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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OFF]

 

차은우와 나는 뽀송해진 얼굴로  근처 곱창집에 앉아있었다. 긴장해서 빡빡 씻고 나왔더니 시간이 제법 지나있었고, 문을  곳은 술집 아니면 고깃집 뿐이었다. 조금 전까지 침대 위에서 붙어먹던 사람을  정신으로 다시 마주하자니 부끄럽기도 하고 뻘쭘하기도 해서, 앞에 놓인 물컵만 만지작거렸다.  와중에 눈은 힐끔거리며 곱창을 뒤적이는 차은우를 염탐했다. 화면 밖에서도 끝내주게 잘생겼다 진짜.. 음침한 시선을 느꼈는지 차은우가 고래를  숙이고 끅끅 웃었다.

 

 

그냥 봐도 되는데.”

.”

아니 아깐 그렇게 적극적이ㄷ,”

조용히 안해요?!”

 

 

입을 틀어막았더니 눈만  웃는다. 알았어요, 알았어.

 

 

“..근데 원래 이렇게 촬영 끝나고 밥먹자고 그래요?”

왜요? 이상해요?”

아니, ..  기준에서는? .. 그거 하고 와서 마주보면서 밥먹으면 창피하지 않나.”

원래  그래요. 오늘만.”

왜요?”

왜긴.”

 

 

차은우가  익은 곱창을 집어 앞접시에 고이 놓아줬다.

 

 

내가 빈이씨한테 관심 있으니까지.”

 

 

?! 고기 씹던 모양새 그대로 입이  벌어졌다. 뭐라는겨  잘생긴 놈이?

 

 

, , ..”

이모, 여기 처음처럼  병만 주세요.”

 

 

대화는 완전히  흐르듯 했다. 차은우는  한잔에  TMI 하나씩 털어갔다.  살이에요? 스물 넷이요. 내가 형이네. 근데 빠른이라  친구들  스물 다섯. , 그렇구나. (꼴꼴꼴) 대학생이에요? . 언제 게이인  알았어요? 중학생.. 때였나. 첫사랑이 남자였어요. 진짜? 어떤 사람이었는데요? (꼴꼴꼴)  이런 식이었다. 적당한 템포로 술을 먹이고, 중간 중간 빈씨 너무 귀엽다, 하는 리액션도 수준급이었다. 하여튼 자기 페이스대로 분위기를 주무르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었다. 주는 대로 받아마시다 보니 슬슬 취기가 돌았다. 따끈따끈한 돌판 덕에 얼굴에도 발갛게 열이 올랐고, 기분도 좋아졌다. 아아아!!! 벽에 걸린 화면 하나에 가게 안이 술렁였다. 혹시 축구 좋아해요?

 

 

 청소년 대표까지 했었어요.”

, 진짜?”

진짜. 아까 허벅지  봤어요?”

 

 

알코올 덕분인지 분위기는   편해졌다. 마침 티비에서는 월드컵이 한창이었고 축구 좋아하냐는 나의 물음에 차은우는 엄청 좋아하죠, 하며 자신의 TMI 풀어놓기 시작했다. 공통의 관심사를 찾은 우리는 빠르게 가까워졌다. 한창을 호날두가 어떻네, 손흥민이 저쩌네 열띤 토론을 하다 보니 테이블 위의 병이  늘어나 있었다. 근데요오, 하고 차은우의 말을 끊는 혀가 잔뜩 꼬였다.

 

 

우리 그냥  놓으면  돼요?”

당연히 돼요.”

히히. 은우야아.”

“..., 진짜. 너무 귀엽다.”

근데에. 너는    시작한 거야?”

 

 

갑자기 대화가  끊겼다. 차은우는 한동안 대답이 없다가, 혼자 자작을 했다. , 뭐지. 잘못 물어봤나? 술이  깨는  같아 젓가락으로 애꿎은 부추만 쿡쿡 찌르며 눈치를 봤다. 대답하기 어려우면,

 

 

사실은.”

