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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하나부터 열까지, 정말 모든 것이 다 마음에 안 들었다. 이 숨돌릴 것 없이 좁은 답답한 공간하며 움직일 때마다 삐걱거리는 의자, 심지어는 집에서 쓰던 것의 반이나 될까 싶은 작고 낮은 침대라니. 자고 일어나서 담이나 걸리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정말 기숙사만 봐도 이렇게 짜증나는데 다른 건 또 어떤가 말하자면, 그냥 뭐라 말할 것 없이 최악이었다. 따르라고 잡아준 시간표엔 9시 수업만 3번이나 있었고 금요일엔 오후 수업까지. 그 외의 배치도 그냥 정말 구렸다. 그것뿐이면 다행이게. '나름' 괜찮다던 학식은 정말 표현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 구려서. 아, 빌어먹을 다른 학교새끼들은 왜 나를 안 뽑아서. 아, 왜 나는 수능까지 말아먹어서. 씨발. 수석 아니었으면 여기 안 왔을텐데. 전액 아니었으면 차라리 재수나 하고 말았을 텐데. 아. 아! 기분 나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거기 너는 빈이라고 했나? 컴공?

아, 네 선배님.

선배님은, 딱딱하게 그러지 말고 누나라고 편하게 불러. 뭐 불편한 건 없지?


지금 제가 여기 있는 것 자체가 불편해요, 란 말은 속으로 눌러 삼키고 영업용 미소를 지었다. 착하게. 착하게. ......씨발.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상황은 좀 많이, 씨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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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거지 같아… 라는 생각을 오늘만 몇 번째냐.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냥 익숙해지라고, 문빈. 씨발 그게 쉬웠으면 진작에 그렇게 했지- 빈은 속으로 울부짖기를 떠나 대놓고 울부짖기에 이르렀다. 아 씨발 인생 개좆같다! 씨발!


내가 씨발... 왜 와도 하필 이딴 곳에....씨발... 인생 개 좆 같 다 개 좆 !


진짜 짜증나아아, 거의 엉엉 울다시피 뒹굴거리며 소리지르는 찰나 달칵, 하고 문을 돌리는 소리가 났다. 헉. 숨을 들이킴과 동시에 천천히 문이 열리며 키 큰 남자 한 명이 들어왔다. 양 손이 짐가방으로 가득한 걸 보아 아무래도… 룸메이트인 것 같았다. 룸메이트. 룸메이트…라. 그럼 쟤 내 말 다 들었겠네. 아, 망할. 빈은 양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타이밍도 하필 이래. 그러나 남자는 딱히 어떤 기색도 보이지 않은 채 그저 짐이며 침구를 정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못 들었나? 갸우뚱하고 있을 찰나 남자가 웃는 얼굴로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번호 달라는 건가? 하고 핸드폰을 바라봤을 때 빈은 저도 모르게 멍해지고 말았다.


[죄송해요. 제가 귀가 안 들려서요.]


아. 빈은 순간 멈칫했다가, 다시 숨을 고르게 쉬었다. 그럼… 못 들었겠네. 다행인 걸까. 아니,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지. 핸드폰을 받아들어 슥슥 적어넣었다. 저는 문빈이에요. 이름이 뭐에요? 빈이 쓰는 글자를 본 남자가 환히 웃었다. 잘 생긴 얼굴이었다.


[저는 차은우에요. 잘 부탁할게요.]


글씨도 잘 쓰네… 어쩐지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도 같아 빈은 붉어졌을 얼굴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돌려야만 했다. 뭐 저렇게 생겼대, 괜히 툴툴거리면서.





변명을 조금 하자면 같은 과였다. 같은 방이었고, 심지어는 3분의 1의 확률마저 적중해버려서 시간표도 같았다. 무슨 헛소리냐 하면 이렇게 붙어 앉아서 챙기게 된 게 비단 빈 자신만의 문제는 아니란 얘기다. 억지로 착한 척 하고 그런 거 아니라고. 아니 착한 척인가? 하기사 암만 그렇게 겹쳤더라 해도 평소 자신이었다면 모른 척 귀찮다고 넘겼을 행동이었으니. 이성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밖에는.


