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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

by. 야옹멍

 

 

 

 

 

 [하늘. 먼 옛날, 지구의 지표를 둘러싼 공기가 존재하는 공간을 ‘하늘’이라고 불렀습니다. 아주 먼 옛날에는 인류가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다고 하지만, 지구의 멸망이 가까워오면서 하늘은 뿌연 황토색에 가까워졌습니다.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떠 있는 모양이 주로 묘사됩니다.]

 

 

 인류의 지식과 정보를 저장하고 있는 ‘중앙’에서는 다양한 지구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중앙에는 수천억 권 이상의 책의 정보가 저장되어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책이 무엇인지 모른다. 종이로 되어 있는 책이라는 건 부피와 무게에 비해 그 정보 저장량이 적다는 이유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곳 ‘마고’에 탑승하지 못한 채 지구에 남았다. 대신 중앙이 그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중앙은 진화하는 AI로,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바꾸어가며 정보를 제공하였다. 우리는 매년 중앙에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와 경험을 저장했다. 우리가 제공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중앙은 진화해갔다.

 

 우주로 나온 지 이미 천 년이 넘어버렸기에, 현재 마고의 살아있는 인류는 단 한 명도 지구를 본 적이 없었다. 중앙은 홀로그램으로 이미지와 영상을 제공했지만, 실제로 경험하는 것이 아닌 이상 단편적일 수밖에 없었다. 만 km가 넘는다는 그 크기를 가늠조차 할 수가 없다. 우리의 삶의 공간인 마고는 끝에서부터 끝까지 고작 10km도 되지 않는다. 그나마도 소행성과 부딪히거나 노후화되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그보다 더 작았다. 심지어 마고 내에 인공 구름을 생성해내는 기계는 작동되지 않은 지 삼백 년이 넘었다. 우리는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을 중앙이 제공하는 이미지로만 기억한다.

 

 

 [바다. 먼 옛날, 지구는 표면의 70% 이상이 물로 덮여 있었고, 이 물로 덮인 거대한 지역을 ‘바다’라고 불렀습니다. 바다는 인류의 과학으로 도달할 수 없을 만큼 깊었고, 인류가 밝혀내지 못한 신비한 수수께끼로 가득한 곳이었다고 합니다.]

 

 

 거대한 우주선에 있었던 물로 가득한 거대한 공간은 그 유지에 드는 비용 때문에 없어진 지 오래였다. 옛날에는 마고에 ‘아쿠아리움’이라고 불리는, 물로 가득하여 수중생물이 살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장소가 있었다고 했다. 그 물은 아주 예전에 마고가 지나온 우주 밖으로 버려졌다. 이제 그곳은 우리가 갈 수 없는 곳이다.

 

 우리는 바다를 본 적이 없다.

 

 

 

 

*

 

 

 

 

 [오늘은 우주로 나온 지 1056년 4개월 23일째 날입니다.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행성은 현재 위치로부터 약 4백 광년 떨어져 있습니다. 현재 마고 내의 기온은 21도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빈아. 또 여기 있어?”

 “응? 나 찾았어?”

 

 

 빈은 대부분의 시간을 중앙에서 보냈다. 먼 옛날, 지구에서는 인류가 80억도 넘었다는데, 그런 어마어마한 수의 사람이 살았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지금 마고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은 150여 명. 마고가 처음 우주로 나왔을 때는 만 명 가까이 되었다는데, 인류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보다 있던 것을 버리는 것에 치중했다. 자원이 줄어들고, 사람도 줄었다.

 

 처음 마고에 탑승했던 사람들은 가장 중요한 지식과 기술을 지닌 사람들이었다고 했다. 마고를 만들고 우주로 보낸 이들은 그 사람의 중요성을 판단하여 멸망 직전의 지구에서 탈출시켰다. ‘진짜’ 의사나 과학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된 사람들은 버려졌다. 새로운 지구로 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쓸모를 증명해야 했다. 그들이 선정된 이유는 인류가 계속해서 발전해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에 초점을 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누구도 과거에 대해 알려 하지 않았고, 배우려 하지 않았다. 인류는 발전을 멈추었다. 더 이상 과거를 돌아보지 않았고, 미래를 상상하지 않았다. 호기심은 과거의 유물이었다. 그럼에도 빈은 과거의 지구를 궁금해했다. 때문에 중앙에서 살다시피 했다. 빈은 보았던 것을 보고, 또 보고, 또 들여다 보았다.