? ..”

사기당했어..”

?!?!!?!”

 

 

차은우는 분노에 젖어 부추를 씹었다.  같았다.

 

 

일이   풀린거지 . 계약 사기를 당했어. 배우 소속사인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 나쁜 새끼들.”

어쩌다 보니 이쪽으로 흘러들어 왔는데.. 처음에는  힘들었거든.”

.”

근데 하다 보니까   만하더라고.   잘하지 않아?”

 

 

? 대화가 종잡을  없이 튀었다. 차은우가 기대하는 눈으로  바라봤다.  눈을 어떻게 실망시키나... 실제로 정말  하기도 했고. 고개를 끄덕이니 기분 좋게 미소짓는다. 숨겨진 적성을 찾았달까, 블라블라. 알고보니 차은우는 직업에 존나 신념과 규칙이 있는 스타일이었다. 오프  레코드에서는 누구보다 철저하게, 카메라가 돌아가는 동안은 누구에게든 진심으로. 어쩐지 대기실에서  대본이 엄청 너절거리긴 했다. 뭐든 열심히 하는 성격이 여기서도 묻어나는  같았다.

 

 

예술과 외설은   차이라고 하잖아. 예술을 최대한 외설적으로 표현하는 직업인거지.   일이 마음에 들어.”

 

 

끄덕끄덕.  멋있는데? 차은우가 다시 잔을 들었다. 맑은 소리와 함께 잔이 부딪혔다. 잘생긴 사람이랑 마셔서인지 술자리 리듬이 아주 좋았다. 역시 와꾸가 최고의 안주다., 오늘따라 술이 술술  넘어갔다. 이미 차은우도 꽤나 취한  같았다. 실실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더니 손을 조물락거렸다. 얼마나 붙어먹었다고 나는 벌써 그의 손을 탔다. 나른한 기분에 말이 나오는대로  지껄이게 됐다. 한참을 아무  대잔치를 하다가 테이블에 고꾸라질  , 차은우는 나를 들쳐메고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 내가 여자도 아니고  데려다 주냐. 예의상 사양했지만 한사코 들이대더니 정작  앞에서는 쭈뼛대는   귀엽기도 했다.

 

 

“...계속 연락해도 ?”

으응.. 근데 이거   열리냐.”

 .”

 

 

현관문 앞에서 계속 헛손질을 하는 나대신 문을 열어주더니, 고맙지 않냐며 기어코 뽀뽀까지 받아냈다. 얼른 들어가, 카톡할게. 손을 흔들며 차은우를 보낸  바로 침대에 엎어졌고, 이불에 파묻혀서 오늘 하루가 얼마나 역사적인 날인지 생각했다. 온갖  처음   날이었다. 모니터로만 보던 사람을 처음으로 만났고,  사람이랑 섹스도 하고, 술도 마시고, ... 아무리 생각해도 순서가 엉망진창인  같은데. 원래 반대 아닌가.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술기운에 까무룩 눈을 감았다.  모르겠다, 졸려... 연달아 울리는 카톡 알람이 ASMR 따로 없었다.

 

 

 

 

4.[OFF] 

 

 

 

 

  이후 우리는 연어가 되어 관계를 역행하고 있었다.  탄다는 얘기다. 놀랍게도 나는 모든 처음을 차은우랑 겪는 중이었다. 그만큼 새로웠고 쉽게 빠져들었다. 저번 촬영 이후 차은우가 일을  쉬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하루가 멀다하고 만났는데, 만날  마다 좋았다. 사실 따지자면 사귀는 것도 아닌데 벌써 서울에 존재하는 데이트코스를  찢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없으면 절대 밖에  나가는 히키코모리였는데. 주섬주섬 준비를 하면서 차은우를 기다렸다. 항상 깔끔하게 꾸미는 차은우한테 맞추다보니 자연스레 외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아졌다. 나와! 금세 울리는 카톡에 후다닥 뛰어내려갔더니 차에서 손을 흔드는 차은우가 보였다.

