육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조그마한 상처에도 호들갑을 떨며 상처를 치료해주었다. 그가 그런 모습을 보일 때마다 오히려 나는 제 몸을 사리게 되었다. 예전에는 죽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이미 한 번 버려진 목숨이라는 생각을 항시 갖고 있었기에, 죽음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나의 목숨이 나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기에. 내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이기심에 목숨을 버리려 들면, 차은우가 제 삶을 내걸고 나를 구해낼 것을 알았기에.

 

 

 

왜 센티넬과 가이드가 평생의 짝으로 불리는지를 알았다. 서로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던 우리가, 하루아침에 서로에게 각자 자신의 인생과 목숨을 내맡기게 되었는데도 둘 중 누구도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날의 사고가 아니었더라면 평생 만날 일이 없었을, 도무지 교집합을 찾을 수 없는 두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에게 편안함을 느꼈다. 나는 센티넬로 발현한지 6년 만에 처음으로 내 몸이 이루 말 할 수 없이 가볍다고 느꼈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고요해졌다. 걷잡을 수 없는 애정이 시작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보통 센티넬과 가이드의 관계는 센티넬의 일방적인 애정을 가이드가 감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이드가 체질적으로 센티넬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과는 상반되게, 센티넬이 가이드의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적 반응은 입증된 바가 전혀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자신에게 목숨을 내맡긴 초인에 대한 측은지심, 혹은 반려동물을 대할 때에 느끼는 것과 비슷할 정도의 애정이 다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먼저 가감 없이 제 애정을 드러낸 것은 차은우 쪽이었다. 낯선 애정에 주저하던 나를 기다려주었고, 우리는 인연을 맺은 지 1년여가 흐른 뒤에야 연인이 되었다. 다만, 보통의 연인과는 같을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연인이 되었을 무렵에는 그가 얼추 자신의 능력을 조절할 수 있게 된 뒤였으나, 그럼에도 우리의 접촉은 그의 시계를 종종 멈추게 했다. 다친 곳이 없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육체적 피로감마저 해소시키려 드는 그의 체질 탓에, 관계 후에 그는 종종 수면시간이 늘어나기도 했다. 나는 그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집안에서도 맨살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임에도 대부분 장갑을 낀 채 생활했다. 그가 그의 의지와 관계없이 잠들어있는 시간을 1분이라도 더 줄여주고 싶었다. 

 

 

 

 

상성이 좋은 가이드가 생긴 이후로, 부쩍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는 비중이 늘었다. 가이드의 회복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 텀은 오히려 길어졌지만, 사실상 은우가 깨어나면 며칠 뒤에 바로 다음 임무에 투입되는 식이었다. 잠든 그를 지켜만 봐야 하는 것은 고문에 가까웠다. 얼굴을 쓰다듬어주고 싶고, 손을 잡아주고 싶어도 행여나 헤어짐의 시간이 길어질까 하는 두려움에 그럴 수도 없었다. 장갑 낀 손으로 그를 어루만지며, 그가 눈을 뜨기만을 기다렸다. 이번에는 나흘이 걸렸다. 최대한 몸을 사리고 사렸는데도 이 정도였다. 그는 잠에서 깨어남과 동시에 나를 안아주었고, 나는 얇은 천 너머로 그의 체온을 느꼈다. 

 

 

 

“은우야, 나 일 그만둘까?”

“아서라, 난 가이드 그만두지도 못하는데. 너 말고 다른 사람 때문에 잠드는 건 사양할래.”

 

 

 

은우의 입술이 이마에 닿았다 떨어졌다. 짧은 접촉만으로도 순식간에 정신이 맑아졌다. 그의 어깨를 밀어내며 말했다.

 

 

 

“너 지금 일어났잖아. 일단 조금 미뤄두자.”

“너는 날 며칠이나 기다렸을 거잖아. 오죽하면 그만두겠단 소리를 다 할까.”

 

 

 

 

그의 입맞춤이 위로라는 것을 알았다. 일전에, 왜 그렇게까지 이 일에 집착하느냐는 은우의 말에 이것 외에는 나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한 적이 있었다. 센티넬로 발현하기 몇 년 전, 아직 초등학생이던 시절. 부모님의 이혼 후에 양쪽 다 나의 양육권을 원치 않아 결국 떠밀리듯 조부에게 맡겨진 일이 있었다. 그 이후로 부모님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센티넬로 발현하기 몇 달 전에는 나를 마땅찮아 하던 조부도 지병으로 숨을 거두었다. 발현 이후에는 몇 번인가 센터에 부모님이 찾아왔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으나 전부 돌려보냈다. 센티넬에게 주어지는 막대한 보수가 목적임을 모를 수 없었고, 한 번 나를 버린 이들에게 다시 돌아가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누구나 나를 짐 덩어리 취급을 했지만, 이곳에서 나의 쓸모를 증명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속 얘기를 털어놓은 순간이었다. 때문에, 은우만이 알았다. 농담처럼 흘려보낸, 이 일을 그만두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의 무게를.

 

 

 

나는 은우의 만류에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가이드는 그 수가 적은만큼 정년까지 의무적으로 제 소임을 다해야만 했다. 나 외에 다른 이로 인해 은우가 제 삶을 빼앗기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첫 만남에 대한 기억은 수시로 나를 괴롭혔다. 죽음을 향해 내달리던 한 센티넬과 그의 가이드에 얽힌 이야기가 미래에 행여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 탓이다. 혹시라도 그가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것을 후회하게 된다면. 그래서 언젠가, 최악의 방법으로 나를 떠나게 된다면. 그런 불안 때문에 나는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은우가 떠난다면 그때 만났던 센티넬처럼 되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나 역시 내 생을 내던지고야 말 것이다.

 

 

 

 

 

감춰둔 나의 불안을 모르는 그는, 내 몸을 꼭 끌어안고 입술을 맞대었다. 맨살에 닿는 그의 체온에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애써 참았다. 마음과 달리 온몸은 환희의 비명을 내질렀다. 

 

 

번지르르하게 말은 했지만, 사실 그와 최대한 닿지 않고자 기울인 노력은 그를 위한 배려가 전혀 아니었다. 그를 기다리는 시간을 견디는 것이 힘에 겨웠기 때문이다. 그가 조금이라도 내 곁에 더 오래 머물러주기를 바란 이기심의 발로였다. 단 1초라도 좋으니 그와 눈을 맞추고 싶었다.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는 애정을 듣고 싶었다. 그가 나는 너의 것이며, 너는 나의 것이라고 속삭여주기를 바랐다. 함께하는 시간이 보다 길어지기만을 바랐다.

 

 

 

 

그럼에도 너와 닿고 싶어.

깊은 욕심은 혀 밑에 숨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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