 

 

 “응. 보고 싶어서.”

 “아이, 뭐야.”

 

 

 새침하게 웃어 보이는 빈이 사랑스러웠다. 나는 빈의 옆에 같이 앉았다. 빈은 내 볼에 살짝 키스를 하며 웃었다.

 

 

 “뭐 보고 있었어?”

 “가족.”

 

 

 빈이 보고 있는 화면 안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두 명의 남녀 어른과 두 명의 아이가 서 있었다. 마고에서 ‘가족’이라는 것은 개념으로만 존재했다. 사람들은 굳이 누군가와의 관계를 정의하려 들지 않았다. 끌어안고 싶으면 끌어안았고, 키스하고 싶으면 키스를 했고, 섹스를 하고 싶으면 섹스를 했다.

 

 아이가 생기면 ‘병원’에서 키웠다. 병원에는 역시나 진화하는 AI로 만들어진 인간 형태의 ‘간호사’들이 몇 기가 있었고, 그 간호사들이 아이를 키워냈다. 분명 처음에는 과거 지구에서처럼 부모가 아이들을 키웠다고 했다. 그러나 간호사들이 아이를 더 효율적으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직접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괴짜 취급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누구도 자신의 아이를 직접 키우지 않았다. 때문에 누가 누군가의 ‘부모’인지가 중요하지 않았고, 누가 누군가의 ‘자식’인지도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빈은 조금 달랐다. 지구에 대한 호기심으로, 지구에서의 생활이나 관습을 따라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나는 빈의 ‘애인’이 되었다.

 

 

 “은우야, 옛날에는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는 애인이라고 했대.”

 “그럼 우리는 애인인 거네?”

 “그치. 그러니까 우리 오늘부터 애인 하는 거다?”

 

 

 누군가와 어떤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굉장히 어색하고, 이상했지만, 빈이 원하니까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었다. 어떤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빈은 마고에서 사는 사람들 중 가장 독특했고, 가장 이상했다. 그리고 가장 아름다웠다. 나는 그런 빈을 ‘사랑’했다. 더 이상 사람들은 사랑을 노래하지 않지만, 나와 빈은 분명 사랑을 하고 있었다.

 

 

 “과거 지구는 70% 이상이 물로 뒤덮여 있었대. 신기하지?”

 “물이 그렇게 많은 걸 본 적이 없지, 우리는.”

 “그치. 그렇게 물이 엄청 많은 곳을 ‘바다’라고 불렀대.”

 

 

 빈은 바다를 동경했다. 빈이 과거 지구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 바로 바다였다. 가득한 물, 그리고 그 물 안에서 살아가는 수만 종류의 생물들. 고작해야 백 종류도 되지 않는 생물이 살아가는 마고의 세계와는 너무도 확연히 달랐다.

 

 

 “은우야, 그 바다에는 고래라는 생물이 살았는데, 고래는 몸집이 엄청 커서 여기서부터 저기 끝까지 꽉 찰 정도였대. 진짜 신기하지 않아?”

 “그렇게 크면 엄청 많이 먹었겠다.”

 “그러게. 그래서 빨리 멸종 했나 봐.”

 

 

 중앙은 수많은 정보들을 저장하고 있듯 수많은 생물들의 씨앗도 저장하고 있었다. 빈이 예전에 들려준 ‘노아의 방주’ 이야기처럼, 마고 역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새로운 ‘지구’를 찾게 되면, 그 곳에 과거 지구의 모습을 재현할 수 있도록, 과거 지구에서도 없어져버린 생물의 씨앗들도 저장되어 있었다. 어차피 우리는 그 생물들의 대부분을 본 적도, 만져본 적도, 먹어본 적도 없으니, 과거 지구를 다시 만들어낸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은우야, 은우야.”

 “응, 빈아.”

 “우리는 죽으면 어디로 가게 될까?”