 

 

  곳도 없는데 그만 끌고 나오라니까.“

편하게 가는  좋잖아.”

 

 

사실 말은 그렇게 해도 운전하는 옆모습을 훔쳐보는   낙이다. , 오늘도 갓벽하시네요. 해가 졌어도 내려서 걷기엔 날이  더웠다. 몸에 열이 많아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때문에 이것저것 구경도 못하고 차은우의 단골 바로 직행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인테리어에 분위기 있는 음악이 깔려  봐도 힙한 장소다 싶었다. , 루프탑도 있어. 이런 데는 어떻게 찾았어, 하니 아는 형이 하는 가게란다. . 역시 차은우는 인싸였다. 쩌는데? 엄지를 치켜들자   볼을 쓰다듬으며 환하게 웃는다.

 

 

은우 오랜만이다.”

, .  지냈어?”

나야 . 일행 생겼네. 친구?”

 

 

인사를 건넨 사장님은 우리 또래였다. 아는 형의 가게라길래 그냥 예의상 형이라고 하는  알았는데. 행님 멋있네요.  세상 간지가 아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했더니 , 자주 와요. 하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좋았다. 차은우는 친구냐는 물음에 미소를 띄우더니 고개를 저었다. 대충 눈치를  모양인지 사장 형은 사람 좋게 웃었다.

 

 

취향 아직  바뀌었지?”

저번에 말한 와인도 부탁해.”

 

 

 

와인은 달았다. 소맥파인 나도   있을 만큼 고급스러웠고 향이 좋았다. 맛있는 술과 좋아하는 사람, 그에 걸맞는 장소. 그럼에도 완벽하게 분위기를 즐기기는 힘들었다.

 

 

차은우와 보내는 시간은 신경쓰이는  많다.  중에서도 가장 거슬리는  어딜 가든 그에게 쏟아지는 시선이다. 무시하려고 해도 자꾸 신경이  쪽으로 쏠렸다. 오늘은 특히 심한 편이었다. 장소 특성  플러팅이 비일비재한  알겠는데, 저렇게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에겐 날이  수밖에 없었다. 차은우 뒤의 벽에 기댄 훤칠한 남자(머리 끝에만 파랬다 내가  말은 아니지만 존나 게이같았음. 이라고 게이가 말했다) 계속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때마다 먼저 시선을 돌리는 것은 나였다. , 뻘쭘해.  자꾸 쳐다보는 거야. 억지로 차은우를 보며 웃는 순간 남자가 테이블로 걸어왔고, 맞은편에 앉은 은우를 툭툭 쳤다.

 

 

은우씨 맞죠?  기억나요? 최한준.”

, 한준씨.”

여기서 만나니까 반갑다. 옆은.. 애인?”

, ?”

그럼 아직은 아닌 거네.”

 

 

  새끼야? 어이가 없어 씹던 치즈를 뱉을  했다.

 

 

   되게 좋았거든요. 촬영 아니라도 연락해요.”

 

 

남자는 차은우의 손에 번호가 적힌 쪽지를 쥐어주고 돌아섰다. 옘병, 사람 개무시하네. 내가 우습냐? 뒤통수에 먹던 새우를 꽂아주려다 바로 종이를 구겨버리는 차은우를 보고 간신히 참았다.

 

 

누구야?”

예전에 같이 촬영했던 사람.”

.”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고 입을  다물었다. 촬영? 그럼 쟤랑 잤다고? 갑자기 짜증이  났다. 뭐지,  지금 질투하는 건가?  그래. 맛이 없어? 걱정스러운 목소리에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차은우가 하는 일이 처음으로 원망스러웠다. 그렇다고 대놓고 티를 내기엔 차은우가 딱히 잘못한  없어서  말이 없었다. 기껏 이태원까지 나왔는데 자의적으로 데이트를 망치고 싶지도 않았다. 빈아, 나지막하게 부르는 목소리에  메인 목을 가다듬으며 억지로 웃었다.