그래서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냐고. 급하게 받아적느라 오타도 가득이었고 여러모로 엉망진창인 창을 보고 있자니 빈은 절로 한숨이 나오는 지경이었다. 집중이야 제대로 되고 있으니 내 공부도 하기는 하는 거지만서도. 빈 혼자였다면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면 될 걸 받아적고 있자니 손도 아프고, 정말이지… 착한 척 할 것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잘 보일 사람도 없는데. 아, 정말 내 자신이 마음에 안 든다. 그만두려다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아. 차은우는 웃고 있었다ㅡ 고마워, 짧게 속삭이는 입가에선 소리란 들리지 않았다. 갑자기 열이 확 올랐다.


아냐…


빈은 웅얼거리며 고개를 숙이고 손을 바로잡았다. 그냥, 좀, 기분이 이상했다. 아니 사실 좀 많이.







빈의 마음에 드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로 교내에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꼭 해리 포터 같은 곳에나 나올 정도로 크고 넓게 그늘이 져 여름이면 그 그늘 아래에서 쉬는 학우들이 많다고. 아닌게 아니라 원래 남반구 쪽에나 있지 우리 나라엔 원래 나지도 않는 나무라고 했다. 그럼 이걸 어떻게 들여온 거람. 아무튼 그러나 지금은 겨울 흔적이 채 다 사라지지 않은 초봄이었고, 꽃은 커녕 아직 망울도 지지 않은 채였다. 그래도 밑에 벤치에 앉아 쉬기엔 나쁠 것 없었던지라 빈은 은우를 이끌고 가 그 아래에 대충 자리를 잡았다. 은우는 손을 쥔 채 순순히 끌려왔다.


야.


당연히 대답은 없었다. 있을 리가 없지. 빈은 괜히 또 한숨을 쉬었다. 은우의 손은 부드럽다 못해 보드라웠다. 얜 뭐 손까지 이래. 내가, 사실 여기 있고 싶어서 있는게 아닌데. 나 진짜 여기 오려고 안 했거든. 나 납치당한 거야… 너는 여기 마음에 들어? 난 진짜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마음에 안 드는데. 그냥 재수나 할 걸 괜히 장학금에 눈이 팔려서. 듣지도 못할 상대한테 조잘거리고 있자니 자신이 한심해 보이면서도, 괜찮은 척 하느라 못했던 말을 해서 그런지 괜히 속이 다 시원했다. 하긴 얘 아니면 누가 이런 말을 들어주겠어. 같은 학교 동기들이면 당연히 재수 없어 할 것이고, 가족들은 미안해 할 거고 친구들은… 내가 쪽팔려서 여기 온다고 말 자체를 안 해버렸지. 은우는 한참을 듣고만 있었다. 웃는 얼굴은, 여전했다. 난 이렇게 열이 올랐는데 태연한 꼴 하고는. 빈은 괜히 은우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야.


너ㅡ 웃지 마. 어? 너 웃으면 못생겼단 말야.


은우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여전히 웃고 있었다. 뭘 안다고 끄덕인 거야… 됐어. 내가 말을 말지. 고개를 숙이려는데 갑자기 손을 잡았다. 손바닥이 펼쳐지도록 잡은 은우는 제법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웃지 말란 걸 이런 식으로 받아들였나? 당황해서 손을 빼려고 하자 또 사르륵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러니깐 웃지 말라니깐. 펼쳐진 손바닥 위로 은우의 다른 손이 움직였다. 간지러웠다. 너 뭐 하는데. 은우는 눈썹을 들어올리며 능청을 떨었다. 눈짓으로 손바닥을 가리켰다. 보라는 거야? 은우의 손가락은 글씨를 쓰듯 움직이고 있었다. 아. 그제서야 빈은 은우의 뜻을 알아들었다. 그냥 핸드폰으로 하지… 라고 말을 하기엔 들을 수도 없는게 은우였고. 빈은 손에 힘을 살짝 푸는 것으로 동의를 대신했다. 손가락이 꼼질거리며 글자를 그려냈다. 은우가 하려는 말이 무슨 말인지를 알아낸 빈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나는 좋아. 네가 있어서.

너는 그런 낯간지러운 소릴 어쩜 그렇게 얼굴 하나 안 변하고 해…


빈은 새빨개진 얼굴을 감추려 손을 확 빼낸 뒤 부채질을 해야만 했다. 은우는 또 그 사람 좋은 웃음을 하고 빈을 보았다. 너… 아, 정말. 빈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모른 채 은우를 끌고 벌떡 일어났다. 아. 여기 이상해. 딴 데 가자 우리. 힘껏 부채질을 했던 게 효과를 보지 못한 건지 여전히 빈의 얼굴은 봄을 닮아 있었다.