 

 

 빈은 가끔 그런 질문을 했다. 삶과 죽음에 대해 궁금해했다. 마고의 사람들은 더 이상 새로운 아이의 탄생을 기뻐하지 않았다.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매일 줄어들었고, 먹을 수 있는 식량 또한 점점 줄어들었다. 새로운 것은 만들어지지 않았고, 재생산은 힘들었다. 아이가 자라 제 한 몫의 무언가를 해낼 수 있게 될 때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또 너무 많은 자원이 필요했다. 분말로 저장된 우유는 오백 년 전부터 동이 났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고기는 더 이상 없었다. ‘소’는 사백 년 전에 멸종했다. ‘돼지’ 역시 이백 년도 더 전에 멸종했다. ‘닭’은 그나마 최근까지 살아있었다는데, 우리는 닭 역시 직접 본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이 죽으면 그것을 ‘재활용’했다.

 

 

 “죽은 뒤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

 “아이, 들어봐. 과거 지구의 사람들 중에 어떤 사람들은 있잖아. 누가 죽으면 바다로 보냈대. 그 사람이 바다의 생물로 다시 태어난다고 믿었다는 거야.”

 

 

 삶에도, 죽음에도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나와는 달랐다. 당장의 삶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가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이루어 낸다고 한들 그 모든 것은 마지막 인류가 죽고 나면 없어질 것들이었다. 우리는 그저 하루하루 죽음으로 향해가는 것뿐이었다. 그러니 그 죽음 뒤에 또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다고 한들 그것조차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가 될 수 없었다.

 

 

 “은우야, 나는 다시 태어나면 고래로 태어나고 싶어.”

 “고래?”

 “응, 고래.”

 

 

 그렇게 이야기하는 빈은 빛이 났다. 호기심과 희망을 잃어버린 세계에서 어떻게 홀로 그렇게 빛이 날 수 있는 것인지, 나는 항상 궁금했다. 그 빛에 홀린 듯 빈에게 키스했다. 빈은 내 목을 팔로 감싸 안았다. 빈은 우리가 애인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키스를 하거나 섹스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것이 과거 지구의 ‘애인’ 관계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하고만 껴안았고, 키스를 했고, 몸을 섞었다. 빈은 그런 나와의 관계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듯 했다. 빈이 행복하고, 만족한다면 나 역시 어찌되었든 좋았다. 애초에 나는 빈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끌림을 전혀 느끼지 못했지만 말이다.

 

 

 

 

*

 

 

 

 

 “알 수 없는 덩어리가 내 몸 안에서 자라나고 있어, 은우야.”

 

 

 빈이 말했다. 배가 너무 아파서 병원을 갔더니 뱃속에 알 수 없는 덩어리가 자라나고 있다고 했단다. 병원에는 우리의 몸을 스캔하여 어떤 병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해주는 기계가 있었다. 그것을 우리는 ‘의사’라고 불렀다. 간호사들과는 달리 인간의 형태는 아니었지만, 마찬가지로 진화하는 AI여서 우주에서 살아가며 발생하는 새로운 질병이나 질환들을 검사하고, 치료해주었다. 사실 마고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많았던 만큼 의사는 스무 대도 넘게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고작 두 대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한 대는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게 뭔데?”

 “나도 몰라. 의사도 모르고. 아무도 몰라.”

 

 

 빈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야기했다. 사실 의사가 모른다면 그 누구도 치료할 수 없었다. 인간이 ‘진짜’ 의사였던 시절은 천 년 전에 끝나버렸으니까. 우주 방사능에 오래도록 노출된 우리는 과거 지구에서 살았던 인류와는 굉장히 다르다고 했다. 그러니 과거 지구의 진짜 의사를 데려온다 하더라도 우리를 치료할 수는 없을 테였다.

 

 

 “덩어리라면 꺼내면 되지 않을까?”

 

 

 나는 빈을 이끌고 병원으로 향했다. 빈은 곱게 누워서 의사의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스캔이 끝나고, 빈은 나가 있겠다며 의사와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나오라고 했다. 빈이 왜 그러는지 처음에는 알지 못했다. 의사는 내게 빈의 몸 안에 자라나고 있다는 덩어리의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장기 속에 위치한 덩어리는 생각보다 그 크기가 꽤 컸다. 의사는 암 덩어리는 아니라고 했다. 암은 어찌됐건 그 사람의 세포가 분열하여 이루어진 것인데, 이건 전혀 별개의 덩어리라고 했다.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는 현재로썬 확인이 불가능하다고도 덧붙였다.