 

 

아냐, 잠깐 생각  하느라.”

무슨 생각을 그렇게 갑자기 . 표정도 심각하고.”

미안.”

그게 아니라. .. 난건 아니지?”

 

 

고개를 저으며  눈치를 살피는 차은우를 안심시켰다.

 

 

“..아니야, 내가 화를  .”

 

 

, 기분 좋았는데.

 

 

 

 

무슨 정신으로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차은우가 치는 개드립에 웃고,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보며 리액션을 하고,  안에서 스킨십을 하면서도 내내 속으로  남자를 생각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생각뿐이었다. 만약에 우리가 사귀게 된다면, 차은우가 하는 일에 대해 내가 어디까지 용인할  있을지 고민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싫었다. 나는 이미 차은우가 너무 좋았다. 차은우도 같은 감정일 것도 안다. 그렇지만 아무리 일이라도 걔가  말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내가 너무 고통스러울  뻔했다.  웃기지, 그거  보고 싶어서 덜컥 오디션   누군데. 사람은  간사하다. 모순적인  행동에 웃음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은우는 일을 좋아했다. 그리고 프로였다. 그러니까 내가 함부로 이래라 저래라  수는 없는 거였다. 그래도. 그래도  차은우가 너무 좋은데. 걔가 다른 사람하고 촬영하는  싫다. 이렇게 자꾸 욕심을 가져도 되나? 차은우한테는 일인데 내가 너무 신경쓰는 건가? 이거 이기적인 생각인가. 근데 만약에 우리가 헤어지면? 아니지, 사귀는 것도 아닌데  헤어져. 만약에  안되면? 그러면 나도 그냥 같이 촬영한 사람 1 되는 건가?  그런다는 보장도 없었다. 아직까지 정식으로 만나자는 말도 없는  보면. 근데 정말?  특별하다고 했잖아.

 

 

생각은 걷잡을  없이 퍼졌다. 혹시 나랑 하는 섹스가 좋아서 이러는 건가? 그냥  , 너무  맞아서? 아냐, 그런  아니겠지.  보는 눈을 보면 안다. 그래도, 혹시. 아마. 정말 그러면  얼마나 슬퍼해야 할까.

 

 

고민 끝에내린 결론은  좋아지기 전에 정리하자, 였다. 차은우가 좋아하는 일을 최대한 존중해 주고 싶었다. 그러려면 내가 물러나는 것이 맞았다.

 

 

...사실은 핑계다. 나는 아까  남자처럼 되는  무서웠다.

 

 

 

 

5.[ON] 

 

 

 

 

 

 

 

 

 

 

 

 

 

 

.

.

.

 

 

 

 

 

 

“..여보세요?”

흐엉, 으어, 차은우..”

문빈 .. 아니.  울어. 무슨  있어?”

끄으, 무슨  , 허엉, 없는.. 당연히 있지! 너랑 깨졌잖아!”

 

 

“... 일방적으로 네가 연락 끊은 거잖아.”

, 그랬, 는데. 허엉,  무서웠단 말이야.”

“...뭐가?”

, 그때  남자. 바에서, . 머리 끝에만 파란 .”

“..준환씨?”

그래, 최준환인지 김준현인지  새끼처럼 될까봐 존나 무서웠다고!”

 

 

  사람이랑 하나도  닮았는데?”

끄엉, 뭐라는거야! 너한테! 너한테 내가  정도 사람이 될까봐, 그게 존나 무서웠다고!”

“...?”

너는 .. 인기도 많고. 하는 일도 다른 사람들이랑 화면 속에서 연애하는 일이고. 근데 나는 그게 싫어서, ,  뭐라는지 모르겠는데. 흐윽, 그거 싫어서.”

빈아 천천히 말해봐. 울지 말고. 기다릴테니까.” 

 

 

그니까 나는 니가 좋아지는 만큼 질투, 질투도 나고. 만약에, 허엉, 너랑 나랑   됐는데. .. 나도  남자처럼 지나가는 행인 1, 나랑   잤던 , 이렇게 기억 될까봐. 끄어엉...”