괜히 이상해진 기분을 달래러 온 카페엔 사람으로 바글바글했다. 것도 대다수가 남녀 짝을 이뤄서 있는 게 꼭, 아닌 게 아니라 정말 이상하잖아! 이상한 기류를 좀 없애보려 왔던 건데 더 이상해지게 생겼다. 빈은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야 할지, 간다면 어디로 가야 할지 머리를 굴렸다. 멍청하게 서 있는 차은우는 제가 챙기지 않으면 꼭 어디론가 휩쓸려 가 버릴 것만 같아서, 차은우를 챙기기 위해 손도 대강 잡고 있어야만 했고. 어쩐지 시선이 쏠리는 것 같았지만 빈은 애써 시선을 외면하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아.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지금. 일단 침착하자.


주변의 소리가 들려왔던 건 그 즈음이었다. 쟤네 잘생겼다. 키도 크네. 근데 쟤넨 남자애들끼리 무슨 손을 저렇게 잡고 있대. 게이새낀가? 빈은 순간 손에 힘을 풀었다. 은우가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는 게 느껴졌지만 빈은 그 자리에서 얼어 어떤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빈이 정신을 차릴 수 있었던 건 그 다음 대목이었다. 아냐. 옆에 좀 더 큰 애 있잖아. 쟤 귀머거리래. 그러니깐 아마…


니네 지금 뭐라고…!


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이기지 못해 그 쪽으로 따지러 가려던 빈을 돌려세운 건 은우였다. 괜찮아. 어…?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나지막하고 작았지만 분명. 괜찮아. 익숙해. 은우가 손을 들어올려 빈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러니깐 괜찮아. 빈은 그제서야 제가 은우의 손을 놓았던 걸 기억해냈다. 은우는 변함없이 다정한 얼굴이었고 웃고 있었고 그리고… 더 생각할 수 없어 빈은 은우의 손을 뿌리치고 뒤로 돌아 뛰었다. 도망이었다. 은우는 따라오지 않았고 빈은 어디로든 가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결국 온 곳은 기숙사였고 빈은 구리다고 불평했었던 기숙사 이불에 파묻혀 숨을 죽였다. 칙칙한데다가 너무 두껍기까지 해서 덥다고 별로라고 생각했었는데 여기 말고는 숨을 곳도 없었다. 그나마도 얼마 안 있으면 은우가 들어올 테지만. 빈은 눈을 감았다. 거기서 왜 피해버렸던 건지. 웃기고, 어이 없고 그리고 화가 났다. 왜? 그건 알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은우가 들어오는 소리가 났다. 문 소리를 빼면 그나마도 별로 나지 않았지만. 빈은 이불을 뒤집어쓴 손에 더 힘을 주었다. 힘을 풀면 은우랑 얼굴을 마주하게 될 것 같았고, 싫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빈아. 빈은 숨을 참았다.


나 아무 말 안 할게. 편하게 자.


참았던 숨을 턱, 하고 내뱉어버리고야 말았다. 진짜 내가 나쁜 사람 된 것 같잖아. 하긴 내가 언제는 안 그랬다고. 이불에 얼굴을 부볐다. 거칠고 기분나빴다. 그래도, 그 말이 무슨 마법이라도 된 듯 잠이 왔다. 정말 이상한 하루였지. 사과… 할 수 있을까. 해야 할까. 잘 모르겠다.





바로 그 다음 날이 엠티인 탓에 빈은 정말 정신없이 끌려 다녀야만 했다. 은우와는 같은 조였는데 일부러 피한 것도 있고, 다른 동기들이랑 몰려 다니다보니 근처에 있어도 딱히 말할 틈도 없었다. 뒷풀이를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얼굴은 보이는 자리였는데 딱 그 만큼이었다. 정말 서로 얼굴만 보이고 말 걸기조차 어색하고 애매한 거리였다. 빈은 몇 번 은우를 흘끗거리다가 고개를 돌리고 괜시리 더 크게 떠들었다. 주는대로 술을 받아먹고 부러 더 목소리를 키워 게임에 열중했다. 실수로라도 은우를 보지 않기 위해.


근데 쟨 뭐하러 여기 왔대.

그러게. 어차피 놀지도 못하면서.

모르지. 귀는 그래도 거긴 멀쩡할 거 아냐. 지금도 보면 옆에 다 여자들인데…

하긴 안 그래도 여자애들이 쟤 좋아 죽더라. 귀병신이 좋나? 나같으면 좀 못생겨도 멀쩡한 내가 낫겠다.

미친. 그건 아니다.