 

 

 “배를 갈라서 꺼내면 안 돼?”

 

 

 의사는 대답했다.

 

 

 “수술을 하는 데 필요한 자원이 부족합니다. 마지막으로 수술이 진행되었던 것은 약 87년 전으로, 그 이후로는 수술이 진행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의사는 덧붙였다.

 

 

 “덩어리를 꺼내지 않는다면, 최대 1년 더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1년?”

 “고통 없이 죽기를 원하신다면, 그건 당장 가능합니다.”

 

 

 나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대답을 한 이유가 의사가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삶을 포기하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찌됐건 의사는 중앙과 연결되어 있는 AI였고, 현재 마고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을 기반으로 바뀌어갔다. 안락사를 원하는 사람들은 많았고,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빈은 달랐다. 빈은 삶을 중요시했다.

 

 

 “아니, 최대한 오래 살 거야, 빈은.”

 “어차피 인류는 모두 죽음을 기다리기만 할 뿐이지 않나요?”

 

 

 의사의 그 말이 아프게 다가왔다.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걸어가고 있을 뿐이었지만, 모두가 그 자리에서 가만히 죽음을 기다리기만 할 뿐인 것은 아니었다. 빈은, 나의 빈은 죽음을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 빈은 제게 주어진 생을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열심히 살았다. 빈은 살아갈 때 가장 빛이 났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야.”

 “그런가요.”

 “빈은 죽지 않을 거야. 그 아이는, 죽음을 원하지 않아.”

 “그런 감정 오랜만이네요.”

 

 

 의사가 이야기했다. 의사는 천 년이 넘는 시간을 살아왔다. 기계에게 ‘살아왔다’는 표현이 정확할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의사는 천 년이 넘는 시간을 존재해왔다. 기껏 이십 여 년을 살아온 나로써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의사가 이야기하는 ‘오랜만’은 굉장히 오랜 시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인류가 죽었으면 좋겠어?”

 “아뇨, 인간의 생명을 우선시한다. 이것이 제게 프로그래밍 된 첫 번째 원칙입니다. 저는 이것을 어길 수 없습니다.”

 

 

 병원을 나서는 내 뒤로 의사가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모든 인류가 죽고 나면, 저도 죽을 수 있을까요?”

 

 

 병원 밖으로 나오자 문 옆에 쭈그리고 앉아 기다리고 있던 빈이 나를 보고는 환하게 웃어주었다. 나는 빈을 끌어안고 깊게 키스했다. 우리는 서로의 몸을 탐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었다. 흥분에 젖어 다리에 힘이 점점 풀려가는 빈을 끌어안고 방으로 향했다.

 

 

 

 

*

 

 

 

 

 “은우야, 은우야.”

 “응, 빈아.”

 “바다를 헤엄치는 기분은 어떤 걸까? 너무 궁금하지 않아?”

 

 

 그 날 이후로 우리는 중앙에서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빈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나도 함께 보면서 과거 지구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갔다. 빈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빈은 고작 21년을 살아왔을 뿐이다. 과거 지구에서 살던 인류는 100살이 넘도록 살았다는데, 빈은 그 생을 왜 이리 빨리 마감해야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우주를 유영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그럼, 한 번 해볼래?”

 

 

 마고 밖으로 나가는 것은 쉽사리 허용되지 않았다. 마고 기체의 외부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은 그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 이유였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문제는 인간이 해결하는 것보다 기계가 해결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인간은 마고 밖에서 숨을 쉴 수도 없었고, 정교하지 않았고, 감정적이었으며, 우주에서 살아 움직이기 위해서는 특별한 장치가 필요했다. 무엇보다 우주복은 몇 개 남지 않은 상태였다.

 

 

 “나가면 안 되는 거 아니야?”

 “뭐 어때. 처음이자 마지막일텐데.”

 

 

 나는 빈을 이길 수 없었다. 빈이 저렇게 웃을 때면 나도 같이 그 웃음에 동화되고는 했다. 사실 이제는 우주로 나가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게 아니라 그 누구도 마고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창문 너머로 펼쳐지는 반짝이는 별들의 향연은 더 이상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우리는 우주에서 태어나 우주에서 죽는 인류니까.