“...미치겠다, 진짜.”

네가 , 나한테 특별하다고 했던 . 믿는데, 진짜 믿는데. 그래도 허엉, 무서워서. 그리고  나한테 사귀자고도 안했잖아. 그것도 걸리고...”

 

 

빈아.  지금 가도 ?”

 , 오지마,  지금 못생기고..  먹었고.. 졸리고... 그러거든?”

뭐라고?”

졸리다고.........”

 

 

Zzz...... 

 

 

 

 

 

 

6.[OFF]

 

 

마음 정리는 연락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했다. 하루 종일 붙잡고 살던 카톡을 반으로,  반으로,   반으로 줄였다. 현생은 좋은 핑계였다. 이런 짓을   적이 없어서 티가 엄청 났을텐데, 차은우는 꾸준히 전화며 카톡을 했다. 나는 갖다 붙인 핑계대로 복학준비를 한답시고 답장도  안하고 먼지 쌓인 전공책을 하릴없이 뒤적거렸는데, 결국 끝은 차은우 생각이었다. 그럼에도 연락은 하지 못했다. 너무 보고 싶어 폰을 만지다가도, 통화 목록의 30 26초를  때마다 발작을 하며  버튼을 누르곤 했다. 조각조각 떠오르는  망언에 차은우도 정이 떨어졌을 거였다.  증거로   이후 차은우는 연락이 없었다.

 

 

문제의  , 나는 오기만 하고   없는 카톡방을 들락날락거리며 혼자 소주를 홀짝거렸다. 마지막 카톡이  일주일 전에 끊긴 시점이었다. 그러라고  행동이지만 막상  이상 오지 않는 연락을 보니 마음이 미어졌다. 흑흑,, 시발... 은우야.. 미안하다..  존나 비겁한 겁쟁이야.. 안주도 없이 병나발을 불었다. 그냥  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이 붙여준  주제가가 ‘밥만  먹더라라는  감안하면 이건 정말 큰일  거였다. , 술이 쓰네.. 이게 실연의 맛인가. 두어   깡소주를 마시니 어지러웠다. 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웠더니 천장이 돌았다. 핸드폰과 천장을 번갈아 보다가 무의식적으로 차은우의 프로필 사진을 눌렀는데, 여전히 내가 찍어준 사진인  보고 울컥 눈물이 났다.  같으면 벌써 싸가지 없는 새끼라고 사진  지웠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끅끅 울었던  같다.

 

 

그래.. 내가 무슨 연애냐..”

 

 

처음엔 솔직히 존나 힘들었다.  하나에 은우..  하나에 ...  이러면서 강제종료당한   연애를 추모했다. 물론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니까 조금씩 참을만 했다. 괜찮아졌다기보다 그냥 체념한 것에 가깝기는 하지만. 그래.. 정이 떨어졌어도 이해한다. 내가   무슨 헛소리를 지껄였는지 명확하게 기억은  나지만,  문자도 오지 않는  보니 진짜 개소리를 하긴 했나 보다. 쪽팔리지만 이제 어쩌겠나 싶었다. 그래서 멍하니 앉아  혼자 산다나 보고 있는 거다. , 개쩐다. 나도 곱창 시켜먹을까. 배민에 소곱창을 치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010-0330-0126]

빈이씨  지내세요? 배희주입니다.

저번에 차은우씨랑 촬영했던 작품 편집이 끝나서요. 완성본 메일로 보내드렸어요.

먼저 보셔야   같아서. 혹시 마음에 안들거나 걱정되는 부분 있으시면 피드백 해주세요.

재편집해서 내일 모레 릴리즈 들어갈게요.

그럼 즐감하십쇼.