아 뭐.


아무래도 무리해서 마셔서 그런지 어질어질 해질 때 쯤 빈은 말이 이상한 곳으로 흘러감을 알았다. 옆 테이블 사람들에겐 안 들리도록 눈치껏 수군거리고는 있으나 칭하는 바가, 무슨 말을 하는 지를 모를 정도는 아니었다. 술 기운인가 속에서 열이 훅 올랐다. 아, ㅆ… 뭐라고? 순간 참지 못하고 새어나간 아주 미약한 소리였는데 순간적으로 시선이 확 쏠렸다. 아, 그러고 보니 너 쟤랑 친했지? 야, 미안하다. 웃고는 있었으나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열이 오른 빈은 자기가 뭐라고 지껄이는 지도 모르고 지껄였다. 뭐래, 미친. 내가 무슨 쟤랑 친해.


그냥 좀 어울려 줬던 거지, 불쌍하니까. 그리고 반반하잖아. 옆에 끼고 다니니깐 괜히 나도 막, 그렇던데.


그지, 그렇지? 어쩐지. 너같은 애가 저런 애랑 어울리나 싶었다. 수석 아냐, 수석. 컴공 수석 문빈! 전액 장학생! 와ㅡ 주변이 더 왁자지껄하니 소리를 키우는데도 빈은 말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아. 차은우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선명하게. 그 시선은 분명 착각이 아닐 터였다. 빈은 고개를 숙이고 애써 웃음에 동참하는 척 하며 더 술을 들이켰다. 제정신으로 있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더 견딜 수 없을 적이 되어서야 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난 방에 들어가 있을게, 말을 하긴 했지만 듣는 사람이 있지도 않은 것 같은 게 이미 정신을 잃고 엎어졌거나, 게임에 열중하느라 애들이 피자를 만들건 정신을 놓건 신경도 쓰지 않는 두 부류로 갈려 있었으니깐. 아, 눈 앞이 돈다. 어, 라… 다리는 왜 꼬이지… 휘청이는 빈을 받친 건 어떤 손이었다. 차디찬 손. 순간 정신이 들었다.


혼자 갈 수 있어.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빈은 힘을 주어 벗어나려 애썼다. 혼자 갈 수 있다니깐! 꽉 쥐고 놓지 않던 손이 순간 힘을 풀어 버리자 어지러움이 확 돌면서 빈은 주저앉아 버렸다. 아 정말 이게 뭐람. 엉망진창이었다. 빈은 왈칵 눈물이 치솟는 걸 느꼈다. 닦을 힘도 없어 그대로 주륵 흐르는 걸 그냥 두었다. 고개를 들자 눈 앞에 있는 건 차은우였다. 처음 보는 서늘한 얼굴의.


나는 못 들어. 밝은 곳에 있으면 입모양 읽어서 대충 알긴 하지만 어두우면, 정면이 아니면, 표정이 없으면 못 읽어. 그러니깐 못 듣는단 말야. 근데 너는 자꾸 내가 못 읽는 말을 해. 사실 그런 사람이 없진 않았는데 말야. 아니 많았지. 앞에선 친절한 척 하다 못 읽는 말 하는 사람. 너 말고도 많았어. 근데…


네 말은 읽혀. 네가 그걸 원하든 원치 않든. 그래서 난 네가 신경 쓰여, 빈아. 은우는 허공에 뻗은 빈의 손을 잡아 빈을 일으켰다. 빈은 멍하니 은우가 일으키는 대로 몸을 바로잡았다. 은우가 부축하는 대로 따라 걸었다. 은우가 문을 열고 이불이 깔린 방 안으로 빈을 이끌었다. 홀린 듯 빈은 은우를 따랐다. 은우는 빈을 눕히고 가만히 이불을 찾아다 덮어 주었다. 손이 떨어지는 순간 빈은 다시 은우를 붙잡았다. 시선이 엇갈렸고, 입이 맞닿았다. 정말 가만히 입이 닿아 있었다. 잠시간의 시간이 흐른 끝에 빈은 은우에게서 떨어졌다.


착한 척 하려고 했던 거 맞아. 근데 어떡해.

나도 너한테 신경 쓰여. 내가… 하고 싶어서 했던 말 아니었어.

미안해.


그것은 거의 속삭임이었고, 빈은 은우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 눈을 감았다. 빈아. 나지막한 목소리였다 볼에 차가운 것이 닿았다. 은우는 빈의 볼을 쓸어내렸다. 잘 자.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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