 

 우리는 우주로 나갔다. 멀쩡하게 남아 있는 우주복은 열 개 정도였다. 그 중에서 제일 깨끗하고 튼튼해 보이는 것으로 입었다. 우주에서 태어났지만 진짜 우주로 나가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순식간에 위아래가 없어지고, 우리를 끌어당기는 것도, 밀어내는 것도 없었다. 나는 계속 바닥을 밟고 싶어 헛발질을 했다. 속이 울렁거렸다. 빈이 웃는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서 들려왔다.

 

 

 “이런 기분이구나.”

 “토할 거 같아.”

 “이리 와.”

 

 

 빈은 구토가 올라오지도 않는지, 내게 자연스럽게 다가와 손을 뻗었다. 우리는 두 손을 마주잡고 우주에서 ‘춤’을 추었다.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아 그저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기만 하는 것이었지만, 우리는 그것을 춤이라 불렀다. 중앙에서 보았던 과거의 영상처럼, 서로를 마주본 채로 우리는 춤을 추었다.

 

 

 “저 멀리 어딘가에 지구가 있겠지?”

 

 

 우리는 마고가 지나온 길을 바라보았다. 무수히 많은 별들이 반짝였다. 그 반짝임 속에 지구는 없을 테였다. 별은 스스로 빛을 내지만, 지구는 별이 아니다. 지구는 태양이 없으면 스스로 살아가지 못한다. 마치 마고와 우리의 관계처럼.

 

 

 “은우야.”

 “응, 빈아.”

 “우리는 과거 지구로부터 아주아주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지구에 살던 사람들이 이야기하던 천국이나 지옥도 갈 수 없겠지? 그곳도 아주아주 멀리 떨어져 있을 거 아냐.”

 

 

 빈의 목소리에는 울음이 섞여 있었다. 빈을 끌어안아 주고 싶었지만, 거대한 우주복이 가로막았다. 나는 그저 빈의 손을 붙잡고 있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빈은 끝없이 멀리 떨어져 있는, 그 곳 어딘가에 있을 지구를 바라보았고, 나는 그런 빈을 바라보았다.

 

 

 “은우야.”

 “응.”

 “난 죽고 싶지 않아. 너랑 함께 살고 싶어.”

 

 

 빈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빈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지만, 우주복을 벗고 서로의 맨 살을 느낄 수도 없었다. 우리는 우주에서 숨을 쉴 수도, 맨 몸을 내놓을 수도 없다. 우리는, 우리는, 우주에서 태어났지만 우주에서 살아갈 수 없는 그저 그런 존재일 뿐이다.

 

 

 

 

*

 

 

 

 

 [오늘은 우주로 나온 지 1057년 1개월 26일째 날입니다.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행성은 현재 위치로부터 약 4백 광년 떨어져 있습니다. 현재 마고 내의 기온은 21도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빈은 마고의 품을 떠났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곳, 마고는 과거 지구에서 믿던 ‘신’의 이름을 따온 것이라고 했다. 세상을 창조했다는 마고, 그 이름을 따 새로운 지구를 만들어 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과거 인류의 오만이 담긴 이름이었다. 빈이 죽음으로써, 마고에 남은 인류는 130여 명밖에 되지 않았다. 4백 광년 떨어져 있다는 새로운 지구까지 단 한 명의 인류도 살아남지 못할 게 분명했다. 우주에서 태어난 우리는 마침내 우주에서 죽는다.

 

 

 “은우야, 용연향이라는 게 있대. 들어봤어?”

 “아니. 그게 뭐야?”

 “향유고래 뱃속에 생기는 덩어리라는데, 아주 귀한 향료였대.”

 

 

 빈은 제 안의 덩어리가 점점 더 커져 몸을 짓누르고, 아프게 해도 끝까지 살았다. 남에게 무관심한 사람들조차 빈을 이상하게 여겼다. 아픔을 견뎌 봤자 얼마나 더 산다고? 그건 빈을 모르는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이다. 빈에게 빛나지 않는 하루란 없었다.

 

 

 “빈아.”

 “들어봐. 나는 그렇게 생각해. 향유고래가 사랑에 빠지면, 몸 안에 용연향이 자라나는 거야. 그러다가 사랑을 잃으면, 그걸 토해내는 거지. 처음에는 아주 지독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옅어지는 게 그런 이유일 거야. 용연향은 고래의 사랑이자 아픔의 증거인 거야.”