 

 

. 심장이 쪼그라들었다. 재빨리 메일함을 들어가보니 정말 첨부파일이  있었다. 헤엑 용량 . 볼까, 보지 말까. 겨우 차은우 잊어가는데 보면 우는  아니야? 보여줘 아니 보여주지마 다운받아줘 아니 받아주지마 이거  거의 볼빨간 사춘기.. 그러나 호기심이 이겼다. 존나 어색하게 나온  아냐? 검사해보고 피드백 줘야지. 그래 시작한  끝까지 책임져야지.. 라는 생각으로 나는 파일을 다운받기 시작했다. 원래  중의 꽃은 자기합리화라고 했다. 그리고 심장 마사지를  , 곰플레이어를 재생했을 .

 

 

.

미친.

 

 

 

7. [ON] 

 

 

 

 

 

 

[OFF]

 

 

......”

 

끝도 없는 댓글을 내리다 인터넷 창을 껐다. 촬영은 초대박이 났다. 사실  찍어놓고도 쪽팔림  의심  이었는데 완성본을 보니 회사가 괜히 유명한  아니라는  깨달았다. 너무 쪽팔려서 도망치긴 했지만 솔직히 카메라 안의 나는 내가 봐도 존나 꼴렸다. 영상이 풀리자마자 조회수며 다운로드 횟수가 미친 듯이 높아지더니 종내엔 차은우의  뽀짝이가 누구냐는 댓글로 도배되었다. 귀엽다, 섹시하다  죽인다. ...  타고났나? 댓글을 읽으면서 민망함과 우쭐함이 동시에 올라왔다. 어쨌든 다들 궁금해하지 마쇼 신비주의임. 또롱. 귀여운 소리를 내며 폰이 울렸다. [KB 국민은행] 문빈님의 계좌로 xxxxxxxx원이 입금되었습니다.  미친? 정산금이 저번의  배로 뛰었다. 완전 잭팟인가 본데. 이래서 차은우가 돈이 그렇게 많았구나...

 

 

사실  따위  받아도  만큼 좋은 섹스였다. 내가  몰라서가 아니라 그냥 차은우는 존나 잘했다. 어디서 체력하면 꿀리지 않던 나를 기절 직전까지 몰아붙였고  속수무책으로 흔들렸다. 영상을  많은 사람들이 내가 울면서 차은우를 밀어내는 장면을 킬링파트로 꼽았는데 그건 무슨 연출이나 내가 가진 스킬(아다가 이런게 어딨나) 아니라 그냥 힘들어서 저절로 나온 행동이다. 물론 바로 포인트를 찔러오는 차은우 때문에 길게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차은우는 전생에 골드디거였는지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성감대를  찾아냈다. 날개뼈, 무릎 , 발목... 생각하자니 다시 뱃속이 간지러웠다. 그래..  했지... 그리고 진짜 좋아했는데... 완벽했는데... 아쉽다... 침대에 드러누워 슬슬 앞으로 손을 가져가며  날의 차은우를 떠올렸다. , 옛날이여.

 

 

웨에에에엥!!!!!!

 

 

흐어이씨 깜짝이야!!!”

 

 

한참 차은우를 떠올리며 해피타임을 갖는데 요란하게 초인종이 울렸다. 아니 미친,  그지같은 오피스텔 벨소리좀 바꾸라니까. 손님이 아니라 전쟁난  알겠다. 아이 한창 좋았는데... 투덜대며 침대 밖으로 발을 내딛었는데 진정되지 않은  때문에 걷기가 불편했다. 어기적거리는 걸음새로 현관까지 나가는 중에 다시   노크소리가 났다. 아이 성질이  이렇게 급해. 근데 누구지? 엄마가 자두   보내준다고 했는데 그건가? (과수원  아들)  엄마.. 자두는 좋은 과일이지만.. 나랑은 맞지 않는다고..

 

 

누구세....”

빈아.”

 

 

상상 속에서 실컷 빨아주던 사람이 진짜  앞에 나타났을 때의 기분을 서술하시오.(20)

 

 

여긴..어쩐 일로..”

  있어서 왔는데.”

 

 

 끝을 흐린 차은우가 시선을 내려  아래를 쳐다봤다.  시발. 아직  좆은 반쯤 서있었다. 아무리 만인의 연인인 차은우라지만 나한테는 어쨌든 구썸남인데, 그를 생각하면서 자위하고 있었단  깨닫자마자 엄청나게 쪽팔렸다. 입고 있던 티셔츠를 잡아내려 대충 앞섬을 가리려는데 차은우가 중얼거렸다.

 

 

 맞춰 온건가?”

?”

들어갈게.”

 

 

 아니 저기! 막을 새도 없이 차은우는  안에 발을 들였다. 아니  말이 뭐길래 이렇게 , 남의 집에 들어오고 그러십니까..  와중에 지저분한 집이 쪽팔렸다. 평소에  치우고 살걸... 급하게 바닥에 널브러진 옷이며 잡동사니들을 발로 밀었다. 그러다 빈아, 하고 부르는 목소리에 뻘쭘하게 뒤를 돌아봤는데.

 

 

늦어서 미안해. 이제  끝났어.”

?”

접었다고. 이제   거야.”

?”

. 회사에  얘기 했어.”

?!”

 그거 때문에   거잖아. 네가 싫어하는   .”

 

 

내가 그랬다고?  시발, 30 26초의 정체가 저런 거였나. 멍청한 표정으로 차은우를 보는데 기억을  못하는 눈치에 이제는 반대로 존나 화가  얼굴이다. .

 

 

기억 안나?”

..아니 그게.”

생각 안나도 상관없어. 내가 화난  이거야.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그렇게 연락을  끊어?  진짜 미칠  같았어.  그러는지 말도  해주고 그냥 그만하자고  던지면 다야? 내가 골백번은 전화했는데  번을 안받아주더라. 그러다가  먹고 뜬금없이 전화해서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끊어버리면  기분이 어떻겠어?”

 

 

...그렇게 말하면 내가  말이 없지...

 

 

“...  화를 내고 그러냐..”

 같으면 화가 안나?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면서 그랬어?”

 

 

차은우는 거의 따발총이었다. 속사포같이 쏘아붙이는 차은우 앞에서 나는 점점 쭈그러들었다.

 

 

아니, 나는... 네가... 자꾸 좋아지니까.. 그냥.. 욕심 내면.. 너는 직업이 그런데... 나는 아니고. 서로  힘들겠다 싶어서..   하는데  신경 쓰이고 그러면... 나도  다른 사람이랑 그러면 싫고.”

촬영이고 나발이고 컨택 들어온   거절했어. 네가 싫다면  .”

.. 차은우.”

그동안 쌓아온   포기할 만큼 네가 좋으니까.”

 

괜히 찔끔 눈물이 났다.  뭐야 진짜, 사람 미안하게.. 차은우가 손을 뻗어  어깨를 잡았다. 확신에  눈동자를 마주했다.

 

 

진짜 좋아해.”

나도  좋아..”

순서가 엉망진창이긴 한데, 처음부터 다시 해보자.”

뭐를..“

썸도 다시 타고 연애도 , 우리. A부터 Z까지 제대로.”

아이..   사람 미안하게 ...”

 

 

 

민망함과 미안함에 삐죽대는  입술에 차은우가 입을 맞췄다. 오랜만에 닿는 입술이 조심스레 열렸다. 말랑한 혀가 뒤엉키자 죽어있던 감각이 살아났다. 한참을 물고 빨던 입술이 떨어지고, 상의 밑단을 움켜쥔  손에 깍지를  차은우가 속삭였다.   못한  엄청 후회됐는데.

 

 

빈아. 우리 사귀자.”

 

 

차은우가 기대에 가득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우리 둘은 이마를 맞대고 한참을 있었다.   침묵 , 나는 차은우의 목을 끌어안고 킥킥 웃었다.

 

 

존나 오케이지, 진짜...”

 

 

 

 

 

 

 

8. [ON] 

 

 

 

 

 

 

 

 

 

 

R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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