 

 

 빈은 가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새로운 것은 무엇이건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 마고에서, 빈은 무언가를 창조해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생각했다. 정말로 마고의 이름을 받아야 하는 건 빈이 아닐까 하고. 지금을 살아가는 신은 빈이 유일할 것이라고.

 

 

 “그러니까, 내 몸 안에서 자라고 있는 이 덩어리를 나는 뱉어낼 수가 없는 거야, 은우야. 네 사랑을 잃을 일이 없을 테니까.”

 

 

 우리는 서로의 가장 깊은 곳까지 맛보겠다는 듯 깊게 키스를 나누었다. 어느 순간부터 빈은 안에 있는 덩어리가 배를 짓눌러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힘들어했다. 덩어리는 날이 갈수록 어마어마한 속도로 그 덩치를 불려갔다. 처음에는 엄지손가락 정도였던 게, 순식간에 주먹만해지고, 나중에는 겉으로 보기에도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마치 아이를 가진 것처럼. 덩어리가 커질수록 빈은 점점 말라갔다. 먹어도 다 토해냈고, 나중에는 물조차도 제대로 마실 수 없었다. 나는 그저 빈의 옆에서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고, 보듬어주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은우야. 이건 우리가 사랑했던 증거야. 그러니 이것도 나처럼 사랑해줘.”

 

 

 그래서 나는 빈을 죽음으로 몰고 간 그 알 수 없는 덩어리마저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

 

 

 

 

 나는 꿈을 꾼다. 너와 함께 바다를 유영하는 꿈을. 온 몸은 붕 떠오르고, 너는 자유롭게 바다 속을 날아다녀. 너는 거대한 한 마리의 고래. 나는 네 품에 안겨 마침내 숨을 내쉬어

 

 

 

 

 

계간은콩 2019 봄호 line up list
<밤바다> - SIN / 바다향
<종이의 무게> - 빵구 / 종이향
<열 번째 겨울> - 딸기우유 / 겨울향
<Take Me Away> - 꼬꼬지 / 흙향
<spring> - 헏쟝 / 딸기향
<어서 내게> - 확대경 / 벚꽃향
<향수> - 풍선 / 시프레향
<짝사랑> - 퐁 / 국화향
<꾐> - 틈 / 매화향
<Chocolate Box> - 콘 / 와인향
<츄파춥스와 담배사이> - 코코콩 / 츄파춥스향
<멍청이> - 컬러 / 눈물향
<마지막 키스> - 초록 / 튤립향
<5242> - 차주 / 오이비누향
<무색무취> - 제니 / 무(無)향
<다시 이별> - 은죽빈살 / 기름냄새
<향수(鄕愁)> - 원 / 헌 책 냄새
<파란 늪> - 우주대통합 / 베이비파우더향
<동화 속 해피엔딩> - 우주대통합 / 금작화향
<What Is Love?!> - 온기 / 풍선껌향
<금단> - 얌 / 담배향
<마고> - 야옹멍 / 용연향
<상사몽(相思夢) : 개화(開花)> - 야옹멍 / 사향
<yellow and mellow> - 앙꼬 / 레몬향
<고양이로소이다> - 슈가빈 / 감귤향
<방과후> - 손질 / 초콜렛향
<찾아줘> - 소빈/ 커피향
<MOONWALK X ROLEPLAY> - 베디 / 박하향
<숨결을 그리다> - 뷰길리 / 숨결향
<복숭아> - 물뿌 / 복숭아향
<semen> - 몽 / 밤꽃향
<The name> - 망간 / 잉크향
<탈출> - 리콜라 / 염향향
<마니또> - 로빈 / 체향
<rush&cash> - 라멍 / 무향
<욕(欲)> - 달함 / 백단향
<봄이에게> - 다로 / 비냄새
<α> - 날주 / 세이지향
<서로에게는 달콤한 따가움> - 나비담 / 살구향
<소잃고 뇌약간 고친다> -결절 / 섬유유연제향
<피는 안 나도 땀은 나더라> - 김오이 / 땀내음
<fall in love> - 그믐 / 새벽향
계간은콩2019 봄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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